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환율] 매력 떨어져도 달러화 여전한 강세 전망
[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환율] 매력 떨어져도 달러화 여전한 강세 전망
엔화가치도 강세 유지할 듯… 유로화 상승 여부는 대외 변수에 달려 지난 2년간 국내외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 속에서 양국 정상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했다. 두 나라는 서로 공세를 자제하며 긴장의 수준을 관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1단계와 달리 2단계 합의부터는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감한 사안은 양측 모두 미국 대선 이후로 논의를 미루고 싶을 것이다. 다만 미국 대선 이전에는 미국 경제 둔화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두 나라의 갈등 해소 가능성을 크게 판단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문제나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중국의 전략 산업 육성 정책 등 핵심 쟁점에서 두 나라가 근본적으로 타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트럼프가 재선이 되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중국에 대한 견제는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다. 미국에서 대중국 견제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자국의 부채 리스크를 의식하는 중국 정부도 부채에 의존한 성장 방식을 버렸다. 중국의 부채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고비에 직면할 때마다 부채에 의존한 성장 방식으로 급반등을 이끌며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냈던 과거의 패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2020년에 미국과 중국이 긴장의 수위를 적절히 관리하는 휴전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세계 경제는 성장의 견인차가 없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 경제도 2018년을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고 2020년에는 2% 성장도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그래도 선진국 내에서는 미국을 대신해 성장을 견인할 만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성장 모멘텀이 보여야 더 높은 수익을 쫓아 글로벌 자본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2019년에 세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고수익 자산으로서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떨어졌으나, 미국을 버리고 떠나기에는 자본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미국의 금리는 선진국 레벨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 이런 세계 경제 여건은 결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지탱해 줄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도 달러화의 의미 있는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은 주가 변동성에 비해 훨씬 작다. 2010년 이래 코스피가 전일 대비 ±1% 넘게 등락한 경우는 528일에 달해 일주일에 한 번 꼴이었다. 이와 달리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 넘게 등락한 경우는 145일에 불과해 한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종가 기준). 그럼에도 2010년 이래 원·달러 환율의 연간 변동폭은 2018년을 제외하면(90원), 매년의 연고점과 연저점 간격이 적어도 110원이 넘었다. 다만,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개입되면 우리의 시야가 멀리 보지 못하는 습성이 발동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2020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연중으로는 100원 안팎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단과 하단이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일본은 내수 비중이 큰 나라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흐름에,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역풍을 맞았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은 배경이다. 일본 수출의 주력 업종인 기계장비 수출이 글로벌 투자 부진의 영향에 노출되었지만 일본의 성장률은 2018년 대비 하락하지 않았다. 일본은 2018년 0.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2019년 성장률 추정치는 0.9%다.
일본 경제는 2019년 10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일시적 소비 위축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2020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정치적 안정과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높은 내수 비중과 함께 최근 탈(脫) 세계화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다. 2019년 엔화는 8월까지 뚜렷했던 글로벌 금리의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심리 위축, 안전자산 강세 현상으로 2018년 대비 상승했는데 2020년에도 강세 압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엔화는 일본의 내외 금리차에 민감해 글로벌 금리의 상승(하락)은 엔화의 매도(매수) 및 외화의 매수(매도)로 연결되어 엔화가 약세(강세)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2020년에도 글로벌 금리가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무거운 흐름을 보이면서 엔화가 강세 압력을 쉽게 떨쳐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며 시장 심리가 양호하게 유지된다면 엔화도 레벨을 낮출 수 있겠지만, 미중이 큰 틀에서의 휴전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면 엔화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낙폭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일본 내부의 동력도 엔화의 의미있는 하락을 이끌기 어려워졌다. 2013년부터 엔화 약세의 강력한 견인차였던 일본 중앙은행(BOJ)이 정책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BOJ의 급진적인 완화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단기 금리 대비 장기 금리 낙폭이 더 커지자, 은행 등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19년에 미국이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완화를 재개했지만, 일본의 BOJ는 사실상 손발이 묶여 정책에 의미있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 2020년에도 BOJ는 날개를 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시장의 기준이 되는 달러화를 비교 대상으로 했을 때, 2020년 유로화의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유로화 약세를 이끌었던 한 축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이 한계에 직면한 반면, 미국 연준에는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휴전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럽 경기 회복 낙관론이 기저에 있다. 독일의 재정정책 확대 필요성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데, 독일의 정책 당국이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이에 응하게 되는 경우에도 유로화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1년 전에도 달러화 대비 유로화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초 기대에 반해, 유로화는 2019년 완만한 하강 국면이 펼쳐졌는데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따라서 2019년 국내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의 가치는 원·달러 환율에 좌우됐다. 시장의 컨센서스대로 2020년 유로화가 상승하려면 외부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G20 회원국 중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제2, 제3의 경제 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수출의존도가 상위권에 있다(20개국 중 각 7위, 6위). 이는 유로존 자력의 경제 반등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유로화의 상승은 내생적으로 견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은 친환경·자율주행·공유차 등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에 놓인 자동차 산업이 부진을 겪는 데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으로 중국의 대(對) 유럽 수입 의존도가 약화되고 있어 중국발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도돌이처럼 맴돌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유럽에 호재가 되겠지만, 그간의 상황에 비춰보면 낙관적 시나리오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다. 유럽 경제가 견인하는 유로화 상승에 한계가 있다면, 시장의 컨센서스대로 유로화가 1300원대 후반에 이르는 것은 원화의 약세 없이 버거울 수 있다.
