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무너지면 IS 다시 뜬다
이란 무너지면 IS 다시 뜬다
이란이 나라 안팎에서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그들의 정정불안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미국 같은 적국들도 그런 혼란을 틈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할까 두려워한다 미국은 이란 시아파 이슬람 공화국의 몰락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40년 동안 거의 숨김없이 드러내 왔다. 그렇게 되면 최근 들어 미국의 정책이 잇따라 좌절을 겪은 지역에서 워싱턴 정부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정정불안을 초래하는 시위의 대규모 격화 또는 대규모의 외세 개입은 더 큰 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바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다. 몇 년 전 이라크와 시리아를 휩쓴 죽음과 파멸에서 탄생한 이 지하드(성전) 전사들은 그 뒤로 이란 정부와 투쟁하는 국내적 움직임을 활용하고 이란을 붕괴로 몰아넣는 외부 세력에 대한 지원을 모색해 왔다.
이란 국내외의 적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재의 혼란으로 혜택을 보지만 테헤란 정부의 적들조차 그런 불안정으로 IS가 부활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비영리·비정파 씽크탱크 중동전략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 아바스 아슬라니는 “IS와 분리주의 단체 등을 포함해 이란 정부에 적대적인 여러 그룹이 이란 내 정정불안을 이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테헤란의 민영 뉴스매체 이란 프런트 페이지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 국가의 붕괴 또는 약화는 지역의 불안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란 내 반정부 진영에도 걱정거리다. 이란 내 현 체제가 붕괴될 경우 누가 그들을 대신할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 IS와의 싸움은 항상 실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2014년 6월 미국 국방부가 직접 개입을 조율하기 시작할 즈음 이란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로 시아파 무슬림 민병대원들을 동원했다. 극히 보수적인 자신들의 이념에서 벗어난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며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IS를 격퇴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그 지하드 전사들의 기세를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근년 들어 IS는 계속 수세에 몰렸다. 호주 육군 산하 지상전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로위 연구소 서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인 로저 섀너헌은 “특히 대공세 초기에 이라크에서 IS와 싸운 이라크 민병대원들에대한 병참·자문의 제공에 이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시리아와 관련된 문제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그들이 IS 격퇴 작전에 기여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공정히 말해 아사드를 후원할 목적은 결코 아니었으며 IS를 겨냥한 공격도 산발적인 선에 그쳤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 뒤 IS의 이른바 칼리프 영토는 파괴됐지만 제임스 제프리 반(反)IS 동맹 미국 대통령 특사는 지난 8월 이라크와 시리아에 약 1만5000명의 전투원이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다른 단체에 합류하고 잠적하거나 완전히 달아난 대원도 있어 그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제프리 특사도 이 수치의 “표준편차가 어느 방향으로든 수천 명에 달한다”고 인정했다.IS는 전투에선 패하고도 줄기차게 프로파간다를 방송하는 고도의 미디어 공세와 뛰어난 살상력을 지닌 잠복 조직을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테헤란 정부도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미국에 적대적인 탄탄한 비국가 운동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이른바 저항 축(Axis of Resistance) 구축은 전략적으로는 큰 승리로 드러났지만 상당한 대가가 따랐다.
이란의 공세에는 인적·재정적 자본이 소요됐으며 갈수록 엄격해지는 미국의 제재로 테헤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제한됐다. 이란 정부는 작전에 동원할 만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다고 여겨지지만 미국이 내린 무역봉쇄와 국정운영 실패의 이중고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개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란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 11월 로하니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과 궁극적으로 복지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 결정은 사실상 오래전부터 추진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값싼 연료에 익숙한 많은 이란인은 그런 갑작스러운 전환을 터무니없는 조치로 받아들여 보기 드물게 격렬하게 저항했다. 정부 당국은 이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시위 중 200명 이상의 이란인이 사망했다. 브라이언 후크 미국 국무부 이란 대표는 희생자 수를 “수백 명 어쩌면 1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인권감시 단체들이 제공한 다른 추정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확실한 최종 집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란 정부는 그 통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란 서부 쿠제스탄주를 포함한 곳에서 시위진압에 대한 저항이 가장 거셌다. ‘아바즈 해방을 위한 아랍투쟁운동’ 같은 아랍 분리주의 단체들이 “주민·점령세력·민병대 간의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도 시위대는 경제상황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잠재적으로 더 심각한 또 다른 위험도 대두됐다. 주요 국경지역의 분리주의 단체들이다.
