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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국가의 부름에 답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국가의 부름에 답해야 한다”

인도계인 로 카나 하원의원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 범람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IT 업계 구하기에 나서
사진:GETTY IMAGES BANK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이 심각한 사회·정치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 4월 10일 미국 상원 법사·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가 열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그 자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 스캔들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성격 검사용으로 개발한 페이스북 앱으로 수집한 정보를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넘겼다는 내부자 폭로를 통해 처음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 앱을 사용한 사람들과 그 친구들의 정보가 유출됐고, CA가 87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에 넘긴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됐다.

청문회를 TV로 지켜보던 로 카나 하원의원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저커버그 CEO의 증언 내용(대부분 사생활보호, 보안, 검열에 관한 평범한 진술이었다)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거의 ‘디지털 문맹’ 수준에 가까운 의원들의 질문이 너무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카나 의원은 그날 저녁 문자 메시지로 이렇게 개탄했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이번 청문회는 의원들의 IT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청문회에서 질문에 나선 의원 중 다수는 저커버그 CEO보다 나이가 거의 두 배나 많았다. 몇몇은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러시아 같은 미국의 적대 세력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삼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세부 사항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의원 44명이 돌아가며 질문했지만 데이터 수집과 암호화에 관한 그들의 이해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장시간에 걸친 청문회는 곧바로 짜증스런 IT 개인교습 시간으로 변질됐다. 아이들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약간 복잡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며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답답해 하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카나 의원처럼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가지려면 자화자찬을 훨씬 많이 하는 기술 엘리트층을 대변해야 한다. / 사진:AP-NEWSIS
기발하고 익살맞은 인터넷 밈(패러디하는 말을 넣어 다시 포스팅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다른 때는 구하기 어려운 좋은 소재가 청문회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디지털 기술의 ‘불편한 결합’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겐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결국 저커버그 CEO는 자신을 청문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래의 문제(개인정보 무단 유출)에 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대중이 안심하기엔 너무 모호한 대책만 제시했을 뿐이었다.

카나 의원(저커버그 CEO보다 여덟 살 많다)은 ‘미국 중산층을 위한 실리콘밸리의 특사’로 불린다. 지난해부터 그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제17 하원의원 선거구에는 애플(지난 4월 16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8920억 달러), 인텔(2450억 달러), 야후(시가총액 1970억 달러인 버라이즌에 통합됐다), 테슬라(500억 달러) 같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IT 기업의 본사가 들어서 있다. 한 구역 건너가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7260억 달러) 본사가 나타난다. 그 곁에 페이스북(4800억 달러) 사옥이 보인다. 그곳의 ‘엄지 척’ 아이콘이 페이스북의 ‘해커 웨이 1번지’ 멘로파크 본사임을 알려준다.

‘해커 웨이 1번지’라는 주소는 10년 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저커버거 CEO가 내건 ‘해커의 길’이라는 모토로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이 아닌 기발하고 자유분방하며 시건방지고 때로는 오만한 문화를 말한다. 그때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하들이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수행하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 같은 여론조작 전문 조직도 없던 시절이었다. 또 CA가 수집했다는 개별 유권자의 ‘심리 특성(psychographic, 연령 성별 등 단순한 인구 특성이 아니라 성격, 개성, 라이프 스타일 등 소비자 행동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요소)’ 데이터가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하려는 정치인에게 판매되지도 않았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트롤(troll)’이라고 하면 해커나 악플러 등 인터넷상에서 파괴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중세 전설의 괴물’로만 알았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의 청문회는 IT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의원들 때문에 짜증 나는 시간으로 변질됐다. / 사진:XINHUA-NEWSIS
카나 의원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것이 미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갖는다는 것은 자기성찰보다 자화자찬을 훨씬 많이 하는 기술 엘리트층을 대변하고 그들의 행동을 해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의 재력과 강한 자만심을 잘 아는 카나 의원은 그 막대한 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동시에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민을 설득하려 애쓴다. 그는 IT 부문의 성공이 복제 가능하며 미국의 다른 지역에 경제적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광업이나 제조업이 더는 블루칼러 근로계층을 중산층으로 올려주지 못하는 곳에서 IT 산업이 유용하다고 판단한다. 요즘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관한 문제들이 계속 폭로되지만 그는 거의 모든 지역이 저커버그 CEO 같은 IT 기업가를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서 증언한 바로 그 주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카나 의원에게 ‘인터넷 권리장전(Internet Bill of Rights)’의 초안 작성을 맡겼다. 정치 수완이 좋은 펠로시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

에게 상당한 신임을 표한 제스처였다. 지금으로선 ‘인터넷 권리장전’에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 알 수 없지만 카나 의원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페이스북 사진을 훑어보거나 아마존에서 쇼핑할 때 공유하는 데이터에 관해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오래 전부터 제안했다.