-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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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에는 트럼프가 재선이 되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중국에 대한 견제는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다. 미국에서 대중국 견제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자국의 부채 리스크를 의식하는 중국 정부도 부채에 의존한 성장 방식을 버렸다. 중국의 부채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고비에 직면할 때마다 부채에 의존한 성장 방식으로 급반등을 이끌며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냈던 과거의 패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원·달러 환율, 연중 변동폭 100원 안팎
환율 변동성은 주가 변동성에 비해 훨씬 작다. 2010년 이래 코스피가 전일 대비 ±1% 넘게 등락한 경우는 528일에 달해 일주일에 한 번 꼴이었다. 이와 달리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 넘게 등락한 경우는 145일에 불과해 한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종가 기준). 그럼에도 2010년 이래 원·달러 환율의 연간 변동폭은 2018년을 제외하면(90원), 매년의 연고점과 연저점 간격이 적어도 110원이 넘었다. 다만,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개입되면 우리의 시야가 멀리 보지 못하는 습성이 발동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2020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연중으로는 100원 안팎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단과 하단이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일본은 내수 비중이 큰 나라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흐름에,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역풍을 맞았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은 배경이다. 일본 수출의 주력 업종인 기계장비 수출이 글로벌 투자 부진의 영향에 노출되었지만 일본의 성장률은 2018년 대비 하락하지 않았다. 일본은 2018년 0.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2019년 성장률 추정치는 0.9%다.
일본 경제는 2019년 10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일시적 소비 위축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2020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정치적 안정과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는 높은 내수 비중과 함께 최근 탈(脫) 세계화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다. 2019년 엔화는 8월까지 뚜렷했던 글로벌 금리의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심리 위축, 안전자산 강세 현상으로 2018년 대비 상승했는데 2020년에도 강세 압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엔화는 일본의 내외 금리차에 민감해 글로벌 금리의 상승(하락)은 엔화의 매도(매수) 및 외화의 매수(매도)로 연결되어 엔화가 약세(강세)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2020년에도 글로벌 금리가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무거운 흐름을 보이면서 엔화가 강세 압력을 쉽게 떨쳐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며 시장 심리가 양호하게 유지된다면 엔화도 레벨을 낮출 수 있겠지만, 미중이 큰 틀에서의 휴전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면 엔화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에도 낙폭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일본 내부의 동력도 엔화의 의미있는 하락을 이끌기 어려워졌다. 2013년부터 엔화 약세의 강력한 견인차였던 일본 중앙은행(BOJ)이 정책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BOJ의 급진적인 완화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단기 금리 대비 장기 금리 낙폭이 더 커지자, 은행 등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19년에 미국이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완화를 재개했지만, 일본의 BOJ는 사실상 손발이 묶여 정책에 의미있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 2020년에도 BOJ는 날개를 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외환시장의 기준이 되는 달러화를 비교 대상으로 했을 때, 2020년 유로화의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유로화 약세를 이끌었던 한 축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이 한계에 직면한 반면, 미국 연준에는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휴전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럽 경기 회복 낙관론이 기저에 있다. 독일의 재정정책 확대 필요성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데, 독일의 정책 당국이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이에 응하게 되는 경우에도 유로화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 양적완화에는 한계
현재 유럽은 친환경·자율주행·공유차 등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에 놓인 자동차 산업이 부진을 겪는 데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으로 중국의 대(對) 유럽 수입 의존도가 약화되고 있어 중국발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도돌이처럼 맴돌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유럽에 호재가 되겠지만, 그간의 상황에 비춰보면 낙관적 시나리오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다. 유럽 경제가 견인하는 유로화 상승에 한계가 있다면, 시장의 컨센서스대로 유로화가 1300원대 후반에 이르는 것은 원화의 약세 없이 버거울 수 있다.
-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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