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내 집 있는데 노인주택에 가라고?
[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내 집 있는데 노인주택에 가라고?
건강 지원, 커뮤니티 형성 가능한 ‘대안 주택’ 모델 모색 필자는 대학원에서 고령자부동산론이라는 강좌를 10여 년째 강의하고 있다. 이 과목은 우리사회에도 다가오고 있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노인대국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선례를 통해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나타나는 시대의 변화상과 노인의 삶을 살펴보고, 노인주택과 다양한 노인 주거시설에 대해 연구하는 강좌다.
이 강좌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노인이 되면 왜 노인주택에 입주해야 하는가?”다. 노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력과 시력, 운동신경, 균형감각과 신체조절능력 등이 떨어져 건강이 약화되는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겪게 된다. 노인이 되면 노인주택에 반드시 입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체와 건강의 약화를 보완해줄 새로운 선택지로 노인주택이나 요양시설로의 이주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내 집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 집은 쉼터, 편안함·안정감·익숙함 등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장점이 많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의 ‘고령자 추락·낙상사고 동향 분석(2016)’에 따르면 고령자의 위해 발생 장소로 주택이 72.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에게 있어서 내 집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최다 위해 발생 장소인 주택을 세분화한 결과, ‘방(침대)’이 66.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거실’ 7.7%, ‘계단’ 6.4% 순으로 파악됐다. 이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에게 있어 주택과 안방이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인복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Aging in Place’다. Aging in Place는 ‘노인이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집 또는 장소에서 거주하면서 친숙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귀속감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다. 내 집에서 거주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가족과 함께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인간의 욕구다.
Aging in Place의 개념에서 공간적 의미 ‘Place’는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넓게는 ‘지역사회’로 확대할 수 있다. 더 넓게 확장하면 감정적·심리적 차원에서 귀속감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범위를 의미한다. 노후에 안정감을 느끼고 살아가게 하는 Aging in Place의 개념에서 물리적인 공간인 집으로 그 범위를 좁히기보다는, 익숙한 환경 범위인 지역사회에서의 거주도 Aging in Place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안적 주택’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Aging in Place의 범위로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이 Aging in Place의 개념을 지역사회로 확대해 물리적 공간의 측면보다 지역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강조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지역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봄 시스템으로, 지역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 노후를 즐기기 위해 시니어타운을 찾아가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애리조나 선시티의 경우 골프장 11개를 갖춘 1000만평 넘는 광활한 대지에서 약 4만명의 노인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즐거운 노후를 지내고 있다. 이런 모습의 노인주택단지를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주거시설(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라고 한다. 미국에 분포하는 CCRC는 약 2000개 이상이고, 입주민이 약 70만명 넘으며, 시장 규모도 약 35조원으로 추산된다. Aging In Place의 개념이 적용된 노인전용주거단지인 CCRC는 노인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줌으로써 사회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보호·관리가 필요할 경우 요양시설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는데, 이때 이주하는 노인이 새로운 거주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커뮤니티 단절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따라서 건강할 때 건강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고 케어도 받을 수 있는 주거와 요양의 환경이 정비된 CCRC는 대안이 될 수 있다.
