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친구여, 그냥 떠나라”
“떠나라, 친구여, 그냥 떠나라”
SNS 스타로 떠오른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곳에 어떻게 왔냐고요? 장벽을 뛰어넘어 왔지요.” 비센테 폭스 멕시코 전 대통령이 청중 앞에서 우스갯소리를 했다. 지난 5월 14일 그는 미국 뉴욕 다운타운의 식당 겸 행사장인 치프리아니의 무대에 섰다. 온라인 영화와 동영상 부문의 최고 명사로서 디지털 분야의 아카데미상으로 알려진 웨비상(Webby Award)를 받기 위해서였다.
폭스는 요즘 흔히 말하는 SNS ‘셀럽’이다. 멕시코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점차 인기가 높아진다. 치프리아니에서 밝힌 웨비상 수상 소감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상태였던 2016년 초부터 폭스는 트럼프 후보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특히 부동산 거물인 트럼프 후보가 미국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폭스는 지난 1월엔 “난 그 빌어먹을 장벽 건설에 비용을 댈 생각이 없다”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은 그의 자신만만하고 코믹한 접근법에 환호성을 올렸다. 폭스는 그런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소셜미디어 스타가 됐다.
소탈하고 콧수염을 기른 폭스는 언제나 카리스마가 넘쳤다. 2000년 말 제도혁명당(PRI)의 70여 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고 대통령에 선출된 그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찾아갔다. 두 지도자는 죽이 잘 맞았다(특히 둘 다 카우보이 부츠를 좋아한다). 그들은 양국 간의 무역을 증대하고 미국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국방부 청사와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받으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 궤멸에 몰두했다. 반면 폭스 대통령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그때부터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미국에서 새로 얻은 인기를 즐기는 듯하다. 지난 5월 중순 폭스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는 7월 개최될 멕시코 대선, 또 ‘그 빌어먹을 장벽’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멕시코의 시사평론가들은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6년을 “잃어버린 기회”라고 말했다. 부당한 평가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소수당 정부였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부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책 제안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당파심이 너무 뿌리 깊어 의회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멕시코 대선 후보 중 현재 지지도가 가장 높은 좌익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를 거세게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공약이 현 시대에 쓸모없는 구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찍어내 국민에게 보조금을 나눠줌으로써 멕시코를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언론을 억압하려 한다. 멕시코는 그런 위험을 감수해선 안 된다. 무식한 그에게 맡기면 나라를 망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잘 교육 받은 중산층이 있고 상당한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돌아간다. 나라는 개방된 시장과 인적 자본을 창출하는 스마트한 경제와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열대 출신의 메시아’와 가짜 선지자들이 유권자를 세뇌시킨다.
그렇다면 멕시코를 이끌 최고의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PRI 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면 어떤 자질과 노력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PRI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지 않았는가?
메아데 후보는 PRI의 이미지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는 이단아로서 독자적으로 부패와 싸우기보다는 당에 등을 돌리지 않고 당 안에서 대통령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고치기가 왜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미국 대통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정치가가 되기보다 재선에만 모든 정력을 쏟는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개혁을 지지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민 시스템을 개혁할 마음이 별로 없었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심하다.
어떤 식으로 더 심한가?
그는 미국에 주어진 최고의 기회를 망칠 것이다. 그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로서 부자와 대기업의 부를 서민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반대로 행동한다.
장벽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벽 건설은 실패할 것이다. 미국 국민은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댈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멕시코가 그 비용을 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3개국인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한데 뭉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 블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장벽 건설 같은 일은 생각조차 해선 안 된다.
당신이 지금 멕시코 대통령이라고 해도 소셜미디어에서 그러는 것처럼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옛날 선거운동을 할 때 나는 적들을 올챙이, 독사, 전갈이라고 불렀다. 나는 목장주라서 그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을 세워선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면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빌어먹을 장벽을 세우는 데 우린 비용을 절대 못 댄다’고 말하면 메시지의 힘이 무척 세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로 그런식의 화법을 사용한다. 그는 멕시코와 다른 정치인을 극단적으로 모욕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나 존중을 받을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메시지는 강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우리는 화법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늘 진실을 말하고 진실만을 전파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떠나라, 친구여, 그냥 떠나라!
