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황’의 두 얼굴
트럼프 ‘호황’의 두 얼굴
대다수 미국인이 피부로 느끼는 임금·직업안정·주거비·헬스케어 등의 개인적인 경제는 더 악화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를 잘 꾸려나간다는 통념이 확산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올해의 최대 화제는 뭐니뭐니 해도 탄탄하고 오래 가는 경제호황”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대다수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맞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뒤 주식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트럼프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면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어쨌든 상장주식의 80% 이상을 미국의 10% 부자가 소유하니 애당초 대다수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승장 혜택을 별로 못 봤다.
무역전쟁도 보통 근로자에게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로 예컨대 포드는 지금까지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으면서 대규모 감원을 계획하는 처지에 몰렸다. 경제성장은 어떨까? 상무부의 데이터를 보면 2분기 4.2%의 성장을 기록하며 고속 질주하는 중이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 중 보통 미국인에게까지 돌아가는 건 거의 없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요즘 시급은 40년 전에 비해 별로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고 나머지 모두의 임금을 4000달러씩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공화당 측이 의회에서 올린 거의 유일한 업적이 감세인데도 선거운동에 내세우지 않는 한 가지 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시간 당 7.25달러에 묶여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한다. 트럼프 정부의 노동부도 1.5배의 초과근무 수당을 적용 받는 근로자 대상을 확대한 규칙을 폐지하려 한다. 실업률은 2.7%로 떨어졌지만 일자리는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현재 미국의 근로자 5명 중 1명이 계약 근로자다. 가족휴가·병가·실업보험·최저임금 또는 재해보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다.트럼프의 노동부는 직원을 계약 근로자로 재분류하도록 많은 기업에 권유했다. 노동부의 새 규칙은 반증이 없는 한 근로자를 직원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최근 결정을 완화한다(캘리포니아주의 크기를 감안할 때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한편 주거비가 급증하면서 대다수 미국인이 집세나 주택대출금 상환에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응? 저소득층 주택의 대폭적인 감축이다. 트럼프 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도 공적보조를 받은 주택지구의 영세민 가구가 내는 집세를 3배로 인상하려 한다.
헬스케어 비용은 계속 물가보다 더 빨리 오른다. 트럼프의 대응? 건강보험개혁법을 약화시킨다. 민간 헬스케어 재단 커먼웰스 펀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약 4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상실했다.
의약품값도 통제를 벗어났다. 트럼프의 대응? 최대 드러그스토어 CVS와 최대 건강보험사 중 하나인 애트나의 합병 허용이다. 약값을 더 올릴 힘을 가진 공룡을 탄생시켰다.
대학 등록금도 계속 급등한다. 트럼프의 대응? 영리 대학이 학생들을 사취하기 쉽게 만든다. 트럼프 정부의 베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영리 대학에서 재학생 대상 유급 일자리의 창출을 입증하도록 하는 규제를 없애고 있다.
도로와 교량이 혼잡해지고 지하철과 철도가 낡아 고장이 잦아지면서 출퇴근이 힘들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응? 미국의 붕괴되는 인프라 개선에 1조500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기업과 부유층 대상의 1조5000억 달러 감세로 그 돈을 날려버렸다. 홍수·토사붕괴·회오리바람·가뭄·산불 등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도 미국 보통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금껏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것이다. 범람원(flood plains, 홍수에 쉽게 잠기는 강가 평지) 또는 트레일러에서 또는 주택보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트럼프의 대응? 대기 중으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킨다.
‘경제’에 관한 토론에선 성장·주식시장·실업에 관한 전반적인 통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그런 경제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임금·직업안정·출퇴근·주거비·헬스케어·약값·교육비·주택보험과 더 관계가 깊은 개인적인 경제에서 살아간다.
이런 것들이 보통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 호황 대신 이 같은 모든 측면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이 중에는 그의 대통령 취임 전에 시작된 트렌드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근저로 지난 2월 펴낸 ‘공동선(The Common Good)’이 있다. 이 기사는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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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대다수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맞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뒤 주식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트럼프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면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어쨌든 상장주식의 80% 이상을 미국의 10% 부자가 소유하니 애당초 대다수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승장 혜택을 별로 못 봤다.
무역전쟁도 보통 근로자에게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로 예컨대 포드는 지금까지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으면서 대규모 감원을 계획하는 처지에 몰렸다. 경제성장은 어떨까? 상무부의 데이터를 보면 2분기 4.2%의 성장을 기록하며 고속 질주하는 중이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 중 보통 미국인에게까지 돌아가는 건 거의 없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요즘 시급은 40년 전에 비해 별로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고 나머지 모두의 임금을 4000달러씩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공화당 측이 의회에서 올린 거의 유일한 업적이 감세인데도 선거운동에 내세우지 않는 한 가지 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시간 당 7.25달러에 묶여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한다. 트럼프 정부의 노동부도 1.5배의 초과근무 수당을 적용 받는 근로자 대상을 확대한 규칙을 폐지하려 한다. 실업률은 2.7%로 떨어졌지만 일자리는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현재 미국의 근로자 5명 중 1명이 계약 근로자다. 가족휴가·병가·실업보험·최저임금 또는 재해보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다.트럼프의 노동부는 직원을 계약 근로자로 재분류하도록 많은 기업에 권유했다. 노동부의 새 규칙은 반증이 없는 한 근로자를 직원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최근 결정을 완화한다(캘리포니아주의 크기를 감안할 때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한편 주거비가 급증하면서 대다수 미국인이 집세나 주택대출금 상환에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응? 저소득층 주택의 대폭적인 감축이다. 트럼프 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도 공적보조를 받은 주택지구의 영세민 가구가 내는 집세를 3배로 인상하려 한다.
헬스케어 비용은 계속 물가보다 더 빨리 오른다. 트럼프의 대응? 건강보험개혁법을 약화시킨다. 민간 헬스케어 재단 커먼웰스 펀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약 4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상실했다.
의약품값도 통제를 벗어났다. 트럼프의 대응? 최대 드러그스토어 CVS와 최대 건강보험사 중 하나인 애트나의 합병 허용이다. 약값을 더 올릴 힘을 가진 공룡을 탄생시켰다.
대학 등록금도 계속 급등한다. 트럼프의 대응? 영리 대학이 학생들을 사취하기 쉽게 만든다. 트럼프 정부의 베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영리 대학에서 재학생 대상 유급 일자리의 창출을 입증하도록 하는 규제를 없애고 있다.
도로와 교량이 혼잡해지고 지하철과 철도가 낡아 고장이 잦아지면서 출퇴근이 힘들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응? 미국의 붕괴되는 인프라 개선에 1조500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기업과 부유층 대상의 1조5000억 달러 감세로 그 돈을 날려버렸다. 홍수·토사붕괴·회오리바람·가뭄·산불 등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도 미국 보통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금껏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것이다. 범람원(flood plains, 홍수에 쉽게 잠기는 강가 평지) 또는 트레일러에서 또는 주택보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트럼프의 대응? 대기 중으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킨다.
‘경제’에 관한 토론에선 성장·주식시장·실업에 관한 전반적인 통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그런 경제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임금·직업안정·출퇴근·주거비·헬스케어·약값·교육비·주택보험과 더 관계가 깊은 개인적인 경제에서 살아간다.
이런 것들이 보통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 호황 대신 이 같은 모든 측면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이 중에는 그의 대통령 취임 전에 시작된 트렌드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근저로 지난 2월 펴낸 ‘공동선(The Common Good)’이 있다. 이 기사는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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