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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리는 해외 틈새가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 열풍에 비싸도 인기

[한국 노리는 해외 틈새가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 열풍에 비싸도 인기

다이슨 매출 2배 이상 ‘껑충'...국내 대기업이 손놓은 소형 가전에서 강세
지난 3월 열린 다이슨 신제품 발표회에서 존 처칠 다이슨 청소기 사업부 부사장이 ‘V10’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다이슨 제공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잠실 월드타워점에는 다이슨 전용 브랜드관이 생겼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비롯해 무선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유명한 영국 가전 브랜드 다이슨의 국내 매출이 급상승하자 아예 전용판매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롯데하이마트의 다이슨 전용 브랜드관은 올 초까지만 해도 전국 460개 매장 중 10여 개에 불과했지만, 연내 5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유명 프리미엄 가전 업체들이 국내 틈새가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출시해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다이슨은 틈새가전 시장의 대표적인 강자로 꼽힌다. 다이슨은 지난해 한국 청소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손잡이에 모터가 달린 60만~90만원대 안팎의 스틱형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를 한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핸디형 청소기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뒤늦게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다이슨 제품과 유사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를 내놓고 추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핸디형 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의 브랜드 네임밸류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다이슨, 청소기·헤어드라이기 대박 행진
가격 대비 만족감을 따지는 ‘가심비’ 소비자를 위한 가전이 늘고 있다. 1500만원짜리 고가 음료수 전용 냉장고인 스메그 ‘SMEG 500’. / 사진:스메그 제공
다이슨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같은 원리를 채택한 5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다이슨 제품 매출은 2016년 전년 대비 160%, 지난해에는 220% 급신장했다. 이 같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에 영국 다이슨 본사는 지난해 말 한국법인 ‘다이슨 코리아’까지 설립하면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해외 가전 브랜드는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나라 1인 가구와 틈새가전 시장을 일찌감치 주목했다. 테팔은 그릴과 전기주전자, 일렉트로룩스는 블렌더 등 ‘주방 소형 가전’ 부문 강자다. 소닉케어와 에어프라이어가 주력인 필립스는 ‘생활 소형 가전’ 부문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냈다. 이탈리아 가전제품 브랜드인 스메그는 당초 톡톡 튀는 디자인의 소형 냉장고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대형 냉장고를 장만하는 대신 중소형 냉장고와 와인·김치냉장고 등 ‘서브 냉장고’를 구입하는 트렌드가 불면서 스메그의 작고 예쁜 냉장고가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스메그코리아는 지난해부터 토스터·전기포트·믹서기(블렌더)·반죽기 등 소형 가전에 힘을 실으며 틈새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들 소형 가전 4종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51% 이상 신장했다. 최근에는 반자동 커피머신과 착즙기 등 판매 범위를 더욱 넓혔다. 그간 기술 중심의 국내 가전 시장에서 가전을 하나의 인테리어 제품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을 차별화하며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스메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커피머신과 착즙기를 제외한 소형 가전 4종 중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제품은 반죽기와 믹서기였으며 전기포트·토스터 순으로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국내 판매가 크게 늘자 아예 이탈리아 본사와 협업해 전기포트와 반자동 커피머신 등을 한국의 전력 기준에 맞게 제작해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킨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메그코리아는 향후 국내에 출시하는 모든 제품을 한국형 제품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 고객만을 위해 한국의 주거 환경이나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제품과 반자동 커피머신, 반죽기 등 스메그의 프리미엄 소형 가전 구매 고객만을 위한 무료 출장서비스 등을 실시하는 등 사후(A/S)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형 가전 분야에서 해외 프리미엄 가전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스메그도 소형 가전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틈새가전 시장에서 고가의 해외 프리미엄 상품이 큰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소확행 트렌드와 맞물린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소비 열풍도 한몫을 했다. ‘소형 가전은 저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제값하는 필수품’이라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매일 쓰는 제품인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에어컨보다 비싼 선풍기도 등장했다. 일본 발뮤다의 ‘그린팬S’ 선풍기는 ‘적은 소음에 초미풍으로 야간 시간대나 아기가 있는 집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사용 후기들이 나왔다. 나비 날갯짓보다 좀더 크다는 13데시벨 수준의 낮은 소음, 14개 이중구조 날개의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소비 전력도 3W에 불과하다. 다만 가격은 50만원대로, 배터리, 지지대 등을 합치면 70만원에 육박한다.

발뮤다가 내놓은 토스터 역시 출고가 기준 30만원에 이르지만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세간의 평판은 작은 기술력 차이에서 비롯됐다. 이 기기에는 작은 물컵이 포함돼 있어 빵 종류에 따라 물을 소량 붓게 돼 있다. 덕분에 바짝 구워진 빵이 아니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의 빵이 탄생한다. 2003년 정보기술(IT) 주변기기 업체로 출발할 당시만 해도 발뮤다는 이름 없는 회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틈새시장을 노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단시간내 ‘가전계의 애플’로 급부상했다. 발뮤다의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97%로 나타났다.
 토스터 하나로 ‘가전계의 애플’ 된 발뮤다
일각에서는 중국 샤오미 등이 다이슨을 모방한 ‘차이슨’을 내놓으며 틈새가전 시장에서 저가 공략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이슨은 디자인은 베껴도 기술력은 모방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실제로 다이슨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5억 파운드(약 5조2600억원)에 달했는데, 매주 800만 파운드(약 118억원)를 R&D에 투자했다. 1년 기준으로 따지면 약 614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근무하는 엔지니어·과학자 수는 4400여명에 이른다. 존 처칠 다이슨 청소기 사업부 부사장은 3월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고객은 저가 제품을 구입해 교체 주기를 짧게 하면 된다”면서 “반면 ‘제대로 된 성능의 제품을 쓰고 싶다’는 고객들은 결국 다이슨을 찾을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R&D에 힘쓰는 이유”라고 밝혔다. 발뮤다 관계자는 “제품 본연의 기능이 뛰어나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브랜드의 높은 판매량에 비해 애프터서비스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테팔과 일렉트로룩스 등 해외 가전 브랜드는 외주 방식으로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이들이 보유한 외주 서비스망 개수는 각각 전국 50여 곳에 불과하다. 국산 가전 브랜드가 130곳 이상의 서비스망에 4000명 이상의 엔지니어 인력(LG전자 기준)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열악한 상황이다. 다이슨 역시 부품 수급과 수리 기간이 수주에서 한달 이상으로 길어 소비자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외 가전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에 비해 서비스망이 약한 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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