- 로버트 발렌시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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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는 요즘 흔히 말하는 SNS ‘셀럽’이다. 멕시코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점차 인기가 높아진다. 치프리아니에서 밝힌 웨비상 수상 소감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상태였던 2016년 초부터 폭스는 트럼프 후보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특히 부동산 거물인 트럼프 후보가 미국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폭스는 지난 1월엔 “난 그 빌어먹을 장벽 건설에 비용을 댈 생각이 없다”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은 그의 자신만만하고 코믹한 접근법에 환호성을 올렸다. 폭스는 그런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소셜미디어 스타가 됐다.
소탈하고 콧수염을 기른 폭스는 언제나 카리스마가 넘쳤다. 2000년 말 제도혁명당(PRI)의 70여 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고 대통령에 선출된 그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찾아갔다. 두 지도자는 죽이 잘 맞았다(특히 둘 다 카우보이 부츠를 좋아한다). 그들은 양국 간의 무역을 증대하고 미국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국방부 청사와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받으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 궤멸에 몰두했다. 반면 폭스 대통령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그때부터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미국에서 새로 얻은 인기를 즐기는 듯하다. 지난 5월 중순 폭스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는 7월 개최될 멕시코 대선, 또 ‘그 빌어먹을 장벽’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멕시코의 시사평론가들은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6년을 “잃어버린 기회”라고 말했다. 부당한 평가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소수당 정부였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부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책 제안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당파심이 너무 뿌리 깊어 의회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멕시코 대선 후보 중 현재 지지도가 가장 높은 좌익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를 거세게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공약이 현 시대에 쓸모없는 구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찍어내 국민에게 보조금을 나눠줌으로써 멕시코를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언론을 억압하려 한다. 멕시코는 그런 위험을 감수해선 안 된다. 무식한 그에게 맡기면 나라를 망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잘 교육 받은 중산층이 있고 상당한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돌아간다. 나라는 개방된 시장과 인적 자본을 창출하는 스마트한 경제와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열대 출신의 메시아’와 가짜 선지자들이 유권자를 세뇌시킨다.
그렇다면 멕시코를 이끌 최고의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PRI 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면 어떤 자질과 노력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PRI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지 않았는가?
메아데 후보는 PRI의 이미지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는 이단아로서 독자적으로 부패와 싸우기보다는 당에 등을 돌리지 않고 당 안에서 대통령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고치기가 왜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미국 대통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정치가가 되기보다 재선에만 모든 정력을 쏟는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개혁을 지지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민 시스템을 개혁할 마음이 별로 없었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심하다.
어떤 식으로 더 심한가?
그는 미국에 주어진 최고의 기회를 망칠 것이다. 그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로서 부자와 대기업의 부를 서민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반대로 행동한다.
장벽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벽 건설은 실패할 것이다. 미국 국민은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댈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멕시코가 그 비용을 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3개국인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한데 뭉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 블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장벽 건설 같은 일은 생각조차 해선 안 된다.
당신이 지금 멕시코 대통령이라고 해도 소셜미디어에서 그러는 것처럼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옛날 선거운동을 할 때 나는 적들을 올챙이, 독사, 전갈이라고 불렀다. 나는 목장주라서 그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을 세워선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면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빌어먹을 장벽을 세우는 데 우린 비용을 절대 못 댄다’고 말하면 메시지의 힘이 무척 세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로 그런식의 화법을 사용한다. 그는 멕시코와 다른 정치인을 극단적으로 모욕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나 존중을 받을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메시지는 강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우리는 화법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늘 진실을 말하고 진실만을 전파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떠나라, 친구여, 그냥 떠나라!
- 로버트 발렌시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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