CCRC의 주거지 유형으로는 ▷개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 단독 독립 거주 ▷생활 지원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지원 주거 ▷지속적으로 곁에서 건강관리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인 간호 서비스 주거 ▷케어가 필요한 노인이 직접 시설로 이동해 정해진 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규모 공동 주거 ▷입주자용 편의시설로 수영장·골프장·체육관과 입주자에게 필요한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는 물론 골프장을 비롯한 스포츠 편의시설, 알츠하이머병 등 특수한 질병을 가진 노인을 위한 특수 간호 시설이 결합돼 있는 등 거주자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저하돼도 강제로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평생 보살핌을 제공하고 있어 건강상태의 저하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주거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고령자 주거를 중심으로 한 케어가 이뤄지도록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정부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국형 CCRC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급증하는 고령인구에 대응하고, 적정한 하드웨어 구축의 필요성으로 인해, 이미 조성된 동탄2신도시와 앞으로 조성하려는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모델사업에 대한 기초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CCRC는 고령자를 위한 거주·의료·돌봄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교류증진·고령자의 교육·재취업 등과 같이 주택·보건·도시·지역·산업 분야의 여러 정책이 조합된 기반 위에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CCRC와 같이 하나의 지역단위 고령자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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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좌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노인이 되면 왜 노인주택에 입주해야 하는가?”다. 노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력과 시력, 운동신경, 균형감각과 신체조절능력 등이 떨어져 건강이 약화되는 특징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겪게 된다. 노인이 되면 노인주택에 반드시 입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체와 건강의 약화를 보완해줄 새로운 선택지로 노인주택이나 요양시설로의 이주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내 집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 집은 쉼터, 편안함·안정감·익숙함 등 몇 개의 단어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장점이 많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의 ‘고령자 추락·낙상사고 동향 분석(2016)’에 따르면 고령자의 위해 발생 장소로 주택이 72.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에게 있어서 내 집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최다 위해 발생 장소인 주택을 세분화한 결과, ‘방(침대)’이 66.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거실’ 7.7%, ‘계단’ 6.4% 순으로 파악됐다. 이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에게 있어 주택과 안방이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인주택, 물리적 공간보다 상호작용에 초점을
Aging in Place의 개념에서 공간적 의미 ‘Place’는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넓게는 ‘지역사회’로 확대할 수 있다. 더 넓게 확장하면 감정적·심리적 차원에서 귀속감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범위를 의미한다. 노후에 안정감을 느끼고 살아가게 하는 Aging in Place의 개념에서 물리적인 공간인 집으로 그 범위를 좁히기보다는, 익숙한 환경 범위인 지역사회에서의 거주도 Aging in Place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안적 주택’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Aging in Place의 범위로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이 Aging in Place의 개념을 지역사회로 확대해 물리적 공간의 측면보다 지역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강조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지역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봄 시스템으로, 지역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 노후를 즐기기 위해 시니어타운을 찾아가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애리조나 선시티의 경우 골프장 11개를 갖춘 1000만평 넘는 광활한 대지에서 약 4만명의 노인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즐거운 노후를 지내고 있다. 이런 모습의 노인주택단지를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주거시설(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라고 한다. 미국에 분포하는 CCRC는 약 2000개 이상이고, 입주민이 약 70만명 넘으며, 시장 규모도 약 35조원으로 추산된다.
신도시 개발에 한국형 CCRC 모델 도입 준비
CCRC의 주거지 유형으로는 ▷개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 단독 독립 거주 ▷생활 지원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지원 주거 ▷지속적으로 곁에서 건강관리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인 간호 서비스 주거 ▷케어가 필요한 노인이 직접 시설로 이동해 정해진 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규모 공동 주거 ▷입주자용 편의시설로 수영장·골프장·체육관과 입주자에게 필요한 부대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는 물론 골프장을 비롯한 스포츠 편의시설, 알츠하이머병 등 특수한 질병을 가진 노인을 위한 특수 간호 시설이 결합돼 있는 등 거주자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저하돼도 강제로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평생 보살핌을 제공하고 있어 건강상태의 저하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주거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고령자 주거를 중심으로 한 케어가 이뤄지도록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정부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국형 CCRC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급증하는 고령인구에 대응하고, 적정한 하드웨어 구축의 필요성으로 인해, 이미 조성된 동탄2신도시와 앞으로 조성하려는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모델사업에 대한 기초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CCRC는 고령자를 위한 거주·의료·돌봄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교류증진·고령자의 교육·재취업 등과 같이 주택·보건·도시·지역·산업 분야의 여러 정책이 조합된 기반 위에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CCRC와 같이 하나의 지역단위 고령자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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