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는 지난 5월 말 쿠팡이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다. 배달원으로 등록된 일반인이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우버이츠와 사실상 동일한 방식을 채택했다. 쿠팡은 우버의 실패에도 배달 앱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5년 전 ‘로켓배송’으로 일으킨 유통 업계 혁신을 또 한번 일으킨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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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넘어 용인, 기흥으로 배달 확대
쿠팡은 지난 9월 10일 ‘미래의 주방, 그리고 쿠팡이츠’라는 자료를 통해 “(음식배달 등) 단순 배달도 일정 규모가 넘어서면 ‘물류(Logistics)’가 된다”면서 “쿠팡은 최적의 효율로 운영되는 물류 서비스인 로켓배송 노하우를 갖췄고 배달 앱 시장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켓배송의 물류 노하우를 쿠팡이츠에 이식해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으로 e커머스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쿠팡 관계자는 “매일 200만개의 상품이 주문한 다음날이나 주문 당일에 정확히 배송된다”면서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계산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이 기반”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앱 기반 음식배달 서비스에 이미 로켓배송을 접목한 상태다. 음식 배달원이 1 대 1로 주문을 받아 배송하도록 설계, 배달 시간을 30분 안팎으로 줄인 게 대표적이다. 특히 주문 이후 배달원 배정은 최단 시간 배송을 계산한 AI를 통해 이뤄진다. 그동안 음식배달이 음식 3~4개를 묶어 배송하는 형태로 이뤄져 5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과 대조된다.
묶음 배송을 탈피한 쿠팡이츠는 음식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려주는 실시간 배송경로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쿠팡은 지난 5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3개구에서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시범 서비스를 3개월여 만에 서울 17개구와 용인 수지·기흥으로도 확대했다. 쿠팡은 조만간 쿠팡이츠를 정식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음식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쿠팡엔 호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음식배달 앱의 누적 이용자 수는 2500만 명에 달했다. 2013년만 해도 83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이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배달 앱 거래액도 3347억원에서 약 3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행보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나 딜리버리코리아(요기요·배달통) 등 배달 앱 기반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존 사업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배달 앱 회사는 이미 제휴 식당의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식당들도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유리하므로 신규 앱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쿠팡이츠와 서비스 형태가 같았던 우버이츠는 전 세계 500여 도시에서 서비스할 만큼 이름난 배달 앱이었음에도 한국에선 철저히 후발주자로 전락, 결국 철수를 선택했다. 쿠팡이츠가 끌어들일 수 있는 우버이츠 수요가 적다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달 앱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 55%를 차지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딜리버리코리아는 약 40%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결국 우버이츠, 카카오주문하기, 쿠팡이츠 등이 5% 점유율을 나눠가진 셈인데, 쿠팡이츠가 우버이츠의 점유율을 챙긴다 해도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태다.
실제 높은 점유율의 기존 사업자들은 새 업체의 등장에도 꿈쩍 않는 모습이다.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300만건이던 배달주문 건수는 올해 8월 3600만건으로 1년 새 56% 급증했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배달 서비스의 경쟁력은 배달비와 배달 시간뿐만 아니라 입점 식당수, 온·오프라인 영업력과 점주들과의 강한 유대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쿠팡이츠는 여러 부분에서 기존 사업자에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쿠팡은 당장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를 없애는 전략으로 기존 배달 앱들과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높은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 책정이 배달 앱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 받아온 만큼 이를 타개해 차별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쿠팡이츠가 타 업체에서는 2000원에서 3500원, 많게는 5000원씩도 받는 배달료를 아예 0원으로 책정한 게 대표적이다.
쿠팡이츠에는 최소주문금액도 없다. 최근 들어 5000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1만원을 훌쩍 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배달통의 절반도 안 된다. 쿠팡은 “식후 달달한 티라미수도 주문금액 걱정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을 강화하기 위한 배달원 확보에도 거침없다. 배달원이 빠르게 나타나 음식을 배송해줘야만 기존 배달 앱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 배달원은 우버이츠와 같이 일반인의 신청으로 구성되는데, 신청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과 시간당 정해진 돈(시간보장 1만5000원선)을 받는 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 특히 쿠팡이츠의 배달원 배달 건당 수수료는 업계 평균(3500원선)의 2배를 넘는 수준인 7000~8000원선으로 확인됐다. 충분한 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받는 배달료는 0원임에도, 배달원에게는 건 당 8000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앞서 우버이츠는 배달 중개 이후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20~30%의 수수료와 소비자에게 별도로 받는 배달료(2000~2500원)를 일반인 배달원(4000원 내외)에게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우버이츠는 수수료와 배달료를 합해 배달원에 지급한 후 적자에 시달렸다. 쿠팡이츠는 이보다 더한 구조다.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우버이츠보다 낮은 15% 수준인데 더해 배달료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3일부터 시간보장 배달 수수료 지급 방식을 철폐했지만, 고비용 구조는 여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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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못 버틴 우버이츠 전철 밟을 수도
현재 쿠팡은 지난해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2조9951억원이다. 결손보전으로 누적적자를 없애는 대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배달 시장 주도권을 위해 쏟아붓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손실을 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배송료 0원과 비교적 낮은 최소주문금액은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 성격이 강하다”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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