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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인가 브랜드 홍보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가 브랜드 홍보인가

중국 국영 담배회사가 세운 담배 상표명 붙인 학교가 문제없다지만 간접 마케팅 우려 커
2017년 세계 금연의 날(매년 5월 31일)에 중국 허베이성 한단의 초등학생들이 금연 표시를 한 마스크를 쓰고 행사에 참석했다. / 사진:XINHUA/YONHAP
담배회사나 담배 브랜드의 이름을 붙인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가? 만약 거주지 구역에 학교가 둘 뿐인데 그중 담배 상표명을 붙인 학교가 모든 면에서 교육 여건이 훨씬 낫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또 그 학교 건물에 담배회사의 로고가 붙어 있고 벽에는 ‘천재는 노력으로 탄생하며, 담배가 성공을 돕는다’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면? 담배회사가 세운 학교라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녀를 그곳에 보낼 수 있을까?

흡연규제 연구에 종사하는 나로선 너무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하지만 더 섬뜩한 것은 그런 학교가 있으리라고 단순히 추측한 게 아니라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농촌 주민 다수에게는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른바 ‘담배 학교’에 관해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이 문제를 더 깊이 조사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칭화대학 산하 의학교육기관인 베이징 협화의학원의 동료 몇 명과 함께 이런 학교에 대한 일반 중국인의 인식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도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중국 남서부에 있는 윈난성의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그 마을에는 학교가 3개 있었고 그중 한 곳이 현지 담배회사의 후원으로 세워졌다. 우리는 그 마을의 공무원과 학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를 면담했다. 그 외에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흡연규제 운동가들도 인터뷰했다.

중국의 담배 산업은 막강한 국영 사업체가 전담한다. 중국 담배시장을 독점하는 국영 중국연초총공사(CNTC)는 중국 국가연초전매국이 관리한다. CNTC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담배회사다. 세계 담배 공급 물량의 약 40%를 생산한다. CNTC는 중국 흡연인구 3억 명 이상에게 담배를 독점 공급하지만 중국 밖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모든 점을 종합해보면 CNTC는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국영 사업체로서 CNTC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정책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빈곤 완화 같은 정부의 특정 선행과제를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의 중점 사업인 ‘희망 공정(Project Hope)’은 농촌의 발전을 도모하고 ‘희망초등학교’ 선정을 통해 교육을 지원한다. CNTC는 이 같은 정부의 ‘희망 공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훙타’ 같은 중국의 담배제조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에 입각한 교육 지원 사업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간접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숫자를 알기는 어렵지만 중국에서 그처럼 담배회사의 후원을 받는 학교는 1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학교의 이름은 대부분 담배회사나 담배 상표명을 따서 짓는다. ‘쓰촨연초희망초등학교’나 ‘영객송희망초등학교’가 그 예다.

특히 그런 ‘담배 학교’ 중 다수는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2008년 쓰촨 대지진 후 세워졌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학교를 재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담배회사는 학교에 비품과 장비를 기부하고,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며, 일부의 경우 학생 장학금과 교사 상여금도 지급한다.

윈난성에서 우리가 방문한 마을의 주민 대다수는 학교 후원 등을 통해 이뤄지는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현지 교육 담당 공무원도 담배회사의 후원이 간접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하며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방문한 ‘연초희망초등학교’ 중 하나의 교장은 “담배회사의 학교 후원은 기업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중시한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 지역사회 주민에게 보답하고 지역사회의 모든 면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담배 이미지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단호히 부인했다. “후원은 재정적인 지원에 국한되며 학생들에게 담배에 관해 가르치진 않는다.” 그는 “교사들도 학습과 교육 환경을 개선해주는 담배회사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5학년 같은 어린 학생도 “담배회사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학생 대다수는 “담배회사는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담배회사의 후원을 받는다고 학교 이름을 바꾸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그럴듯하게 포장한 선전”이라고 불렀다.

중국의 흡연규제 단체는 담배회사의 그 같은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가 담배 브랜드 홍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일부는 좀 더 관대하다. 그들은 중국 지방 경제의 맥락에서 담배 산업이 자치단체 정부의 재정 부족을 메워주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 담배회사의 학교 후원에 관한 대중의 인식은 한 학부모의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적절히 요약될 수 있다. “담배는 나쁘지만 돈은 돈이다.”

이런 ‘담배 학교’는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담배 산업의 교육 지원은 최소한 다른 두 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CNTC는 2005년부터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자회사 톈쩌 담배회사를 운영한다. 담뱃잎 조달을 전담하는 톈쩌 담배회사는 2010년 한 농촌에 초등학교를 세웠고, 그 학교에 비품과 스포츠 장비를 정기적으로 기증한다. 짐바브웨 언론은 그 학교를 ‘더놀리초등학교’로 부르지만 중국 소식통은 그곳을 ‘중국 연초마보희망초등학교’라고 부른다. 톈쩌 담배회사의 직원이던 마보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CNTC의 캄보디아 자회사 비니톤 그룹은 학교를 세우진 않았지만 현지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니톤 그룹은 2013년 친선우호의 명분으로 훈센초등학교에 학교 비품과 책걸상을 기증했다. 2015년에도 비니톤 그룹은 새로운 담배제조 공장 부근에 위치한 다른 학교를 지원했다. CNTC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갈수록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목표는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해외 제조 시설을 더 많이 건설하는 것이다.

CNTC는 이처럼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세계는 그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포장하는 교육 지원 프로젝트가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 제니퍼 팡



※ [필자는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 보건과학부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으며,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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