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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여라”

“제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여라”

분노와 스트레스는 판단의 산물일 뿐이라는 고대 스토아 철학에서 현대 삶의 지혜 찾으려는 추세 늘어나
로마 제정시대의 스토아 학파 철학자. (왼쪽부터) 세네카의 죽음, 에픽테토스, ‘명상록’을 집필하는 아우렐리우스. / 사진:WIKIMEDIA COMMONS(2), COURTESY OF JOHN SELLARS
로마인이 남긴 것 중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업적은 무엇일까? 우선 도로가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확실한 최고의 유산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갈지 알려주는 지침은 어떨까? 시대 상황이 너무 달라 로마인이 그에 관해 우리에게 알려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에게 바로 그 지침을 제공한 로마제정 시대 스토아 학파 철학자 3명이 남긴 저서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네로 황자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노예 출신인 에픽테토스,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그들이다.

그들의 스토아 철학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지침을 제시한 책이 많이 나왔다. 윌리엄 어빈이 쓴 ‘직언: 죽은 철학자들의 살아 있는 쓴소리(A Guide to the Good Life)’, 도널드 로버트슨이 지은 ‘스토아 철학과 행복의 기술(Stoicism and the Art of Happiness)’, 라이언 홀리데이와 스티븐 핸슬먼이 함께 저술한 ‘하루 10분 내 인생의 재발견(The Daily Stoic)’,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스토아 철학 실천법(How to Be a Stoic)’ 등이다. 이런 책들은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 로마 시대 스토아 철학을 음미해보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제시한다. 스토아 철학을 기리는 연례 주간 행사도 있다.

스토아 철학은 행복한 삶의 열쇠가 뛰어난 정신 상태를 배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토아 학파는 그것을 미덕과 합리성으로 봤다. 이상적인 삶은 자연과 조화을 이루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삶이며 외부 사건에 대해 평온한 무관심을 갖는 데서 나온다는 아이디어다. 원래 그리스에서 시작된 사상으로 기원전 300년께 제논이 창시했다. 제논은 아테네 아고라 광장에 있는 주랑(스토아) 아래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거기서 ‘스토아 학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기 그리스 스토아 철학자들의 저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따라서 지난 수 세기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지금도 널리 알려진 스토아 철학자는 전부 로마 제정시대 인물들이다.
 자신의 생각을 제어하라
그렇다면 스토아 철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에픽테토스가 스토아 사상을 요약한 짧은 저서 ‘편람(Handbook)’에 두 가지 기본 원칙이 나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우리의 불행 대부분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원칙이다.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제어할 수 없으며,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제어할 수 없고, 우리 몸조차 완전히 제어할 수 없다(우리의 소망과 상관없이 우리 몸은 손상되고 병들며 궁극적으로 죽음에 이른다). 우리가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사물과 사건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판단뿐이다.

이런 조건이 에픽테토스의 두 번째 기본 원칙으로 이어진다. 우리를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일 뿐이라는 원칙이다. 사건은 늘 발생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사건을 두고 판단한다.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하면 그 일의 속성에 따라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불안해한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겁내거나 두려워하게 된다. 이 모든 감정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산물이다. 사물이나 사건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되는 것을 두고 다른 사람은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좋아할 수도 있다.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다. 그 판단이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촉발한다.

스토아 철학의 긍정적인 측면은 이런 가치 판단을 우리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발생하는 사건은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쁠 게 없다. 거기에 우리가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 안에 있다. 스토아 철학의 역설은 에픽테토스가 말하듯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완전히 제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을 훈련하라
얼핏 보면 이런 논리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생계를 꾸리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생각만 고쳐먹는다고 어떻게 생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스토아 철학자들은 그런 문제도 회피하지 않았다. 그들도 삶은 때때로 아주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했다.

세네카는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다. 자신이 유배 생활을 겪었고, 친인척과 친구들을 잃었으며, 끝내 자신이 가르치고 조언하던 네로 황제에 의해 자살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돼 즉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을 받고 자결했다). 또 그는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어떤 사건에도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란 점 역시 잘 알았다.

따라서 스토아 학파는 그런 원칙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훈련 방법을 고안했다. 예를 들어 세네카는 하루가 끝나면 자신을 돌아보라고 권고했다. 사소한 문제에 짜증을 냈는지, 애먼 사람에게 화냈는지 등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식함으로써 다음 날 더 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아우렐리우스의 전략은 약간 달랐다. 그는 매일 아침 그날 닥칠 분노와 스트레스, 초조를 예상하고 혐오스러운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을 상기시켰다. 미리 그런 생각을 해두면 실제 상황에 처했을 때 격한 반응을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상대방도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그런 반응을 보일 뿐이라고 이해했다.

바로 여기에 또 다른 역설이 있다. 아무도 스스로 원해서 불행하고, 스트레스 받고, 화내고, 슬픈 게 아니지만 실제는 그 모든 감정이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판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여라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스토아 철학의 또 다른 마음 훈련 전략은 우리 자신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하는 것이다. 세계는 결코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주의 광대함과 시간의 무한함을 자주 숙고했다. 자신의 짧은 삶을 더 넓은 맥락에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광대한 우주와 무한한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삶은 순간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임의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우주가 가져다주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우주가 우리의 의지를 따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에픽테토스가 말했듯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주가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우리는 결국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주가 가져다 주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삶은 훨씬 편하고 순조로워진다. 물론 이 역시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즘 스토아 철학의 조언에 주목하고 그 전략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진다.

- 존 셀라스



※ [필자는 영국 로열홀러웨이 런던대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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