아울러 ‘인터넷 권리장전’은 실리콘밸리가 어느 정도의 규제에 동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IT 대기업은 지독하게 비밀스럽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줄 수 없는 것을 자신들이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아마존이 횡포를 부린다고 불평하면서도 기저귀를 사려고 길모퉁이에 있는 편의점에 가기보다 인터넷으로 아마존에서 주문한다.
‘엄지 척’ 아이콘은 그곳이 페이스북의 ‘해커 웨이 1번지’ 멘로파크 본사임을 알려준다. / 사진:AP-NEWSIS
세계 지도자들은 트위터를 무대로 설전을 치른다. 셰프들은 이전엔 음식 비평가에게 잘보이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하면 잘 비쳐질까 고심한다. 동시에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의 트롤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구글의 알고리즘은 그런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홍보한다. 한편 테러리스트는 암호화로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지는 온라인 메신저 서비스에서 자유롭게 음모를 꾸민다. 얄궂게도 실리콘밸리는 자신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오히려 피해를 본다. ‘대마불사’라던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2008년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미국을 대침체로 몰아넣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카나 의원은 IT 대기업에 크게 실망한 여론을 올바로 파악하고 실리콘밸리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고치려고 노력한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를 두고 “외부 세계를 무시하고 혼자 성공하는 하나의 섬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국가의 부름에 답해야 한다.” 그는 만약 실리콘밸리가 그 부름에 ‘겸허하게’ 응답할 수 있다면 IT 대기업들은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요구하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곧 유럽에서 발효되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같은 규제가 그들로선 끔찍하다. GDPR에 따르면 기업이 사용자의 동의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 4월 10일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청문회 출석 직전 한 시민단체는 의사당 앞에 ‘페이스북을 고쳐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그의 실물 크기 컷아웃을 전시했다. / 사진:AP-NEWSIS
카나 의원은 지칠 줄 모르는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잠재적 지도자로 부상했다. 현재 민주당은 그 속성인 진보적인 요소와 중도주의 요소를 조화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얼굴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의회진보모임(Progressive Caucus, 진보적인 민주당 하원의원 모임)’ 소속인 그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같은 진보적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의 업계 경력, 또 IT 대기업이 포함된 지역구를 고려하면 북캘리포니아의 특성 중 하나인 급진주의 정치적 환상으로 너무 깊이 빠져들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의 민주당에 꼭 필요한 사람인 듯하다. 기질적으로 온건하지만 결코 중도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나 의원은 “지금은 민주당에 실리콘밸리의 대담한 진보적 비전이 필요하며 그 비전은 애국주의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나를 의원으로 선출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페이스북 삭제 운동(#DeleteFacebook)이 지속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문제 있는 계정을 차단하라는 압력이 가해진다. 구글엔 ‘악마가 되지 마라(Don’t be evil)’라는 잘 알려진 회사

모토에 부응하게 행동하라는 촉구가 잇따른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카나 의원의 그런 밝은 비전은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의 특사인 그는 어쩔 수 없이 위기관리자 역할을 떠맡아 인내를 촉구하고 여태껏 정치인의 훈계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업계를 상대로 한 개혁을 약속하고 나섰다.
카나 의원은 허버트 후버(사진)가 대통령으로선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상무장관으로선 뛰어났다”고 믿는다. 미국 상무부 청사도 그의 이름을 땄다. / 사진:XINHUA-NEWSIS
카나 의원의 지역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지역과 정반대에 해당한다. 그의 지역구 서북쪽엔 샌프란시스코가 있다. IT 산업의 부를 상징하는 마천루들이 번쩍이는 곳이다. 어른거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항만 반대쪽엔 1960년대 반전 운동과 히피 문화의 발상지였던 오클랜드와 버클리의 언덕이 솟아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구에서 선출된 공화당 하원의원은 단 두 명이었다. 그것도 거의 3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실리콘밸리 권역에서 70% 이상을 득표했다. 이곳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뉴욕 맨해턴에서보다 인기가 없었다.

카나 의원은 히피족과 IT 전문가 양쪽 모두를 대표한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그가 어느쪽을 선호하는지는 알기가 어렵지 않다. 그의 부모는 1968년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짙은 갈색 피부 때문에 언제나 어디 출신인지 질문받는다. 그 답은 필라델피아다. 그는 1976년 그곳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인도라는 답도 옳다. 그의 외조부 아마르나트 비드얄란카르는 옥살이를 한 야권 정치인이었다. 카나 의원은 “외할아버지가 나의 공직 진출에 큰 영감을 줬다”며 “그는 우리 가문의 전설”이라고 말했다.

카나 의원의 애국심은 필라델피아 북쪽의 번창하는 교외 지역인 벅스 카운티에서 성장한 경험에서 다져졌다. “미국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수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변치 않는 ‘미국 문화’가 있다. 그런 전통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미국은 뿌리 없는 혼합 문화가 될 수 없다.”
미국 상무부 청사.
진보 진영의 대다수는 국가 고유의 문화라는 개념을 싫어한다.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외국인혐오와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나 의원도 그런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이 애국심을 거의 전부 공화당에 양보했다고 본다. 그는 “포용성을 지향하도록 장려하는 방식으로 미국 문화를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나 의원의 지역구에 맞춘 애국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곳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아시아계가 과반수인 지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행복한 다문화 미국’의 축소판이다. 실리콘밸리 IT 부문 종사자의 71%가 이민자다.