이들 그룹은 “오늘날 이란에 대한 최대의 비국가적 위협 요소”라고 랜드 연구소의 정치학자인 아리안 타바타바이 컬럼비아대학 국제관계행정대학원 연구원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가장 불안정한 국경지역은 시스탄-발루치스탄, 쿠제스탄, 쿠르디스탄이다. 이들 지역에서 반체제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이란이 시리아에서와 같은 종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우려한다. 타바타바이 연구원은 “이는 많은 이란인이 전면적인 정권붕괴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시리아의 교훈이 크게 부각된다”고 덧붙였다.IS·알카에다 또는 나아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으며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했던 친서방 팔레비 국왕을 몰아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수십 년 동안 아랍족·발루치족·쿠르드족 분리주의 민병대들이 반정부 운동을 벌였다. 이란은 이 반체제적인 커뮤니티들의 고삐를 틀어쥐는 데 대체로 성공했다. 그러나 인명희생이 따르는 공격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월 시스탄-발루치스탄주의 카쉬와 자헤단시 사이에서 군용버스를 겨냥한 차량폭탄 테러로 혁명수비대원 27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테러는 같은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 안사르 알-푸르칸과 함께 과거 혼란기에 정정 혼란을 틈타 이란 정부를 약화시키려 했던 자이쉬 울-아들이 배후를 자처했다. 여러 대륙에 걸쳐 다리를 연결하는 능력으로 악명 높은 IS는 필리핀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그랬듯이 이들의 국내 투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노력해 왔다.
뉴욕의 진보적 싱크탱크 센추리 재단의 다이너에스 펜디어리 연구원은 “IS는 시아파와의 투쟁이 자신들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임을 분명히 천명했으니 이란이 1순위 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란 내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불만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외국인이 시위를 선동한다는 논리로 이란 정부가 시위진압의 명분으로 삼는다.”
이란 내 IS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타바타바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녀는 그러나 “IS는 주로 쿠르드족과 아랍 소수민족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 노력을 집중했다”며 “역사적으로 중앙정부에 외면당하거나 나아가 탄압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섀너헌 연구원은 처음부터 “이란은 IS가 이란 영토에 제기하는 위협 그리고 이란 내 아랍족과 발루치족 수니파 그룹들 사이에서의 저강도 반체제 활동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그들은 이란 내에서 제한적인 지지를 받지만 치안기관들이 시위에 초점을 맞추는 기회를 이용해 지역에서 전술적 행동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며 “현재의 시위는 연료 보조금 삭감을 촉매로 하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란인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소수민족의 권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IS가 이란에 침투하는 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2017년 6월 이란 심장부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IS가 페르시아어 동영상을 공개한 지 두 달도 안 돼 그 단체와 연계된 수니파 무슬림 쿠르드족 전투원 여럿이 이란 의회와 고(故)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당을 겨냥한 이중 공격을 감행해 18명이 사망했다.
지난 9월에도 다시 살상극이 벌어졌다. 아바즈에서 민간인이 피신하고 군인들이 피 흘리는 어린이들을 옮기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란-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쿠제스탄주에서 아랍 분리주의를 조장하려 했다)을 기념하는 혁명수비대 퍼레이드를 향해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했다. 6명의 군인을 포함해 24명이 숨진 이 매복공격에선 IS와 아바지 아랍 분리주의자들이 배후를 자처했다.
