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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도입 1년 성적표] LTE보다 20배 빠르다? 확산속도는 더 느려

[5G 도입 1년 성적표] LTE보다 20배 빠르다? 확산속도는 더 느려

가입자·기지국 목표치에 미달... SK텔레콤, 가입자 가장 많지만 기지국 수는 꼴찌
SK텔레콤 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며 5G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5세대 이동통신(5G)’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더욱 고도화되는 정보통신 시대 속에 모든 산업은 더 빠른 통신망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그리는 4차산업혁명의 모든 청사진은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라는 5G를 기반으로 한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전세계 5G 시장 규모가 6679억 달러(약 8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30년까지 5G 상용화로 약 42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상용화 1주년을 맞은 5G의 확산 속도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구호와는 달리 LTE 서비스 시작 후 확산 속도보다 더디다.

4월 3일은 5G가 도입된 지 1년. 그러나 국내 이통사들의 성적은 LTE 서비스 개시 당시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1년 동안 5G 가입자 수는 550만명을 조금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 1월 말 기준 495만8439명이다. 3월 말 기준 집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월 순증량인 29만명을 두 번 더하면 550만명 수준이다. 2011년 7월 상용화를 시작한 LTE가 1년 뒤인 2012년 6월 말 740만명의 가입 고객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휘는 성질’ 약해 LTE보다 촘촘한 기지국 필요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초기에 비해 5G 가입자 수 확대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27만1686명으로 시작한 5G 가입자 수는 5월 78만4215명으로 한 달만에 50만명 이상 늘었다. 이후 월별 순증은 점차 증가해 같은해 8월에만 88만2831명이 늘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겪었고, 올해 1월에는 29만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5G 가입자 확산이 LTE보다 느린 이유는 명확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LTE보다 비싼 5G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5G에 앞서 1~4세대 통신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1세대는 음성, 2세대 문자메시지, 3세대 인터넷, 4세대 미디어 등이 각각 대표 서비스였다. 그러나 아직 5세대 통신을 대표할만한 특화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홀로그램·클라우드게임 등이 5G 시대의 특화 서비스로 꼽히지만 이런 콘텐트의 성공사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까진 LTE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는 점이 유일한 장점이다. 매력적인 서비스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5G 통신서비스의 이용료는 LTE에 비해 뚜렷하게 높다. 이통 3사의 5G 요금제는 월 5만~13만원대로 구성돼 있다. LTE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액요금제가 월 3만~10만원대라는 점과 비교하면, 5G 이용자의 요금 부담은 높아졌다.

콘텐트 부족 뿐 아니라 통신사들의 기지국 구축이 늦다는 점도 5G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속도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렵고, 심지어 5G가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5G 도입 초기인 현 상황에서는 대체적으로 기지국의 개수가 5G 품질과 비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기정통부 전파기반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통3사가 구축해 준공 신고까지 마친 5G 기지국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10만8897개에 불과하다. 이는 1년 전 3만5851국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전국을 커버하는 80만 개의 LTE 기지국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현재 5G망이 사용하는 3.5GHz 주파수는 ‘휘는 성질’인 회절성이 약해 벽이나 건물 등 장애물을 만나면 우회하거나 피하기 어렵다. 도달거리도 LTE에 비해 짧다. 때문에 LTE보다 더 촘촘한 기지국 설치가 필요하다.

현재 통신사의 기지국 개설은 당초 목표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23일 이동통신사 및 제조사와 가진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TF’ 회의에서 2019년 말까지 전국 85개 시의 동 단위까지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대키로 하며 23만 개의 기지국 구축을 목표로 한 바 있다. 현재의 기지국 수는 목표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통사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5G망에 대한 투자가 가입자 수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5G 요금제 가입자 수는 기존 LTE와 같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이다. SK텔레콤이 221만5522명의 가입자를 유치해 점유율 44.6%를 차지했고, KT가 150만7190명으로 30.3%, LG유플러스가 123만5500명으로 24.9%를 나타냈다. 오랜 기간 5:3:2의 구도를 이어 온 LTE와 대체적으로 유사한 비율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기지국 설치는 KT-LG유플러스-SK텔레콤 순으로 집계됐다. 국회 노웅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전국에 준공신고한 5G 기지국 수는 KT 4만101국, LG유플러스 3만7844국이었고, SK텔레콤은 3만952국에 그쳤다. 이동통신 기지국은 설치공사 완료 후 준공신고를 하면 운용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준공신고 기준 기지국 수 집계에는 한 개 기지국에 몇 개의 안테나가 적용됐는지 등 세부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5G의 품질을 따지기에 적정한 지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올해부터 기준을 마련해 적정한 평가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G 기지국 수는 KT-LG유플러스-SK텔레콤 순
사진:© gettyimagesbank
지난해 5G와 관련한 설비투자(CAPEX) 총 비용은 8조7807억원가량이다. KT가 3조2568억원, SK텔레콤이 2조9200억원, LG유플러스가 2조6085억원을 유선망과 무선망, 기업전용망 등에 투자했다. 이통 3사의 5G 통신 품질은 올해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이통3사의 5G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를 진행하고, 각각 7월과 11월에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5G 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1%였던 세액공제율을 올해 2%로 늘렸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공제율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지만, 세액공제 대상에 공사비를 포함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용자에게 정확한 5G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통신사가 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이 아닌 5G 네트워크 투자 경쟁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적극적인 네트워크 투자를 유도해 5G 서비스 품질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5G 단독 망 서비스 상용화 시점도 불확실
정부는 올해를 5G 상용화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LTE와 일부 망을 공유하는 현재의 비단독모드(NSA)에서 5G 전용망인 단독모드(SA)로 전환을 준비 중이며, 현재 상용화된 3.5㎓(기가헤르츠) 외에 28㎓ 주파수 대역도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상용화된 NSA 5G 망은 무선기지국은 독자적 장비를 사용하지만 유선망 데이터 전송 구간, 즉 코어망에는 아직 LTE 장비를 그대로 사용한다. 코어망까지 5G 전용장비를 사용하는 SA로 전환이 이뤄지면 통신 접속 시간이 2배 이상 빨라지고, 데이터 처리 효율이 3배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28㎓ 주파수 대역이 더해지면 400㎒(메가헤르츠)에 이르는 초광대역폭으로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진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이룰 수 있게 되는 셈이다. 3.5㎓ 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전파 거리가 짧은 주파수 특성상 넓은 커버리지를 담당하긴 어렵지만 거점을 위주로 스마트팩토리 등 고도화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SA와 28㎓ 도입 준비가 미진한 상황이다. SA 장비가 기존에 설치한 NSA 장비와 호환이 될지 조차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반면 SK텔레콤은 호환이 가능할지 확언하지 못한다. SK텔레콤 측은 “SA 망 상용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장비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며 “올해 중 추진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변수가 많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28㎓ 망 준비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 통신 3사는 주파수 이용 계획서에서 제출한 망 구축 계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28㎓ 5G 망을 각각 1269대, 3000대, 1000대 확충키로 약속했는데, 아직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설비투자 금액과 규모,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우선 3.5㎓ 위주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3.5㎓ 대역의 커버리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며 “28㎓ 망 구축은 B2B 사업자와 정부 등의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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