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묻지마 주가’ 어디로] 20만원대 주가 동력은 PDR(꿈 대비 주가)?
[SK바이오팜의 ‘묻지마 주가’ 어디로] 20만원대 주가 동력은 PDR(꿈 대비 주가)?
‘장밋빛’ 산정해도 11만원대… 락업물량·공매도금지 풀리면 주가 조정 받을까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의 주가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만원대에서 거래되는 현재의 가격이 적정한지를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SK바이오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화제다.
지난 7월 7일 SK바이오팜 주가는 26만9500원까지 올라갔다. 상장 나흘째 찍은 최고점이다. 당시 시가 총액은 21조1054억원, 코스피 시총 순위 13위에 달했다. SK바이오팜 지분 75%를 가진 SK㈜의 시총까지 넘은 수치다. SK바이오팜 주가는 이후 조정을 받아 다소 내려간 상태지만 한국 기업공개 역사에 남을 기록을 썼다.
이 같은 주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성장주에 투자가 몰리는 최근 주식시장 흐름, 공모 직후 매물이 부족했던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도 주가에 호재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주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이익대비 적정 주가를 산정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순자산 대비 주가를 산정하는 주가 순자산비율(PBR) 등을 이용한 전통적인 가치 평가로는 지난해 말 기준 적자에 자본잠식 상황에서 특례상장한 SK바이오팜에는 적용조차 불가능하다. 최근 등장한 신조어인 PDR(price to dream ratio·꿈 대비 주가)이 아니고선 SK바이오팜의 적정 주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바이오기업처럼 현재의 매출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 산정 방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 매출 추정을 토대로 적정 주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방식을 토대로 상장 당일 SK바이오팜의 적정주가를 10만~11만원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7월 2일 목표주가 10만원 의견을 낸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와 수노시 등 파이프라인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의 매출 추정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했다. 2030년 기준 엑스코프리와 수노시의 미국·유럽 시장점유율(처방기준)을 30%로 전망해 매출을 산정하고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산정된 기업가치는 7조8340억원이다.
같은 날 적정주가 11만원을 제시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 수노시 등의 약품이 가장 잘 팔릴 시점의 매출에서 뇌전증 신약 부문 경쟁업체인 글로벌 제약회사 UCB의 고성장기 주가매출비율(PSR)인 5.0을 곱해 적정 시가총액을 9조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공모가 더블에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7월 6일까지 ‘3연상’을 기록하며 이런 가치 산정은 큰 의미를 잃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침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내부적으로 목표주가로 산정한 주가는 이미 넘었는데, 이를 리포트에 쓰는 것은 사실상 매도의견을 나타내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SK바이오팜의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가치’를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 즉 숨은 가치는 SK그룹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병화 연구원은 SK바이오팜에 대해 “SK그룹이라는 거대한 산업자본에 기반한 업체이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뿐,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셀테크, 슈와츠 등을 인수하며 바이오산업을 키운 UCB와 유사한 경로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산업은 SK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은 산업이다. 최종현 전 회장부터 최태원 회장이 30년간 집중 육성·투자하면서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스토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미국에서 석사과정 중인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 역시 SK바이오팜에 소속돼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이자 최종관 SK네트웍스 전 고문의 자녀인 최성원·최진원씨가 공모 이후 주가가 고점에 달했던 7월 7일과 8일 SK바이오팜의 주식을 소량 사들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SK바이오팜의 주가가 유통 주식 부족으로 인한 ‘단기적 과잉’일 뿐이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공모 당시 주식을 원하는 사람 대비 유통된 주식이 적었고, 그마저도 많은 비중이 보호예수와 의무보유 확약 등으로 묶여 한정된 주식만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묶여있던 주식들이 매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실제 상장 당일 거래가 가능했던 주식은 기관투자자의 미확약 물량 631만920주와 개인투자자 물량 391만5662주 등 1022만6582주로 전체 주식(7831만3250주) 대비 13%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거래가 가능한 물량은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기관의 의무보유 기간이 풀리는 건 3개월 뒤 부터다. 