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인공지능에 사활 건 중국

인공지능에 사활 건 중국

2030년까지 중국과 중국 기업들을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세계 정상 자리에 올려놓겠다는 목표 세워
중국 국민이 디지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 데이터 측면에서는 확실히 미국을 앞서간다. 사진은 중국 로봇대회에 출품된 로봇. / 사진:AP-YONHAP
전 세계의 과학자·기업·정부가 앞다퉈 인공지능(AI)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그리고 활용)하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 리서치와 응용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격적인 공공 투자 계획을 수립한다. 미국 정부는 그보다 대응이 느렸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정권 말기 인공지능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뒤로 잠잠하더니 지난 2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 연구의 확대를 권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여러 부분으로 이뤄진다. 정부기구에서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직원 대상으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연방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고, 국립표준기술소(NIST)에서 신뢰도 높고 상호 지원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시스템 표준을 개발하도록 한다는 요지다. 아이디어는 모두 훌륭하지만 예산과 행정체계가 미흡하다. 따라서 나는 지난 5년간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조사한 뒤 행정명령만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을 바꾸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말보다 행동이 훨씬 앞선다. 2017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중국과 중국 기업을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세계 정상 자리에 올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신설한 벤처투자(VC) 펀드는 국유기업 내 인공지능과 관련 기술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대규모의 기존 국가지원 VC 펀드에 새로 추가 지원되는 펀드다.

중국의 일개 성 정부가 인공지능 기술과 사업 개발에 5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인공지능 테마 공업단지 개발에 20억 달러, 항구 도시 톈진은 지역 인공지능 산업에 1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정부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분야의 야심적인 주요 프로젝트·스타트업·학술연구를 지원하게 된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는 국방과 정보산업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도 포함된다. 중국 지도자들은 사회적·정치적 통제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예컨대 인공지능 얼굴인식을 이용해 무단횡단까지 적발하고 사회활동 행태를 평가하는 인공지능 기반 신용 점수 ‘사회신용’ 시스템도 가동한다.

미국의 투자계획은 주로 방위산업에 집중되는데 중국의 투자규모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의 연구 조직 방위고등연구계획청(DARPA)은 여러 해 동안 인공지능 연구와 경쟁을 후원해 왔다. 그리고 ‘AI 넥스트’라는 2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학과 기업의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돕는다. 그런 노력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진전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은 인공지능 기술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업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많다. 미국의 투자도 강세를 보이는 듯하다. 예컨대 2015년 미국에 본사를 둔 구글·애플·페이스북·IBM·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의 총 연구·개발비 지출은 540억 달러였다. 그중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 연구에 투입됐지만 그런 연구 중 일부는 실제론 미국이 아닌 중국 등지에서 이뤄졌다. 광고를 개인화하고 검색결과를 개선하고 얼굴을 인식·분류하고 전반적으로 제품을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연구였다.

중국의 민간부문은 미국보다 정부 계획에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4대 인공지능 업체 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아이플라이테크에 자율주행과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개발을 요청했다. 다른 기업들이 그런 기술을 바탕 삼아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중국은 벤처자본 투자에서 미국의 역사적인 우위도 뛰어넘었을지 모른다. 2018년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93억 달러의 벤처투자를 받아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거래 건수는 2017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반기 중국의 벤처투자액(다수가 인공지능 관련)이 미국보다 많았다. 2017년의 데이터를 보면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이 받은 벤처 펀딩 규모가 미국 기업들보다 컸으며 미국에선 벤처 펀딩을 받은 기업 수가 더 많았다.
중국은 사회적·정치적 통제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사진은 베이징 지하철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들. / 사진:ANDY WONG-AP-NEWSIS
인공지능에 관한 한 나라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투자뿐이 아니다. 인재도 중요한 요소다. 이 분야에선 미국이 일류 공과대학, 많은 기술업종 근로자, 비교적 개방적인 이민정책 등 역사적으로 우위를 누려왔다.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의 최근 분석에선 미국의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중국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중국이 초등학교부터 일찍이 각종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급속도로 격차를 좁혀간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원 중 일부가 미국 진출을 포기하고 국내에 머물고 있다.

장기적인 인공지능 기술 성공의 또 한 가지 요소는 특정 지역의 기업 커뮤니티, 대학 생태계, 정부 기관들이 서로 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이런 측면에선 실리콘밸리가 단연 앞서가며 중국은 아직 적수가 되지 못한다. 미-중 모두 캐나다의 노력에서 배울 점이 많다. 몬트리올 학습알고리즘연구소(Montreal Institute for Learning Algorithms)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에 시설·벤처자본·대학연구파트너십을 연결해줘 도시 내의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인공지능 발전의 마지막 핵심 요소는 데이터다. 한 국가의 기업들이 보유하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성능 좋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기가 더 용이하다. 중국의 온라인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해 그것을 바탕으로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알고리즘을 훈련시킨다. 중국은 인구가 많은데다 국민이 디지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규제환경이 느슨해 데이터 측면에서는 확실히 미국을 앞서간다.

그래도 현재로선 인공지능 역량 면에서 미국이 중국에 우위를 차지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레이스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승리하기를 바라지만 내가 도박사라면 중국에 베팅할 것이다. 졸저 ‘인공지능 우위(The AI Advantage)’에서 설명했듯이 중국은 인공지능 전략을 집행하는 반면 미국은 아직도 전략 수립 단계다. 중국은 또한 결단력 있는 정부, 마르지 않는 자금줄, 고급 인재의 증가, 그리고 디지털에 목말라하는 많은 인구의 이점을 누린다. 필시 미국 정부 지도부가 다른 중점 과제를 대하는 만큼 인공지능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집중한다면 미국이 이 분야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2년 사이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한 듯하다.

-※ [필자는 미국 보스턴 소재 뱁슨 칼리지 정보기술·경영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박스기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텐센트 라이징 / 우샤오보 지음 / 원미경 옮김 / 512쪽, 2만원
중국의 설날인 춘절에 중국인은 홍바오(세뱃돈)를 메신저를 통해 보낸다고 한다. 중국의 IT 공룡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에 탑재된 이 같은 기능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친지에게 세뱃돈을 보낸 사람이 8억 명이 넘는다. 위챗의 누적 이용자수는 10억 명이다.

1998년에 창업한 텐센트는 인스턴트 메신저로 시작해 소셜 네트워크,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인터넷 매체, 전자 상거래 같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따라서 텐센트의 발전 과정은 중국 인터넷 기업 성장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텐센트를 알면 중국의 인터넷,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인터넷을 이해할 수 있다. 우샤오보의 신저 ‘텐센트 라이징’은 텐센트가 급부상한 과정을 창업부터 현재까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또한 텐센트는 국내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게임업계 ‘3N’ 중 하나인 넷마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 유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 등 한국의 유명 IT기업이 텐센트와 손잡고 활발하게 사업을 펼친다. 또한 카카오페이는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라이징’은 텐센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고비를 넘겨 IT 공룡이 됐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2의 텐센트를 꿈꾸거나 다양한 콘텐트로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그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 토마스 H. 대번포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2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3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4“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5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6“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7‘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8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9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실시간 뉴스

1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2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3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4“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5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