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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달인 아닌 허풍의 달인?

거래의 달인 아닌 허풍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 북한·이란·중국과의 협상 실패하면서 곤경에 빠져… 재선 운동 앞두고 정치적 점수 올릴 수 있을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가운데)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경한 대외 정책을 제안했다. / 사진:AP/YONH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래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올려 국내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의 야심적인 외교 노력이 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정부 내부의 매파가 득세하면서 전 세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5월 7일 뉴욕타임스 신문은 셀럽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트럼프가 부동산 거물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1985~1994년 그의 연방 소득세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핵심 사업체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사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언제나 자신의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자랑한 게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기사가 “아주 부정확하다”며, 그 적자는 결코 “(실제의) 화폐”가 아니며 자신과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그 당시 절세를 위해 “대규모의 대손상각과 감가상각”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회고록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에서 자신을 뛰어난 사업가로 그려낸 이미지를 방어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문제에서도 곤경에 빠졌다. 그는 이란·북한·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 대선 당시의 선거운동에서만이 아니라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칭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 3개국과 외교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지지자 대다수는 그의 호언장담에 큰 기대를 걸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전임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끌어낸 역사적인 합의보다 더 나은 거래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바탕으로 전례 없는 평화를 확보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아울러 중국과도 더욱 공정한 무역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라. 그 3개국이 하나같이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미국에 도전하고 있지 않은가? 트럼프 정부가 추구한 비전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형국이다.

핵무기확산방지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재단 ‘플라우셰어스 펀드(Ploughshares Fund)’의 톰 콜리나 정책국장은 뉴스위크에 “뉴욕타임스가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소득세 정보가 보여주듯이 그는 스스로 ‘거래의 달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북한·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에게서 전혀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새로운 전략 무기감축 협정에 합류할 것을 촉구하지만, 중국은 그런 협정에 관심이 없다. 또 그는 북한과 비핵화 거래를 원하지만 어떤 접근법을 사용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란과 전쟁을 시작할 위험에 처했다. 그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계속 말했지만,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외교 협상에서는 거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 사진:REUTERS/YONHAP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협상에 성공하고 미국·중국·유럽연합(EU)·프랑스·독일·영국이 서명한 획기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비판했다. 그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경제제재 완화 혜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양측의 보수진영은 그 합의에 깊은 회의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그 합의를 “사상 최악의 거래 중 하나”라며 재협상하거나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협정에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동결되지 않은 자산으로 무장단체를 재정 지원하며 탄도미사일 활동을 지원한다고 비난했다. 또 그 합의의 다른 당사국들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는 것에 관심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백악관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 그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턴을 새로 임명했다. 돌이켜보면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볼턴 보좌관은 국제 외교에 반대하는 강경파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하기로 약속한 ‘끝없는’ 전쟁(아프가니스탄·이라크)을 오히려 지지하는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랜 워싱턴 정가 내부자인 볼턴은 그 이래 이란을 상대로 호전적인 미국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막기 위해 제재 강화를 밀어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5월 5일 성명을 통해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페르시아만 지역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7일 예정된 독일 방문을 당일 오전에 ‘긴급한 문제’를 이유로 취소하고 이라크를 방문했다. 철통 보안 속에 이라크 바그다드를 찾은 폼페이오 장관은 동행한 기자단에 “고조되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한 지 꼭 1년 되는 지난 5월 8일에는 이란 외무부가 성명을 통해 “이란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핵 합의에서 이란이 약속한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측 합의 서명국들만 이란의 ‘맞탈퇴’를 우려해 이란과 유럽 회사가 계속 교역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안하면서 핵 합의를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을 압박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 사진:NEWSIS/YONHAP
콜리나 국장은 “이 모든 문제에서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모든 지역에서 전쟁과 갈등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그 반대다. 지금까지는 볼턴 보좌관의 의지가 지배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볼턴 보좌관을 해임해야 한다.”

백악관은 북한을 상대로 한 전략에서도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한 해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적인 비핵화 거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접근법과는 거의 정반대로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그 회담에서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며,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고, 핵시설 해체를 시작하며,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등의 긍정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지난 3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될 때쯤에는 외교적 노력이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힘을 잃었다. 그런데도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하며 뜻이 맞다고 계속 말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담은 조기 결렬됐고 북한 대표단은 볼턴 보좌관을 탓했다. 막판에 회담 대표단에 합류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대량 파괴 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하는 더 엄격한 조치를 밀어붙여 대화를 좌초시켰다고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이래 몇 달 동안 그보다 더 희망적이었던 남북한 평화과정마저 교착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북한은 미군 유해 발굴·송환 관련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북한은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 미사일 테스트는 2017년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에 비교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동북아가 위기 국면으로 다시 치닫지 않느냐는 우려를 키웠다.

미국 민간 연구소 ‘전쟁 없는 승리(Win Without War)’의 에리카 페인 국장은 뉴스위크에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이 먹혀들지 않아 우리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어디서든 그는 강하고 자신 있는 게 아니라 될 대로 되라는 식이거나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노이에서 ‘빅 딜’을 추진했다가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에 유리할 수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양보안을 내놨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백악관이 북한과 상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중국을 통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초기부터 미국 노동자 계층을 겨냥해 중국에 강경하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국 노동자가 막대한 대중국 무역 적자 때문에 많은 기회를 잃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를 이용해 김 위원장에게 압력을 가하려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이 고조되자 지난 5월 13일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 사진:AP/YONHAP
그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는 궁극적으로 개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경제 문제가 또다시 그 두 정상 사이를 벌어지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지난해 시작된 관세 부과로 세계 양대 경제 대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발발했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미국 동맹국들도 원치 않는 일이다. 이런 무역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갈등을 해소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이란에 대한 경고로 페르시아만에 해군 전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소셜미디어 공격을 시작했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다시 관세를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주식시장이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 페인 국장은 “무역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더 강경하게 나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설픈 시도가 오히려 그의 허약한 모습을 강조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런 시도는 미국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힌다. 게다가 다른 결점까지 겹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인 평판에 큰 해를 끼쳤다. 그가 퇴임하기 전에 새로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필립 윤 사무국장은 “정치 주기로 볼 때 이런 거래가 마무리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접근법이 그의 사업가·연예인 출신 배경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거래의 기술’이 아니라 ‘서스펜스 전략의 기술’이다.” 수십 년 전 트럼프가 ‘기업 탈취자’ 역할을 하던 시절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것과 똑같은 서스펜스 전략을 말한다. 주식을 취득한 뒤 경영의 지배권 획득보다는 탈취 협박을 가하고 그 주식을 고가로 매각함으로써 차익을 노리는 행동을 가리킨다.

윤 국장은 뉴스위크에 “그런 행동에서 가장 큰 위험은 잘못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나는 북한과 이란 문제에서 그런 점을 우려한다. 다른 종류이긴 하지만 중국 문제에서도 오판이 나올까 걱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운동을 앞두고 그처럼 중첩되는 외교적 교착상태에서 정치적인 점수를 올려야 하는 힘든 과제에 직면했다. 워싱턴 D.C. 소재 정책연구소 미국 국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뉴스위크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면한 어려움은 그가 미국 국민에게 약속했던 외교정책에서 이탈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그가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선거운동 당시 그는 미국의 장기적인 이익이 명확히 위협받는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외교 정책은 ‘거래의 기술’이라기보다 ‘허세의 기술’로 변질했다. 이란·베네수엘라·쿠바 등 세계 여러 곳의 문제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결국은 그 힘이 허풍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 난다. 그의 엄포가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태도로 인해 미국은 허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인은 말뿐이고 행동은 할 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건 중대한 실책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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