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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진만으로 망막암 판별한다

아이 사진만으로 망막암 판별한다

사진 속에서 망막모세포종·코츠병 등의 특성인 백색동공 찾는 모바일 앱 개발
망막모세포종 같은 암을 조기에 찾아내고 목숨을 구하는 측면에서 보면 부모와 그들의 카메라가 1차 방어선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암으로 한쪽 눈을 잃은 아들을 둔 과학자가 동료들과 함께 아이의 사진만 보고도 망막암을 판별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베일러대학의 화학·생물화학과 부교수인 브라이언 F. 쇼와 동료들은 ‘화이트 아이 디텍터(White Eye Detector)’로 불리는 그 앱이 어린이를 실명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이 앱의 효과를 측정한 논문을 연구 도중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한 어린이 참가자에게 헌사했다.

‘화이트 아이 디텍터’ 앱은 사진에서 백색동공(leukocoria)을 식별할 수 있다. 백색동공을 흔히 ‘화이트 아이’라고 부른다. 망막에서 비정상적인 흰색이 반사되는 것을 가리킨다. 백색동공은 망막모세포종(망막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주로 5세 미만의 어린이가 걸리는 희귀한 암), 코츠병(망막 혈관 질환), 백내장, 약시, 원시 같은 눈 질환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린이의 건강 검진에서 의사는 백색동공을 확인하지만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빛이 망막 혈관과 안구 혈관층에 반사될 때 동공이 붉게 빛난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를 이용해 인물사진을 찍을 때 찍힌 사람의 동공 부분이 붉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적목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백색동공 증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동공이 흰색이나 노르스름한 오렌지색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부모가 기증한 어린이 사진 5만2982장을 대상으로 ‘화이트 아이 디텍터’ 앱을 테스트했으며,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참가한 어린이 중 20명은 눈 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다른 20명은 눈에 이상이 없는 대조군 역할을 했다.

이 앱은 사진의 30%에서 눈에 이상이 있는 백색동공을 탐지했다. 또 전체의 80%에서 어린이가 눈 이상 진단을 받기 평균 1.3년 전에 사진으로 비정상적인 동공 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증상이 없는데 있는 것으로 잘못 판별한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앱의 차기 버전에서 정확성을 좀 더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앱은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또 이 앱은 부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사진을 원격 서버에 올리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쇼 교수는 “이 앱은 어린이 실명을 막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망막모세포종의 경우 조기 진단이 시력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열쇠다. 그런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고 목숨을 구하는 측면에서 부모와 그들의 카메라가 1차 방어선이다. 따라서 모든 부모는 망막모세포종을 탐지할 수 있는 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면 찍은 사진에서 이 앱이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쇼 교수는 망막모세포종의 아주 초기 단계도 이 앱이 탐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육안으로 사진을 볼 때 탐지하기 어려운 아주 미약한 ‘회색’ 동공도 찾아낼 수 있었다.” 또 이 앱은 맨눈으로는 아이의 동공을 보기도 어려운 넓은 시계의 사진에서도 백색동공을 찾아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쇼 교수는 아들 노아가 생후 4개월이 됐을 때 양쪽 눈에 백색동공을 진단받은 뒤 이 앱을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는 너무 늦게 진단받았다”고 말했다. “아들의 오른쪽 눈은 완전히 제거했고 왼쪽 눈은 양성자 치료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암의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다.”

지난해 영국 언론은 가족사진 촬영 중 아이의 눈에서 이상을 감지한 사진작가 덕에 딸의 종양을 알게 된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더럼주에 살고 있는 소피 핀들레이와 대런 마셜 부부는 2017년 1월 당시 세 살짜리 아들 파커와 생후 7개월 된 딸 프레슬리와 함께 스페인 테네리페 섬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머물고 있던 리조트의 사진작가 알레시아에게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사진을 찾으러 간 부부는 알레시아로부터 딸 프레슬리의 눈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속 프레슬리의 안구에 흰 반점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들 부부에게 딸을 데려가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알레시아의 말을 듣고 그간 찍어둔 딸의 사진을 확인해 본 부부는 사진 속 딸의 안구에 모두 흰 반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들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안과 전문 병원에서 프레슬리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프레슬리는 망막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이후 프레슬리는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망막모세포종은 조기에 발견해 제대로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암세포가 자라 안구 대부분이 암세포로 채워지거나 다른 부위로 번져 눈 속의 체액의 흐름을 차단하게 된다. 이 경우 눈 속에 압력이 높아져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다시 돌아보니 아들이 생후 12일째가 됐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백색동공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가 가진 아이의 사진에서 백색동공을 찾아낼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는 이 앱의 첫 현실 세계 테스트였다.”

쇼 교수는 “나로선 망막암 같은 소아 눈 장애를 연구하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고 연구 도중에 겪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제 열한 살이 된 아들이 지금도 양눈 백색동공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평생 지속된다. 망막암을 가진 아이의 가족사진을 분석하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사진 속에서 천진하고 예쁜 아이와 그들의 부모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첫돌 때나 할머니가 안고 있을 때, 또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의 사진이다.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사진에서 아기나 아이의 비정상적인 동공색을 보고 그것이 악성 종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끔찍한 생각이 든다. 사진 속의 아이나 부모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나도 그런 사진 속의 부모였다. 내가 아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뒤늦게 아이가 백색동공 진단을 받은 뒤 다시 그 사진들을 보며 애통해했다. 또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 중 한 아이가 망막모세포종으로 사망했다. 그래서 우리는 논문을 그 아이에게 헌사했다.” 쇼 교수는 눈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사진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 앱을 더 정교하게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이메일 주소(bryan_shaw@baylor.edu)로 보내면 된다.

캐나다 워털루대학 검안시각과학 대학원의 임상 부교수 리자 크리스천(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은 뉴스위크에 그 앱을 사용하기가 놀라울 정도로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천 교수는 판단 오류의 가능성 때문에 부모에게 자녀가 괜찮다는 잘못된 위안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에 따르면 앱을 통해 백색동공이 탐지되면 자녀를 안과 전문의에게 데려가야 한다. 검안사는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되면 눈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부모는 앱의 백색동공 판단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검안사에게 자녀를 데려가야 한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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