한 주 뒤 이란의 케라만샤주와 쿠르디스탄의 밤하늘이 줄피카르와키암 미사일의 화염으로 붉게 물들었다. 미사일들은 이라크 상공 수백 마일을 가로질러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조르주로 날아갔다. 당시 미국과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병력의 공격을 받던 IS 근거지였다. 이 전례 없는 공격은 IS에 보내는 메시지일 뿐 아니라 3대 적국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위력 과시로 간주됐다.이란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 불화를 조장하면서 그들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간주하는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종종 비난한다. 현재의 시위와 관련해 그런 음모의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경파인 존 볼튼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워싱턴 고위 인사들이 이란 반정부단체 인민무자헤딘(MEK)과 아바지 아랍 분리주의자들 같은 반정부 세력에 공개적으로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
테헤란의 언론인 제라 카스테는 “시위대는 그런 분리주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그런 단체들에 이용당하는 것을 분명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현지 대학생 키아라시(성은 밝히지 않았다)는 이란인 입장에서 “과거 이란에 대한 IS 공격의 트라우마가 뇌리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시위가 IS나 분리주의 단체들이 유발하는 불안정으로 이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대중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적 충돌 또는 국내적으로 심각한 소요가 발생할 경우 그런 상황이 정정불안 또는 나아가 IS나 기타 단체들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상당수 이란인은 걱정한다.”
근년 들어 이란이 국경치안을 강화했지만 정부가 후퇴하는 수준까지 불안정이 확대되면 IS가 외부에서 병력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국제정세 분석 사이트 인터내셔널 리뷰의 세아무스 말레카프잘리 분석가는 국가 간 전쟁 또는 내전이 일어날 경우 “IS가 달려들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말레카프잘리는 “내 평생 그보다 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며 IS가 이란과 이웃나라 사이의 침투하기 쉬운 산악지대 황무지에 기반을 구축할 경우 “미국이 그들을 물리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7명 모두 미국의 ‘최대 압박’ 공세에도 가까운 장래에 이란 정부가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워싱턴 정부에 이는 반드시 나쁜 결과는 아닐지 모른다. 그들은 적국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종종 대량 난민 발생, 더 막강한 새로운 적의 출현 그리고 그들을 물리치기 위한 고비용의 군사개입의 형태로 훨씬 더 광범위한 역풍을 맞는 경우가 많다는 교훈을 반복적으로 배웠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상품을) 망가뜨리면 사야 한다(You break it, you own it)”고 경고했다. 1년 뒤 미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그리고 훗날 IS가 탄생한) 나라를 넘겨받아 사실상 2500만 명의 주민을 관리했다. 그리고 다음 정부도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새로운 모험에 착수했다.
인구 수에서 이들 3개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이란의 몰락은 더 파멸적이고 IS를 비롯한 기타 지하 세력에 새로운 활동 여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IS의 위협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이 심해지고 이란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내분이 깊어지면 IS는 이란의 항복을 유도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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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내외의 적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재의 혼란으로 혜택을 보지만 테헤란 정부의 적들조차 그런 불안정으로 IS가 부활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비영리·비정파 씽크탱크 중동전략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 아바스 아슬라니는 “IS와 분리주의 단체 등을 포함해 이란 정부에 적대적인 여러 그룹이 이란 내 정정불안을 이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테헤란의 민영 뉴스매체 이란 프런트 페이지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 국가의 붕괴 또는 약화는 지역의 불안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란 내 반정부 진영에도 걱정거리다. 이란 내 현 체제가 붕괴될 경우 누가 그들을 대신할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 IS와의 싸움은 항상 실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2014년 6월 미국 국방부가 직접 개입을 조율하기 시작할 즈음 이란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로 시아파 무슬림 민병대원들을 동원했다. 극히 보수적인 자신들의 이념에서 벗어난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며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IS를 격퇴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그 지하드 전사들의 기세를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근년 들어 IS는 계속 수세에 몰렸다. 호주 육군 산하 지상전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로위 연구소 서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인 로저 섀너헌은 “특히 대공세 초기에 이라크에서 IS와 싸운 이라크 민병대원들에대한 병참·자문의 제공에 이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시리아와 관련된 문제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그들이 IS 격퇴 작전에 기여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공정히 말해 아사드를 후원할 목적은 결코 아니었으며 IS를 겨냥한 공격도 산발적인 선에 그쳤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 뒤 IS의 이른바 칼리프 영토는 파괴됐지만 제임스 제프리 반(反)IS 동맹 미국 대통령 특사는 지난 8월 이라크와 시리아에 약 1만5000명의 전투원이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다른 단체에 합류하고 잠적하거나 완전히 달아난 대원도 있어 그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제프리 특사도 이 수치의 “표준편차가 어느 방향으로든 수천 명에 달한다”고 인정했다.IS는 전투에선 패하고도 줄기차게 프로파간다를 방송하는 고도의 미디어 공세와 뛰어난 살상력을 지닌 잠복 조직을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테헤란 정부도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미국에 적대적인 탄탄한 비국가 운동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이른바 저항 축(Axis of Resistance) 구축은 전략적으로는 큰 승리로 드러났지만 상당한 대가가 따랐다.
