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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내년에도 미국에 최대 위협 요소”

“북한은 내년에도 미국에 최대 위협 요소”

미국 외교협회 2019년 예방우선순위 보고서, 비핵화 협상 결렬되면 한반도 긴장 다시 고조될 가능성 우려해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그 이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긴장의 재고조를 우려한다. / 사진:AP-NEWSIS
새해에도 우리 세계는 국제적인 긴장이 팽팽할 전망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과 이란, 북한이 여전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서로 중첩적으로 벌어지는 여러 분쟁에 휘말린 채 2019년으로 진입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약 17년 전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을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개시한 이래 줄곧 계속되는 추세다. 지금까지 미국이 대테러전에 쏟아부은 비용만 약 6조 달러에 이른다. 이제 이 전쟁이 18년째로 접어들면서 미국 외교협회(CFR) 산하 예방조치센터는 지난 12월 17일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몇 가지 좀 더 긴박한 세계적인 분쟁의 잠재적인 위험을 분석한 ‘2019 예방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 관리와 외교정책 전문가 등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1년 간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 수 있는 위기상황 발생 가능성과 미국에 가해질 수 있는 위협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CFR 예방조치센터는 2008년부터 매년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전역에서 진행 중이거나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분쟁과 불안정 요소를 정기적으로 예측해 미국 정부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외부 세계의 위협 중 경제·보건·자연재해 등을 제외하고, 미국이 군사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기 시나리오만 대상으로 한다. 미국 국익을 위협하는 정도에 따라 최대 1등급부터 최소 3등급으로 분류된다.
2015년 포항 부근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한국과 미국은 연례 연합훈련도 중단했다. / 사진:AP-NEWSIS
보고서에 따르면 1등급 사안 중에서 위협 수준이 높고 발생 가능성이 중간 정도로 평가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란·중국과 미국 사이의 충돌이다. 구체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결렬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재조성’ ‘이란의 지역 분쟁 개입과 해외 무장단체 지원을 둘러싸고 미국이나 미국 동맹국 중 하나와 이란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력충돌’, 또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구역과 관련해 중국과 동남아 국가(브루나이·말레이시아·필리핀·대만·베트남) 중 하나 또는 그 이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력대치’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서 보고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 예방을 내년도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1등급 시나리오 중에는 미국 국내의 잠재적인 재앙도 포함된다. ‘미국의 주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하는 강도 높은 사이버 공격’과 ‘미국 본토나 동맹국을 표적으로 하는 외국 테러리스트나 테러단체 또는 국내 자생 테러리스트의 대규모 공격’이 그 예다.

올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선 남중국해의 광대한 구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동시에 이란이 해외의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며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다시 가하기 시작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북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평화를 향한 길을 닦으려고 전례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북한이 자위권 행사에 필수적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핵무기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다.

이 보고서의 1등급 사안 중에는 위협 수준이 중간 정도지만 발생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도 포함된다. 그중 하나가 시리아 내전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아 반군과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이 장악한 영토를 속속 탈환했다. 보고서는 ‘그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더 늘어나고 외부 세력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와 정치 불안정의 심화가 폭력적인 시민 봉기와 난민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예멘 내전에 외부 세력이 개입함으로써 현지의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선 탈레반의 저항과 잠재적인 정부 붕괴의 위험으로 폭력사태와 불안정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2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내전 개입에 미국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사 분쟁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의회 표결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은 사우디 전투기의 공중 재급유, 폭격 대상물 정보 제공 등으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을 돕고 있다. 상원은 이에 대한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0월 사우디 출신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미국 공화당에서도 사우디의 인권 유린 행태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에 따라 상원은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되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결의안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하원에선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 권리를 재검토하는 토론을 내년까지 유예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끼워넣었기 때문에 사우디 지원 중단 결의가 실제적인 구속력이 없다.
남중국해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이 구역의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 사진: AP-NEWSIS
지난 한 해 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은 시리아에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거의 궤멸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그곳에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이란군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인권 유린 혐의와 관련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를 직접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미군이 역사상 가장 오래 참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아프간 보안군은 탈레반의 저항에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아프간 정부의 장악력이 줄어들면서 평화협상의 전망이 어둡다는 우려가 고조된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좌익 정부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검토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와 치솟는 물가 상승률, 정부의 무기력한 경제위기 대처를 성토하는 시위가 베네수엘라를 혼돈 상태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훈련을 구실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 폭격기를 그곳으로 보내 미국을 상대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 보고서의 2등급 시나리오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 악화와 함께 남중국해 문제가 대만과 관련해 또다시 올랐다. 미국과 라이벌 러시아·중국 사이의 가상 분쟁을 다루는 이 두 시나리오는 위협 수준이 높지만 발생 확률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첫째 시나리오는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호전적인 행동을 계기로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고의적인 또는 의도치 않은 무력충돌’이다. 근년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동맹은 동유럽에 군사 배치를 강화했고, 이에 맞서 러시아도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양측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둘째 시나리오는 ‘2020년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에 정치적·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위기’를 가리킨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2등급 사안에 드는 시나리오 중에서 위협 수준과 발생 가능성이 둘 다 중간 정도인 것은 여럿이다. 대부분 진행 중인 위기 악화와 관련돼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선 ‘멕시코의 조직범죄 관련 폭력 증가’와 ‘니카라과의 정치적 폭력과 불안정에 따른 난민 위기의 악화’가 그 예다. 유럽에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민병대와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전투 격화’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방공미사일 시스템 사이야드-2. 이란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AP-NEWSIS
또 중동에선 더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된다.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 이스라엘 사이의 무력충돌’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고조된 긴장으로 민간인 공격과 시위,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 ‘이라크의 종파 분쟁에 따른 정치 불안정 심화’, 또는 ‘터키와 쿠르드족 무장단체 사이의 폭력사태 격화’ 등이 포함된다.

3등급 사안 중에서 위협 수준이 중간 정도이고 발생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는 남아시아의 긴장이다.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하는 소요 사태와 테러 공격에 따른 인도-파키스탄의 무력충돌’과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역 영유권 분쟁에 따른 새로운 무력충돌’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등급 사안 중에서 위협 수준이 낮고 발생 가능성이 중간 정도인 시나리오엔 카메룬·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리비아·나이지리아·소말리아·남수단·짐바브웨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미얀마에서 정정 불안정을 부추기는 유혈사태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위협 수준도 낮고 발생 확률도 낮은 시나리오는 ‘발칸 반도(알바니아·보스니아·헤르제고비나·크로아티아·코소보·마케도니아·몬테네그로·세르비아)에서 극단주의 폭력사태와 긴장 고조로 정치적 불안이 조성되고 무력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미국은 국방 예산이 7250억 달러에 이르고 세계 전역에 약 800곳의 군사 시설을 거느리며 수많은 국제적인 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중동 분쟁의 장기 개입에 따른 미국 국내의 피로감이 증가하며,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에 맞선 국제 사회의 반대가 커지면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도 예전처럼 절대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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