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유예된 MP그룹 위기 왜?] 갑질 논란에 이어 냉동피자 인기에 직격탄
[상장폐지 유예된 MP그룹 위기 왜?] 갑질 논란에 이어 냉동피자 인기에 직격탄
정우현 전 회장 경영 포기 확약서 제출… MP그룹 “경영 투명성 제고해 신뢰 받을 것”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유명한 MP그룹이 코스닥 상장 9년 만에 퇴출 위기를 맞았다가 간신히 면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MP그룹에 개선 기간 4개월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지난 12월 10일 공시했다. 거래소는 12월 3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MP그룹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폐지 결정이 4개월 조건부로 유예된 셈이다. 다만 4개월 후에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 결과를 수용하면 상장폐지가 확정되고 정리매매가 시작된다. 앞서 거래소는 MP그룹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지난해 10월 개선 기간을 부여했지만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 법인이 ‘의견거절’ 보고서를 내놨다. MP그룹은 2009년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미스터피자 외에도 커피 전문점 ‘마노핀’ 과 식사 공간 ‘식탁(SICTAC)’ 등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이다.
MP그룹의 핵심인 미스터피자는 1990년 서울 1호점으로 시작해 2000년대 한때 피자 업계 1위에 오를 만큼 승승장구했다. 애초 미스터피자는 재일교포 2세가 설립한 일본 법인이 본사였지만, 덩치가 커진 한국 지사가 본사를 사들일 정도였다. 음료 프랜차이즈인 ‘스무디킹’ 미국 본사가 2012년 한국 법인에 인수됐던 사례를 연상 시킨다. MP그룹은 그러나 2014년부터 실적이 급격이 악화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3년 간 연매출은 10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연간 순손실이 2015년 33억원에서 지난해 111억원으로 불어날 만큼 경영 내실이 나빠졌다. 미스터피자 본사, 그리고 오너인 정우현 전 회장의 일명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분석이다. 이야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100여 명은 미스터피자 본사가 정부 지침과 달리 부당한 광고비 집행을 종용했다며 항의했다. 가맹점마다 광고비 부담이 매출의 4%, 연간 약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극심하다는 문제 제기였다. 그러자 미스터피자 본사는 가맹점주협의회 측 이승우 회장의 가맹점 계약 해지를 집행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면서 더욱 큰 반발을 샀다. 그 사이 정 전 회장 개인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피자 재료인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팔아 연간 수십억원의 이득을 편취했다는 혐의였다.
미스터피자는 계속 구설수에 올랐다.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가맹점주가 새로 연 가게 근처에 본사가 직영점을 내고 이른바 ‘보복 영업’을 했다는 혐의가 새롭게 제기됐다. 심지어 탈퇴한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뿐 아니다. 2016년 정 전 회장은 새로운 브랜드로 매장오픈을 준비하던 가운데 이 건물에서 일하던 경비원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자신이 식당 안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경비원이 건물 셔터를 내려 화가 났다며 그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린 것이다. 가맹점들은 물론 소비자까지 등을 돌리면서 2015년 411개였던 전국의 미스터피자 가맹점 수가 2016년 367개, 지난해 311개로 급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의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MP그룹의 위기에 오너 갑질 논란이 치명타로 작용하긴 했지만, 단순히 이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몰아친 역성장 분위기도 컸다. 예컨대 경쟁상대로 ‘피자헛’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국피자헛은 매출이 2015년 893억원에서 2016년 2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무렵 소비 트렌드가 급속히 바뀌면서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피자 같은 간편한 대체재가 인기를 모으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수요가 감소한 것이 대표적 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6년 265억원이었던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894억원으로 1년 사이 237%나 성장했다. 올해는 12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고 빠른 대처에 나선 것이 작용했다. 지난해 냉동피자 시장점유율이 70%로 1위였던 오뚜기는 2016년 4종의 냉동피자를 선보인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 중이다. 최근엔 프리미엄 냉동피자까지 출시하면서 여세를 몰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도 냉동피자를 새로 선보이는가 하면 생산 라인을 확대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반면 기존의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재료비 상승 등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기업들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2만~3만원대 프랜차이즈 피자 대신 대체재 쪽으로 소비자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MP그룹의 상장폐지 위기와 직결된 실적 악화는 오너 리스크뿐만 아니라 이 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개선기간 부여로 시간은 벌었지만, 최종 상장폐지로 자금줄이 끊길 경우 MP그룹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에 MP그룹은 과감한 대응에 나섰다. 거래소는 MP그룹이 정 전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2인, 특수관계인 2인의 ‘경영 포기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12월 11일 밝혔다. 