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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디지털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

기업이 디지털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역량과 문화 같은 다른 요인의 중요성 간과해선 안돼
기업의 조직 전반에 걸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사진:HANDOUT
디지털 혁신이 전 세계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다. 디지털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특정 고객 대응방식의 배경을 이해하고 시장을 재정의하고 고객을 재유치하고 원가기반을 재구성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기술 혁신만 한다고 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는 없다. 미래의 물결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디지털화를 ‘제대로’ 해야 한다.

최근 조사에선 글로벌 기업 중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고 여기는 비율이 8%에 그쳤으며 23%는 디지털 혁신의 초기 단계에 있었다.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업계의 상위 4분의 1에 속하지만 그러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기대와 결과 간의 괴리를 이해하기 위해 EXL 서비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와 공동으로 여러 산업에 걸쳐 800여 명의 글로벌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디지털 혁신 이니셔티브가 실패하는 3대 이유는 기술보다는 인적자원 문제가 핵심을 이룬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고립적인 조직 구조, 필요한 자원의 조달을 막는 무관심, 첨단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부적격 근로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디지털 혁신은 개별적인 기술 도구를 둘러싼 과대선전에 매몰되지 않고 개별 기업의 도전과제에 대한 솔루션 모색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조사팀은 결론지었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성공적인 고객 대응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디지털 지능(데이터·인재·기술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디지털 지능을 갖춘 기업은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 스마트하게 집행하고 수익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디지털 지능은 인적 자원과 복잡하고 상호 의존적인 기술을 결합해 맞춤형의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디지털 지능을 구축하려는 기업들과 협력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혁신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때 기업이 고려해야 하는 특정 요인들을 추려냈다. 변화를 실현하는 데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혁신 그 자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다.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데 특정 기술이 중요하지만 기업 문화 그리고 회사 DNA에 디지털 역량과 사고가 어느 정도 새겨졌는지와 같은 변수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걸림돌은 경영진과 직원 간의 단절이다. HBR과 공동으로 작성한 우리 보고서의 전체 설문 응답자 중 53%가 이를 뒷받침했다.

회사의 모든 관리자가 디지털 변화 전략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고 지지하지 않을 경우 성공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비전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두고 경영진과 중간관리자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을 때는 디지털 혁신 노력이 실패한다. 어떤 이니셔티브가 전적으로 IT 위주 또는 마케팅 중심으로 간주될 때 다른 업무 분야의 고위 이해관계자들은 자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기업은 또한 조직 전반에 걸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적절한 교육 없이 사람들이 신기술을 도입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술이 근로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업무역량을 보완해 (인간과 기술이 함께) 더 효율적·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기업이 이해할 때 그 중요성은 훨씬 더 커진다. 디지털 혁신 이니셔티브의 가장 뛰어난 결과 중 일부를 향유하는 첨단기술 업계는 특히 인력 재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조사에선 첨단기술 업체 중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인력을 재교육하는 비율은 62%인 반면 기타 전체 기업의 비율은 55%였다.

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 서비스 업체의 82%는 선호 채널 전반에 걸쳐 고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디지털 혁신을 도입하게 됐다고 답했다. 오늘날 기업들은 사업 활동·소셜미디어·인터넷 그리고 제3자 데이터 업체의 체계화·비체계화 데이터를 모두 이용해 고객을 집단적·개별적으로 더 잘 파악하려 애쓴다. 제대로 분석한다면 독특한 고객 수요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인화해 고객의 주문에 응할 수 있다.

기업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통해 고객과 다채널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기술로 고객과의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해야 한다. 설문 응답자의 69%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모바일 앱을 자사에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회사 디지털 이니셔티브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이냐고 묻자 기업들은 대체로 지난해의 목표와 같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8%는 효율성 향상을 지향한다고 말했으며 75%는 고객가치 강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도전과제와 원하는 결과를 지정하는 세부 전략이 없으면 신기술 투자는 실패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 성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사전에 공식전략을 수립하는 비율이 실패하는 기업의 3배에 달한다.

실질적인 혁신을 이룩하려면 경영진부터 ‘정신 모델’을 바꿔야 한다. ‘정신 모델’은 과거에 통한 것과 통하지 않은 것을 토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고방식을 말한다.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쉽지는 않다. 특히 디지털 혁명 이전에 생겨난 오래된 기업일수록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크다.

과거엔 주로 디지털 채널의 구축과 신기술 도입이 일차적인 디지털 혁신 방식이었다. 요즘엔 디지털 전략을 전체 기업 전략의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 전향적인 시각이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기업들이 자사의 사업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지 못해 제3자의 눈을 빌려 가시적인 사업 결과를 이룩해야 할 때도 있다.

일단 원하는 결과가 결정되면 적절한 측정기준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엉뚱한 기준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 너무 많다. 직원이나 컨설턴트가 한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느냐 또는 실제 기록이 얼마나 디지털화됐느냐 등이다. 생산성·매출증가·수익성·고객만족 같은 중요한 분야의 결과에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진과 중간관리층 전반에 걸쳐 그 전략을 지원하도록 하는 기업이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다. 그런 기업들은 또한 결과를 정의하고 측정하며 기존 직원에 대한 교육 그리고 필요할 때는 신규 채용을 통해 내부 역량 강화에 힘쓴다. 그러려면 대체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에 맞춤 로드맵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영입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한 발전적인 결과는 사업 성공과 정비례한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에 성공하려면 기업의 역량과 문화 같은 다른 요인의 중요성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 모히트 만찬다



※ [필자는 EXL 서비스 영국·유럽의 컨설팅 업무 책임자이며 기업의 디지털 혁신 접근법 그리고 솔루션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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