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로봇의 무한진화] 가전·반려·교감의 미래 ‘로봇’
[CES 2020 로봇의 무한진화] 가전·반려·교감의 미래 ‘로봇’
가전업체에 완성차업체까지 진출… “일을 대신하거나 교감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 최첨단 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소비자가전쇼 CES 2020 무대의 첫 주인공은 로봇이었다. 이름은 ‘볼리’. 지능형 동반 로봇이다. 4년 만에 기조연설에 나선 삼성전자는 야구공보다 조금 큰 노란색의 동그란 볼리를 무대 가운데로 불러냈다. 볼리는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소비자가전 부문장)을 따라다니며 미래 기술의 방향을 대변했다. 김 사장은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볼리는 인간 중심 혁신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로봇 연구 향방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이 탑재돼 필요에 따라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리는 말 그대로 무대를 여는 시작이었다. 올해 CES 2020은 로봇 대전의 장(場)이었다. 스마트폰이나 스피커에서 만났던 AI가 로봇에 기본으로 적용됐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로봇을 이번 CES의 주목할 기술로 꼽았다. 스티브 코닉 CTA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기술 트렌드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물지능(Intelligent of Things)이 새로운 중심에 서는 10년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지능을 얻는 사물은 로봇을 의미한다.
로봇 대전의 포문은 국내 가전업체가 열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한국 가전업체는 사물에 동작을 부여, 로봇으로 진화시켰다. 실제 볼리는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집 안 곳곳을 살피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한다. 가령 청소기를 돌리게 하거나 음악을 틀게 하는 식이다. 사용자가 요가를 하면 사진을 찍어 TV 화면에 보여주기도 한다. 김현석 사장은 “볼리는 삼성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위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로봇인 동시에 상호작용 디바이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로봇이 주방일을 전담하는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자사 IoT 솔루션 씽큐와 연동한 무인 레스토랑이다. 손님이 LG 클로이 로봇의 안내에 따라 예약된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에 마련돼 있는 클로이로 메뉴를 주문한다. 주방에 있는 또 다른 로봇 클로이가 음식을 만들고, 서빙로봇 클로이가 손님에게 가져다준다. 설거지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노진서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전무)은 “빕스 서울 등촌점에선 클로이가 매일 쌀국수 200그릇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로봇을 가전으로 내세웠다. P&G는 자사의 두루마리 화장지 ‘차밍’을 배달하는 로봇 ‘롤봇(Rollbot)’을 선보였다. 롤봇은 바퀴가 2개 달린 로봇으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화장지를 얹고 화장실까지 가져다준다. P&G는 “이제 화장실에서 휴지가 떨어져도 같이 사는 가족이나 친구를 소리쳐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려로봇 열기도 뜨거웠다. CES 2020에서는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대항마가 대거 전시됐다. 아이보는 지난 2018년 CES에서 AI와 카메라를 탑재해 주인을 알아보고 미소에 반응하는 등 감정을 흉내 내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로봇 고양이가 조명 받았다. 중국 로봇업체 엘리펀트로보틱스가 선보인 로봇 고양이 ‘마스캣(Marscat)’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무심, 활달, 수줍음 등 6가지의 성격을 드러냈다. “나 좀 봐” “이리로 와” 등의 지시에 반응하는가 하면 걷고 뛰고 바닥을 긁는 습성까지 보여줬다.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개발자 하야시 가나메가 창업한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X도 자사의 반려 로봇 ‘러봇(Lovot)’으로 인기를 끌었다. 러봇은 ‘Love’와 ‘Robot’을 합성한 이름으로 사람이 다가가면 카메라를 통해 표정을 인식, 감정 상태를 읽어낸다. 체온과 비슷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AI 기반 자율주행으로 집 안을 돌아 다닌다. 주인을 알아보며, 배를 쓰다듬으면 잠이 들기도 한다. 그루브X 관계자는 “AI 칩이 장착돼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감정을 읽고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반려로봇도 나왔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톰봇’이 치매 증상이 심해져 더 이상 반려견과 지낼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개발했다. 