상장폐지만은 막기 위해 오너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못박은 셈이다. MP그룹 관계자는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에 연루된 주요 비등기 임원 전원에 대해서도 사임 및 사직 처리했다”며 “이 같은 조치들로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 주주들에게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P그룹은 정 전 회장 사퇴 직후 CJ그룹 출신 전문경영인인 김홍연 대표를 영입하면서 재기를 노린 바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자산 일부를 매각해 500억원의 금융 부채를 지난 10월 모두 상환하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210만 주의 자사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 한편 MP그룹 사례는 소비재 기업일수록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갑질 논란에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중견 식품기업인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밀어내기’ 물건을 받을 것을 종용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되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비자들이 이탈, 지금도 고전 중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51억원으로 전년(418억원) 대비 87%가량 감소하면서 경쟁사 선방과 대비됐다. 기업 이미지 실추를 피하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교촌에프앤비도 최근 오너인 권원강 회장의 육촌동생 권모(39) 상무가 직원 폭행 혐의로 갑질 논란 대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는 불매 운동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언제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낳는다. 아울러 소비재 기업일수록 MP그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예의주시, 경쟁력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피해는 본사뿐만 아니라 가맹점과 대리점들이 같이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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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그룹의 핵심인 미스터피자는 1990년 서울 1호점으로 시작해 2000년대 한때 피자 업계 1위에 오를 만큼 승승장구했다. 애초 미스터피자는 재일교포 2세가 설립한 일본 법인이 본사였지만, 덩치가 커진 한국 지사가 본사를 사들일 정도였다. 음료 프랜차이즈인 ‘스무디킹’ 미국 본사가 2012년 한국 법인에 인수됐던 사례를 연상 시킨다. MP그룹은 그러나 2014년부터 실적이 급격이 악화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3년 간 연매출은 10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연간 순손실이 2015년 33억원에서 지난해 111억원으로 불어날 만큼 경영 내실이 나빠졌다. 미스터피자 본사, 그리고 오너인 정우현 전 회장의 일명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110억원대 순손실 기록
미스터피자는 계속 구설수에 올랐다.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가맹점주가 새로 연 가게 근처에 본사가 직영점을 내고 이른바 ‘보복 영업’을 했다는 혐의가 새롭게 제기됐다. 심지어 탈퇴한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뿐 아니다. 2016년 정 전 회장은 새로운 브랜드로 매장오픈을 준비하던 가운데 이 건물에서 일하던 경비원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자신이 식당 안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경비원이 건물 셔터를 내려 화가 났다며 그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린 것이다. 가맹점들은 물론 소비자까지 등을 돌리면서 2015년 411개였던 전국의 미스터피자 가맹점 수가 2016년 367개, 지난해 311개로 급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의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MP그룹의 위기에 오너 갑질 논란이 치명타로 작용하긴 했지만, 단순히 이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몰아친 역성장 분위기도 컸다. 예컨대 경쟁상대로 ‘피자헛’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국피자헛은 매출이 2015년 893억원에서 2016년 2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무렵 소비 트렌드가 급속히 바뀌면서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피자 같은 간편한 대체재가 인기를 모으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수요가 감소한 것이 대표적 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6년 265억원이었던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894억원으로 1년 사이 237%나 성장했다. 올해는 12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고 빠른 대처에 나선 것이 작용했다. 지난해 냉동피자 시장점유율이 70%로 1위였던 오뚜기는 2016년 4종의 냉동피자를 선보인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 중이다. 최근엔 프리미엄 냉동피자까지 출시하면서 여세를 몰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도 냉동피자를 새로 선보이는가 하면 생산 라인을 확대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반면 기존의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재료비 상승 등으로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기업들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2만~3만원대 프랜차이즈 피자 대신 대체재 쪽으로 소비자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MP그룹의 상장폐지 위기와 직결된 실적 악화는 오너 리스크뿐만 아니라 이 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개선기간 부여로 시간은 벌었지만, 최종 상장폐지로 자금줄이 끊길 경우 MP그룹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에 MP그룹은 과감한 대응에 나섰다. 거래소는 MP그룹이 정 전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2인, 특수관계인 2인의 ‘경영 포기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12월 11일 밝혔다. 상장폐지만은 막기 위해 오너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못박은 셈이다. MP그룹 관계자는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에 연루된 주요 비등기 임원 전원에 대해서도 사임 및 사직 처리했다”며 “이 같은 조치들로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 주주들에게 신뢰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P그룹은 정 전 회장 사퇴 직후 CJ그룹 출신 전문경영인인 김홍연 대표를 영입하면서 재기를 노린 바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자산 일부를 매각해 500억원의 금융 부채를 지난 10월 모두 상환하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210만 주의 자사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
냉동피자 시장 1년 새 237% 급성장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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