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오른 유가, 12일만에 ‘폭삭’
12개월 오른 유가, 12일만에 ‘폭삭’
미국이 8개국에 대 이란 제재에 대한 예외 인정해 석유공급 크게 경색되리라는 시장의 우려 하루밤 새 사라졌다 원유가가 1년 반 동안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여름 조용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올가을 본격적으로 오름세에 탄력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의 생산 차질뿐 아니라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새로 가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으로 석유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름세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6월부터 장기간의 대세 상승이 시작돼 지난 10월 절정에 이를 때까지 원유가가 약 75% 상승했다.
그러나 그런 오름세가 갑자기 중단됐다. 11월 초 12거래일 동안 원유가가 날마다 미끄러져 내렸다. 원자재 시세 연속 하락의 신기록이다. 전체적으로 원유가가 20% 이상 하락해 공식적으로 약세장으로 전환했으며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유가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최근 몇 달 동안 유가 상승의 한 가지 요인은 미국의 이란 제재 위협이었다. 제재가 가해진다면 이란의 석유수출이 크게 제한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강경노선을 취할 경우 이란의 공급분 중 상당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트레이더들은 우려했다. 일부 분석가는 모든 나라가 이란 제재에 협력할 경우 글로벌 공급량이 무려 하루 250만 배럴(BPD)이나 감소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유가가 세 자리 수로 다시 상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마지막 순간 이란의 주요 고객 중 인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원유수입 금지조치에 대한 예외를 인정했다. 그 때문에 석유공급이 크게 경색되리라는 시장의 우려가 거의 하루밤 새 사라졌다. 대신 지금은 예상되는 이란 원유의 공급감소를 보완하려 다른 나라들이 생산량을 늘렸음을 감안해 공급과잉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갑작스런 상황반전에 대다수 석유시장 관측통이 허를 찔렸지만 유가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경고한 그대로 실현됐다. OPEC 지도자들은 관측통들이 이란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다른 곳의 상황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공급난 우려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경고했다. OPEC는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시장이 지금은 균형점에 도달했지만 OPEC 비회원국들의 내년 공급증가 전망은 공급량 증가가 세계 석유수요 증대를 뛰어넘어 시장에 공급과잉이 확대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OPEC는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223만 BPD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의 예측보다 12만 BPD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공급증가는 수요증가 예상치가 줄어드는 시점과 맞물린다. OPEC는 내년 석유 수요가 129만BPD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난 10월의 예상치보다 7만BPD 낮고 지난 7월에 전망한 내년 증가분 145만BPD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다.
OPEC 회원국들은 그런 잠재적인 공급과잉 문제의 해결에 힘쓰고 있다. 총생산량을 최대 140만BPD까지 감축하는 조치를 논의해 왔다. 예상되는 이란의 공급감소 중 일부를 상쇄하기 위해 100만BPD를 더 시추하기로 한 앞서의 정책적 결정을 번복하는 셈이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이 삭감에 합의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 때문에 특히 수요증가세가 계속 둔화될 경우 유가가 여전히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
최근의 유가급락은 자연스럽게 대다수 석유업종 주가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미국 시추업체 디본 에너지, 파이오니어 내처럴 리소시즈, 마라톤 오일 모두 최근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그들에게 전적으로 불리하지는 않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디본 에너지와 마라톤 오일 같은 기업은 현재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주가가 지난 반년 사이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지금은 소각하는 유통 주식의 비율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이번 유가급락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져 내년 지출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디본의 경우 앞서 올해 24억 달러인 지출액을 내년에는 24억~27억 달러대로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을 15%에서 19%로 늘릴 수 있다. 지금은 지출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파이오니어 내처럴 리소시즈는 유가가 상승할 때 올해 예산을 29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증액했다. 그러나 그 금액이 올해 예상 현금흐름 총액과 맞먹기 때문에 내년에는 그 만큼 지출할 수 없을지 모른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석유시장에 대한 석유업체들의 낙관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낙관적 전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들이 계획을 재고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주주가치 창출 잠재력을 지닌 유정을 시추하기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할 가능성도 있다.
- 매튜 딜라노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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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오름세가 갑자기 중단됐다. 11월 초 12거래일 동안 원유가가 날마다 미끄러져 내렸다. 원자재 시세 연속 하락의 신기록이다. 전체적으로 원유가가 20% 이상 하락해 공식적으로 약세장으로 전환했으며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유가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최근 몇 달 동안 유가 상승의 한 가지 요인은 미국의 이란 제재 위협이었다. 제재가 가해진다면 이란의 석유수출이 크게 제한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강경노선을 취할 경우 이란의 공급분 중 상당량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트레이더들은 우려했다. 일부 분석가는 모든 나라가 이란 제재에 협력할 경우 글로벌 공급량이 무려 하루 250만 배럴(BPD)이나 감소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유가가 세 자리 수로 다시 상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마지막 순간 이란의 주요 고객 중 인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원유수입 금지조치에 대한 예외를 인정했다. 그 때문에 석유공급이 크게 경색되리라는 시장의 우려가 거의 하루밤 새 사라졌다. 대신 지금은 예상되는 이란 원유의 공급감소를 보완하려 다른 나라들이 생산량을 늘렸음을 감안해 공급과잉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갑작스런 상황반전에 대다수 석유시장 관측통이 허를 찔렸지만 유가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경고한 그대로 실현됐다. OPEC 지도자들은 관측통들이 이란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다른 곳의 상황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공급난 우려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경고했다. OPEC는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시장이 지금은 균형점에 도달했지만 OPEC 비회원국들의 내년 공급증가 전망은 공급량 증가가 세계 석유수요 증대를 뛰어넘어 시장에 공급과잉이 확대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OPEC는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223만 BPD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의 예측보다 12만 BPD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공급증가는 수요증가 예상치가 줄어드는 시점과 맞물린다. OPEC는 내년 석유 수요가 129만BPD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난 10월의 예상치보다 7만BPD 낮고 지난 7월에 전망한 내년 증가분 145만BPD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다.
OPEC 회원국들은 그런 잠재적인 공급과잉 문제의 해결에 힘쓰고 있다. 총생산량을 최대 140만BPD까지 감축하는 조치를 논의해 왔다. 예상되는 이란의 공급감소 중 일부를 상쇄하기 위해 100만BPD를 더 시추하기로 한 앞서의 정책적 결정을 번복하는 셈이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이 삭감에 합의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 때문에 특히 수요증가세가 계속 둔화될 경우 유가가 여전히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다.
최근의 유가급락은 자연스럽게 대다수 석유업종 주가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미국 시추업체 디본 에너지, 파이오니어 내처럴 리소시즈, 마라톤 오일 모두 최근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그들에게 전적으로 불리하지는 않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디본 에너지와 마라톤 오일 같은 기업은 현재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주가가 지난 반년 사이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지금은 소각하는 유통 주식의 비율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이번 유가급락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져 내년 지출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디본의 경우 앞서 올해 24억 달러인 지출액을 내년에는 24억~27억 달러대로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을 15%에서 19%로 늘릴 수 있다. 지금은 지출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파이오니어 내처럴 리소시즈는 유가가 상승할 때 올해 예산을 29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증액했다. 그러나 그 금액이 올해 예상 현금흐름 총액과 맞먹기 때문에 내년에는 그 만큼 지출할 수 없을지 모른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석유시장에 대한 석유업체들의 낙관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낙관적 전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들이 계획을 재고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주주가치 창출 잠재력을 지닌 유정을 시추하기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할 가능성도 있다.
- 매튜 딜라노 모틀리 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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