이런 메시지는 반드시 메신저가 필요하다. 카나 의원은 “21세기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는 뜻)의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얘기까지 나가진 않았다.

1922년 허버트 후버 상무장관은 ‘미국 개인주의(American Individualism)’라는 책을 썼다. 거기서 그는 ‘진보적인 개인주의’를 옹호했다. 연방정부가 자본주의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이상향적 색채를 띤 내용이었다. 그처럼 ‘자비로운 자본주의’라는 비전을 가졌기 때문에 후버는 지금이라면 완벽한 실리콘밸리 특사감일 것이다. 어떤 면에선 지금도 그가 그런 역할을 한다. 야후와 구글 같은 IT 대기업이 탄생한 스탠퍼드대학 캠퍼스 위로 ‘후버 타워’가 솟아 있다. 보수 노선의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후버연구소도 그 캠퍼스에 있다.
카나 의원과 그의 아내 리투 아후자. 카나 의원은 기술부문의 성공이 복제될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진:ROKHANNA.COM
카나 의원의 실리콘밸리 접근법은 후버주의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반드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페이스북·구글·트위터 같은 대기업이 요즘 문제가 되는 여러 이슈에서 스스로 투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그 점을 강요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 데이터 보호,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 관련 계정, 페이스북과 구글의 광고 과점 등의 이슈를 말한다. 카나 의원은 사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 또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힘을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기업이 그런 데이터를 무한정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인터넷 권리장전’을 제안했다.

카나 의원은 “인터넷 권리장전 논의는 IT 업계 지도자들이 의회와 함께 일할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런 협력이 없으면 솔직히 말해 IT를 잘 모르는 관료들이 규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CEO에게 어설픈 질문을 늘어놓은 상원의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관료를 말한다. 만약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해당 업계가 규제 입안에 참여하는 게 훨씬 낫다는 뜻이다.

카나 의원은 곧잘 “기술 낙관론과 진보적 비전을 융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좌익에 잘 맞진 않는다. 특히 그의 순자산이 최소 2700만 달러로 캘리포니아주의 갑부 의원들(모두 합하면 4억3900만 달러 이상에 이른다) 중 네 번째로 재산이 많기 때문이다(샌디에이고 지역구의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이 1위다). 게다가 카나의 아내 리투는 오하이오주 자동차부품 업계의 거물인 몬테 아후자의 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백악관에서 IT 업계 대표들과 만나 기술의 미래를 논의했다. / 사진:AP-NEWSIS
카나 의원은 야망이 크다. 그냥 하원의 뒷자리에 앉아 따분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다. 그는 하원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워싱턴으로 거처를 옮긴 소수의 초선 의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훨씬 쉬운 홍보 수단을 마다한다. 하원 동료의원들 다수와 달리 그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큰 관심이 없다. 그의 트위터 피드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결탁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그보다 더 기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어떤 미국의 미래를 원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결점이 많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 답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카나 의원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결탁을 수사하는 특검이 잘하고 있는지 따지기보다 경제 진보주의 추진을 더 나은 길로 판단하는 젊은 하원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다.

그의 지역구가 여러 작은 나라들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이 도움도 된다. 실리콘밸리를 모방하는 지역이 많지만 아직은 어느 곳도 그 성공만큼은 모방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천국이다. 고가도로 아래 모여 있는 노숙자를 보면 IT 대기업의 성공이 전체적인 실패로 보인다. 카나 의원은 실리콘밸리를 찬양하면서도 거기서 비롯되는 불균등을 규탄한다. 그는 최근 주택 문제에 관한 포럼에서 “실리콘밸리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직원들만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난 그곳에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베이 에어리어를 넘어 다른 지역에 수출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럴 경우 샌프란시스코를 둘러싼 안개가 늦은 오후에 깨끗이 걷히듯이 특권의식도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모든 일자리와 자본, 자원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돼선 안 된다. 집중되면 이곳에 있는 기업들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에도 좋지 않다.” 카너 의원은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할 로저스와 함께 ‘실리콘 홀러(Silicon Holler)’를 추진한다. 애팔래치아 지역에 IT 일자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또 최근 그는 오하이오주 민주당 하원의원 팀 라이언과 함께 ‘러스트 벨트 사파리(Rust Belt Safari)’라는 이름으로 사양화된 공업지대인 미국 중서부의 창업투자업체들을 순회했다.

카나 의원은 그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베이 에어리어도 정기적으로 찾아가 매달 지역구의 마을회관 회의를 갖는다. 지난 2월 열린 그 모임에서 카나 의원은 예의의 실종, 러시아의 개입 등에 관한 주민의 우려를 덜어주려 애썼다. 그는 켄터키주를 방문했을 때를 돌이키며 자신이 캘리포니아주 의원이라는 사실보다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곳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농담했다. “우리는 미국의 미래를 믿는다. 이 지역을 우리가 바라는 미국의 모델로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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