이란의 공세에는 인적·재정적 자본이 소요됐으며 갈수록 엄격해지는 미국의 제재로 테헤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제한됐다. 이란 정부는 작전에 동원할 만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다고 여겨지지만 미국이 내린 무역봉쇄와 국정운영 실패의 이중고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개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란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 11월 로하니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삭감과 궁극적으로 복지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 결정은 사실상 오래전부터 추진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값싼 연료에 익숙한 많은 이란인은 그런 갑작스러운 전환을 터무니없는 조치로 받아들여 보기 드물게 격렬하게 저항했다. 정부 당국은 이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시위 중 200명 이상의 이란인이 사망했다. 브라이언 후크 미국 국무부 이란 대표는 희생자 수를 “수백 명 어쩌면 1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인권감시 단체들이 제공한 다른 추정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확실한 최종 집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란 정부는 그 통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란 서부 쿠제스탄주를 포함한 곳에서 시위진압에 대한 저항이 가장 거셌다. ‘아바즈 해방을 위한 아랍투쟁운동’ 같은 아랍 분리주의 단체들이 “주민·점령세력·민병대 간의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도 시위대는 경제상황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잠재적으로 더 심각한 또 다른 위험도 대두됐다. 주요 국경지역의 분리주의 단체들이다.
이들 그룹은 “오늘날 이란에 대한 최대의 비국가적 위협 요소”라고 랜드 연구소의 정치학자인 아리안 타바타바이 컬럼비아대학 국제관계행정대학원 연구원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가장 불안정한 국경지역은 시스탄-발루치스탄, 쿠제스탄, 쿠르디스탄이다. 이들 지역에서 반체제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이란이 시리아에서와 같은 종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우려한다. 타바타바이 연구원은 “이는 많은 이란인이 전면적인 정권붕괴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시리아의 교훈이 크게 부각된다”고 덧붙였다.IS·알카에다 또는 나아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으며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했던 친서방 팔레비 국왕을 몰아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수십 년 동안 아랍족·발루치족·쿠르드족 분리주의 민병대들이 반정부 운동을 벌였다. 이란은 이 반체제적인 커뮤니티들의 고삐를 틀어쥐는 데 대체로 성공했다. 그러나 인명희생이 따르는 공격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월 시스탄-발루치스탄주의 카쉬와 자헤단시 사이에서 군용버스를 겨냥한 차량폭탄 테러로 혁명수비대원 27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테러는 같은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 안사르 알-푸르칸과 함께 과거 혼란기에 정정 혼란을 틈타 이란 정부를 약화시키려 했던 자이쉬 울-아들이 배후를 자처했다. 여러 대륙에 걸쳐 다리를 연결하는 능력으로 악명 높은 IS는 필리핀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그랬듯이 이들의 국내 투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노력해 왔다.
뉴욕의 진보적 싱크탱크 센추리 재단의 다이너에스 펜디어리 연구원은 “IS는 시아파와의 투쟁이 자신들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임을 분명히 천명했으니 이란이 1순위 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란 내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불만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외국인이 시위를 선동한다는 논리로 이란 정부가 시위진압의 명분으로 삼는다.”