강아지의 골격 구조를 모사해 만들었으며 꼬리를 흔드는 동작이 실제 강아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위한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 반려동물에게 밥·간식을 나눠주는 로봇 ‘미아’ 등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로봇 개발에 나선 것도 올해 CES를 로봇 대전의 장으로 이끌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두 다리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CES에서 인공지능(AI) 이동 로봇인 ‘패스봇’을 공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올해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소형 배송 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를 선보였다. 마이크로 팔레트는 도요타 자율주행차 ‘e-팔레트’ 안에 들어가는 형태다. e-팔레트가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팔레트는 배송 물품을 내려 받을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른바 라스트마일 로봇인 셈이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두 발로 걷는 배송 로봇 ‘디지트’를 공개했다. 포드가 로봇 전문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최대 18㎏의 물품을 옮길 수 있고 계단도 오르내리는 게 가능하다. 디지트의 가슴엔 장애물과 지형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가 달려 있다. 두 팔은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은 물론 초인종을 누르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넘어졌을 때 짚고 일어서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켄 워싱턴 포드 기술책임이사는 “물품 배송을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인 배송 로봇은 미래 택배 사업의 모습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 학과)는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부터 차체를 조립하는 데 로봇을 활용해온 만큼 로봇 기술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개발했지만,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었던 자율주행기술을 최근엔 무엇보다 배송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책임연구원 역시 현대자동차 TV에서 “자율주행기술의 구성은 센서를 통한 환경 인지, 인공지능을 통한 판단, 공학 제어까지 로봇 시스템 구성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돌봄로봇과 교육로봇이 속속 CES 2020의 중심으로 올라서며 로봇 대전의 확전을 예고했다. 국내 벤처인 큐라코가 내놓은 ‘케어 비데’가 대표적이다. 케어 비데는 비데에 내장된 센서를 활용해 환자나 노인의 대소변을 처리해 주는 돌봄로봇이다. 환자가 대소변을 보면 센서가 감지해 연결된 컵으로 즉시 처리한다. 이후 비데 스프레이로 세정한 뒤 온풍 건조로 냄새를 제거한다. 미국 스타트업 ‘로이비(ROYBI)’는 3~7세 유아를 대상으로 언어는 물론 과학, 공학, 미술, 수학을 가르치는 교육용 로봇인 ‘로이비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 100개 중 하나로 꼽혔다. 로이비 로봇으로 500개가 넘는 수업이 가능하다.
운동을 가르치고 상대가 되어주는 로봇도 전시됐다. 오므론이 내놓은 탁구 로봇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시됐다. 탁구 로봇은 작은 탁구공이 탁구대를 오가는 짧은 사이에도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경기가 끝난 뒤엔 사용자의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보여준다.
한편 CTA는 향후 로봇이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과 ‘나와 교감하는 로봇’ 두 가지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는 단순히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 개념을 넘어서서 세세한 업무까지 대신하는 로봇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후자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에 따른 건강 상태를 파악해 아침마다 약이나 운동량 등을 추천해주는 로봇이다. 이에 대해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로봇은 인간의 일을 단순 대체하기보다 인간도 하기 힘든 일에서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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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간 연결 넘어 로봇으로 진화하는 홈 IoT
로봇 대전의 포문은 국내 가전업체가 열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한국 가전업체는 사물에 동작을 부여, 로봇으로 진화시켰다. 실제 볼리는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집 안 곳곳을 살피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기기와 연동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한다. 가령 청소기를 돌리게 하거나 음악을 틀게 하는 식이다. 사용자가 요가를 하면 사진을 찍어 TV 화면에 보여주기도 한다. 김현석 사장은 “볼리는 삼성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위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로봇인 동시에 상호작용 디바이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로봇이 주방일을 전담하는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자사 IoT 솔루션 씽큐와 연동한 무인 레스토랑이다. 손님이 LG 클로이 로봇의 안내에 따라 예약된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에 마련돼 있는 클로이로 메뉴를 주문한다. 주방에 있는 또 다른 로봇 클로이가 음식을 만들고, 서빙로봇 클로이가 손님에게 가져다준다. 