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난 아내’ 도시 노동자 계층에 많다
‘바람 난 아내’ 도시 노동자 계층에 많다
500년에 걸친 벨기에·네덜란드 가계 연구에서 혼외부성 비율이 시골 농민이나 중상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과학자들이 지난 500년에 걸쳐 서유럽의 한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DNA를 분석함으로써 혼외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가장 큰 사회 계층을 확인했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와 네덜란드 저지대의 경우 특정인이 살았던 구역의 인구 밀도와 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혼외부성(EPP)’ 비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EPP란 남성이 법적인 자녀의 생부가 아닌 경우를 가리킨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벨기에 루벤대학 마르텐 라르무소 교수는 EPP의 원인이 주로 유부녀의 간통을 포함한 혼외정사지만 여성이 당한 성폭행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같은 부계 조상을 가진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남성 513명을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들 가계에 EPP가 없다면 똑같은 Y 염색체를 가져야 한다. 또 19세기 인구 밀도가 높았던 도시에 거주한 노동자와 직공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계에서 EPP가 6%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달리 시골 농민 가계나 중상류층의 경우는 그 비율이 0.5%에 지나지 않았다.
법률적 혼인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출생할 확률은 인구가 거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선 0.6%였고, 1㎢당 최소 10만 명이 거주한 도시의 경우 그 비율은 2.3%였다. 라르무소 교수는 “우리는 평균 EPP율이 전반적으로 낮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구 결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그 비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가 얀 스텐의 작품 ‘출생 축하’(1664년 작품으로 아기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를 묘사했다)를 보면서 이 연구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림의 한가운데 위치한 비교적 나이 많은 아버지가 갓 태어난 아기를 팔에 안고 있다. 그러나 그의 뒤쪽에 다른 남자가 그의 머리 위로 두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그 제스처는 ‘오쟁이를 진’ 남자를 가리키는 표시로 사용됐다. 바람난 아내를 둔 남자라는 뜻이다. 그런 남자의 머리에는 자신에겐 보이지 않지만 다른 모든 사람에겐 보이는 뿔이 자란다는 미신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 그림의 작가는 ‘출생 축하’라는 제목 아래 태어난 아기의 공식적인 아버지가 생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미술과 연극, 문학 작품에는 유부녀의 혼외정사가 많이 언급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부 사이에 나이 차이가 많은 귀족 가계에서 EPP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구 중 특정 계층이 역사적인 EPP율에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네바다대학의 피터 B. 그레이 인류학 교수는 “EPP율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낮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루벤대학 팀의 연구가 제공했다”고 논평했다. “과거 복잡한 삶의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표본에서 수 세기에 걸쳐 EPP율이 낮게 유지됐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입양이나 감춰진 불륜, EPP 의심 사례, 결혼과 재혼이 일부 유전적 관계를 모호하게 만든 사례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더 높은 비율이 예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아울러 요즘 여성은 호르몬 피임법 같은 방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당시 여성이 임신을 예방할 기회는 그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는 사실도 유념할 가치가 있다.”
그레이 교수는 이 현상과 관련해 좀 더 넓게 논평하며 이전의 여러 연구도 우리 근래 조상의 EPP율이 낮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영장류보다 남성은 고환 크기가 비교적 작고, 정자의 질이 낮다. 그런 사실은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비율이 낮은 것과 일치한다고 그레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인종지리학과 유전자 연구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EPP율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브루크 스켈자 인류학 부교수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EPP율이 가장 높은 사례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유목민 힘바족(붉은 돌을 갈아 만든 진흙을 온몸에 발라 붉은 피부를 유지하는 원시 부족)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사랑으로 결혼한 힘바족 여성은 중매로 결혼한 여성보다 불륜관계를 맺을 확률이 낮다. 다른 사회에선 여성이 남성 친척보다 여성 친척에 둘러싸여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경우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할 기회를 더 많이 갖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 친척이 여성의 불륜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듯하다.” 그레이 교수는 “그 외 사회적 계급과 안정적인 부부 관계도 외도와 EPP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벨기에와 네덜란드 저지대의 경우 특정인이 살았던 구역의 인구 밀도와 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혼외부성(EPP)’ 비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EPP란 남성이 법적인 자녀의 생부가 아닌 경우를 가리킨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벨기에 루벤대학 마르텐 라르무소 교수는 EPP의 원인이 주로 유부녀의 간통을 포함한 혼외정사지만 여성이 당한 성폭행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같은 부계 조상을 가진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남성 513명을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들 가계에 EPP가 없다면 똑같은 Y 염색체를 가져야 한다. 또 19세기 인구 밀도가 높았던 도시에 거주한 노동자와 직공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계에서 EPP가 6%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달리 시골 농민 가계나 중상류층의 경우는 그 비율이 0.5%에 지나지 않았다.
법률적 혼인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출생할 확률은 인구가 거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선 0.6%였고, 1㎢당 최소 10만 명이 거주한 도시의 경우 그 비율은 2.3%였다. 라르무소 교수는 “우리는 평균 EPP율이 전반적으로 낮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구 결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그 비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가 얀 스텐의 작품 ‘출생 축하’(1664년 작품으로 아기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를 묘사했다)를 보면서 이 연구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림의 한가운데 위치한 비교적 나이 많은 아버지가 갓 태어난 아기를 팔에 안고 있다. 그러나 그의 뒤쪽에 다른 남자가 그의 머리 위로 두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그 제스처는 ‘오쟁이를 진’ 남자를 가리키는 표시로 사용됐다. 바람난 아내를 둔 남자라는 뜻이다. 그런 남자의 머리에는 자신에겐 보이지 않지만 다른 모든 사람에겐 보이는 뿔이 자란다는 미신에서 나왔다. 따라서 이 그림의 작가는 ‘출생 축하’라는 제목 아래 태어난 아기의 공식적인 아버지가 생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미술과 연극, 문학 작품에는 유부녀의 혼외정사가 많이 언급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부 사이에 나이 차이가 많은 귀족 가계에서 EPP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구 중 특정 계층이 역사적인 EPP율에서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네바다대학의 피터 B. 그레이 인류학 교수는 “EPP율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낮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루벤대학 팀의 연구가 제공했다”고 논평했다. “과거 복잡한 삶의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표본에서 수 세기에 걸쳐 EPP율이 낮게 유지됐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입양이나 감춰진 불륜, EPP 의심 사례, 결혼과 재혼이 일부 유전적 관계를 모호하게 만든 사례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더 높은 비율이 예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아울러 요즘 여성은 호르몬 피임법 같은 방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당시 여성이 임신을 예방할 기회는 그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는 사실도 유념할 가치가 있다.”
그레이 교수는 이 현상과 관련해 좀 더 넓게 논평하며 이전의 여러 연구도 우리 근래 조상의 EPP율이 낮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영장류보다 남성은 고환 크기가 비교적 작고, 정자의 질이 낮다. 그런 사실은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비율이 낮은 것과 일치한다고 그레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인종지리학과 유전자 연구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EPP율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브루크 스켈자 인류학 부교수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EPP율이 가장 높은 사례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유목민 힘바족(붉은 돌을 갈아 만든 진흙을 온몸에 발라 붉은 피부를 유지하는 원시 부족)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사랑으로 결혼한 힘바족 여성은 중매로 결혼한 여성보다 불륜관계를 맺을 확률이 낮다. 다른 사회에선 여성이 남성 친척보다 여성 친척에 둘러싸여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경우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할 기회를 더 많이 갖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 친척이 여성의 불륜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듯하다.” 그레이 교수는 “그 외 사회적 계급과 안정적인 부부 관계도 외도와 EPP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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