이란 내 IS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타바타바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녀는 그러나 “IS는 주로 쿠르드족과 아랍 소수민족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 노력을 집중했다”며 “역사적으로 중앙정부에 외면당하거나 나아가 탄압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섀너헌 연구원은 처음부터 “이란은 IS가 이란 영토에 제기하는 위협 그리고 이란 내 아랍족과 발루치족 수니파 그룹들 사이에서의 저강도 반체제 활동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그들은 이란 내에서 제한적인 지지를 받지만 치안기관들이 시위에 초점을 맞추는 기회를 이용해 지역에서 전술적 행동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며 “현재의 시위는 연료 보조금 삭감을 촉매로 하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란인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소수민족의 권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IS가 이란에 침투하는 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2017년 6월 이란 심장부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IS가 페르시아어 동영상을 공개한 지 두 달도 안 돼 그 단체와 연계된 수니파 무슬림 쿠르드족 전투원 여럿이 이란 의회와 고(故)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당을 겨냥한 이중 공격을 감행해 18명이 사망했다.
지난 9월에도 다시 살상극이 벌어졌다. 아바즈에서 민간인이 피신하고 군인들이 피 흘리는 어린이들을 옮기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란-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쿠제스탄주에서 아랍 분리주의를 조장하려 했다)을 기념하는 혁명수비대 퍼레이드를 향해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했다. 6명의 군인을 포함해 24명이 숨진 이 매복공격에선 IS와 아바지 아랍 분리주의자들이 배후를 자처했다.
한 주 뒤 이란의 케라만샤주와 쿠르디스탄의 밤하늘이 줄피카르와키암 미사일의 화염으로 붉게 물들었다. 미사일들은 이라크 상공 수백 마일을 가로질러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에조르주로 날아갔다. 당시 미국과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병력의 공격을 받던 IS 근거지였다. 이 전례 없는 공격은 IS에 보내는 메시지일 뿐 아니라 3대 적국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위력 과시로 간주됐다.이란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 불화를 조장하면서 그들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간주하는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종종 비난한다. 현재의 시위와 관련해 그런 음모의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경파인 존 볼튼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워싱턴 고위 인사들이 이란 반정부단체 인민무자헤딘(MEK)과 아바지 아랍 분리주의자들 같은 반정부 세력에 공개적으로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
테헤란의 언론인 제라 카스테는 “시위대는 그런 분리주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그런 단체들에 이용당하는 것을 분명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현지 대학생 키아라시(성은 밝히지 않았다)는 이란인 입장에서 “과거 이란에 대한 IS 공격의 트라우마가 뇌리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시위가 IS나 분리주의 단체들이 유발하는 불안정으로 이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대중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적 충돌 또는 국내적으로 심각한 소요가 발생할 경우 그런 상황이 정정불안 또는 나아가 IS나 기타 단체들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상당수 이란인은 걱정한다.”
근년 들어 이란이 국경치안을 강화했지만 정부가 후퇴하는 수준까지 불안정이 확대되면 IS가 외부에서 병력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국제정세 분석 사이트 인터내셔널 리뷰의 세아무스 말레카프잘리 분석가는 국가 간 전쟁 또는 내전이 일어날 경우 “IS가 달려들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말레카프잘리는 “내 평생 그보다 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며 IS가 이란과 이웃나라 사이의 침투하기 쉬운 산악지대 황무지에 기반을 구축할 경우 “미국이 그들을 물리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7명 모두 미국의 ‘최대 압박’ 공세에도 가까운 장래에 이란 정부가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워싱턴 정부에 이는 반드시 나쁜 결과는 아닐지 모른다. 그들은 적국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종종 대량 난민 발생, 더 막강한 새로운 적의 출현 그리고 그들을 물리치기 위한 고비용의 군사개입의 형태로 훨씬 더 광범위한 역풍을 맞는 경우가 많다는 교훈을 반복적으로 배웠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상품을) 망가뜨리면 사야 한다(You break it, you own it)”고 경고했다. 1년 뒤 미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그리고 훗날 IS가 탄생한) 나라를 넘겨받아 사실상 2500만 명의 주민을 관리했다. 그리고 다음 정부도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새로운 모험에 착수했다.
인구 수에서 이들 3개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이란의 몰락은 더 파멸적이고 IS를 비롯한 기타 지하 세력에 새로운 활동 여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IS의 위협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이 심해지고 이란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내분이 깊어지면 IS는 이란의 항복을 유도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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