설거지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노진서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전무)은 “빕스 서울 등촌점에선 클로이가 매일 쌀국수 200그릇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로봇을 가전으로 내세웠다. P&G는 자사의 두루마리 화장지 ‘차밍’을 배달하는 로봇 ‘롤봇(Rollbot)’을 선보였다. 롤봇은 바퀴가 2개 달린 로봇으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화장지를 얹고 화장실까지 가져다준다. P&G는 “이제 화장실에서 휴지가 떨어져도 같이 사는 가족이나 친구를 소리쳐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감정 읽고 동물 행동 모사, 진화하는 반려로봇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개발자 하야시 가나메가 창업한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X도 자사의 반려 로봇 ‘러봇(Lovot)’으로 인기를 끌었다. 러봇은 ‘Love’와 ‘Robot’을 합성한 이름으로 사람이 다가가면 카메라를 통해 표정을 인식, 감정 상태를 읽어낸다. 체온과 비슷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AI 기반 자율주행으로 집 안을 돌아 다닌다. 주인을 알아보며, 배를 쓰다듬으면 잠이 들기도 한다. 그루브X 관계자는 “AI 칩이 장착돼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감정을 읽고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반려로봇도 나왔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톰봇’이 치매 증상이 심해져 더 이상 반려견과 지낼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개발했다. 강아지의 골격 구조를 모사해 만들었으며 꼬리를 흔드는 동작이 실제 강아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위한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 반려동물에게 밥·간식을 나눠주는 로봇 ‘미아’ 등이다.
자율주행기술을 배송 로봇에 접목하는 완성차업계
올해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소형 배송 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를 선보였다. 마이크로 팔레트는 도요타 자율주행차 ‘e-팔레트’ 안에 들어가는 형태다. e-팔레트가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팔레트는 배송 물품을 내려 받을 사람에게 전달한다. 이른바 라스트마일 로봇인 셈이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두 발로 걷는 배송 로봇 ‘디지트’를 공개했다. 포드가 로봇 전문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최대 18㎏의 물품을 옮길 수 있고 계단도 오르내리는 게 가능하다. 디지트의 가슴엔 장애물과 지형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가 달려 있다. 두 팔은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은 물론 초인종을 누르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넘어졌을 때 짚고 일어서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켄 워싱턴 포드 기술책임이사는 “물품 배송을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인 배송 로봇은 미래 택배 사업의 모습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 학과)는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부터 차체를 조립하는 데 로봇을 활용해온 만큼 로봇 기술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개발했지만,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었던 자율주행기술을 최근엔 무엇보다 배송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책임연구원 역시 현대자동차 TV에서 “자율주행기술의 구성은 센서를 통한 환경 인지, 인공지능을 통한 판단, 공학 제어까지 로봇 시스템 구성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돌봄로봇과 교육로봇이 속속 CES 2020의 중심으로 올라서며 로봇 대전의 확전을 예고했다. 국내 벤처인 큐라코가 내놓은 ‘케어 비데’가 대표적이다. 케어 비데는 비데에 내장된 센서를 활용해 환자나 노인의 대소변을 처리해 주는 돌봄로봇이다. 환자가 대소변을 보면 센서가 감지해 연결된 컵으로 즉시 처리한다. 이후 비데 스프레이로 세정한 뒤 온풍 건조로 냄새를 제거한다.
돌봄로봇·교육로봇 등장에 로봇 대전 확전 가능성
운동을 가르치고 상대가 되어주는 로봇도 전시됐다. 오므론이 내놓은 탁구 로봇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시됐다. 탁구 로봇은 작은 탁구공이 탁구대를 오가는 짧은 사이에도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경기가 끝난 뒤엔 사용자의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보여준다.
한편 CTA는 향후 로봇이 ‘나의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과 ‘나와 교감하는 로봇’ 두 가지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는 단순히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 개념을 넘어서서 세세한 업무까지 대신하는 로봇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후자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에 따른 건강 상태를 파악해 아침마다 약이나 운동량 등을 추천해주는 로봇이다. 이에 대해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로봇은 인간의 일을 단순 대체하기보다 인간도 하기 힘든 일에서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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