전체 주식의 2%인 170만5534주가 매도 가능해지고 6개월 뒤엔 전체 주식의 6.3%인 492만3063주가 해제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의무보유 해제에 따른 수급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후 몇 일간 거래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주로 주식을 팔고 그 물량을 가지고 개인들이 거래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의 변동성도 크다”며 “3개월 후 유통물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거래되는 물량은 전체의 15% 수준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오히려 지수 편입 이벤트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SK바이오팜이 KOSPI 200에 9월 조기편입되고 11월쯤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도 편입될 걸로 본다”며 “단기적으론 수급 상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이벤트지만 앞서 삼성바이오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지수편입 이벤트가 끝난 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부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상태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공매도 금지 정책의 큰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지스와 셀트리온은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었는데, 공매도가 부활하면 SK바이오팜 역시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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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SK바이오팜 주가는 26만9500원까지 올라갔다. 상장 나흘째 찍은 최고점이다. 당시 시가 총액은 21조1054억원, 코스피 시총 순위 13위에 달했다. SK바이오팜 지분 75%를 가진 SK㈜의 시총까지 넘은 수치다. SK바이오팜 주가는 이후 조정을 받아 다소 내려간 상태지만 한국 기업공개 역사에 남을 기록을 썼다.
이 같은 주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성장주에 투자가 몰리는 최근 주식시장 흐름, 공모 직후 매물이 부족했던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도 주가에 호재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 매출 반영해도 설명 어려운 ‘20만원대’
물론 바이오기업처럼 현재의 매출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 산정 방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 매출 추정을 토대로 적정 주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방식을 토대로 상장 당일 SK바이오팜의 적정주가를 10만~11만원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7월 2일 목표주가 10만원 의견을 낸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와 수노시 등 파이프라인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의 매출 추정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했다. 2030년 기준 엑스코프리와 수노시의 미국·유럽 시장점유율(처방기준)을 30%로 전망해 매출을 산정하고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산정된 기업가치는 7조8340억원이다.
같은 날 적정주가 11만원을 제시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 수노시 등의 약품이 가장 잘 팔릴 시점의 매출에서 뇌전증 신약 부문 경쟁업체인 글로벌 제약회사 UCB의 고성장기 주가매출비율(PSR)인 5.0을 곱해 적정 시가총액을 9조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공모가 더블에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7월 6일까지 ‘3연상’을 기록하며 이런 가치 산정은 큰 의미를 잃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침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내부적으로 목표주가로 산정한 주가는 이미 넘었는데, 이를 리포트에 쓰는 것은 사실상 매도의견을 나타내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SK바이오팜의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가치’를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 즉 숨은 가치는 SK그룹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병화 연구원은 SK바이오팜에 대해 “SK그룹이라는 거대한 산업자본에 기반한 업체이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뿐,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셀테크, 슈와츠 등을 인수하며 바이오산업을 키운 UCB와 유사한 경로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산업은 SK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은 산업이다. 최종현 전 회장부터 최태원 회장이 30년간 집중 육성·투자하면서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스토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미국에서 석사과정 중인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 역시 SK바이오팜에 소속돼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이자 최종관 SK네트웍스 전 고문의 자녀인 최성원·최진원씨가 공모 이후 주가가 고점에 달했던 7월 7일과 8일 SK바이오팜의 주식을 소량 사들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SK바이오팜의 주가가 유통 주식 부족으로 인한 ‘단기적 과잉’일 뿐이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공모 당시 주식을 원하는 사람 대비 유통된 주식이 적었고, 그마저도 많은 비중이 보호예수와 의무보유 확약 등으로 묶여 한정된 주식만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묶여있던 주식들이 매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실제 상장 당일 거래가 가능했던 주식은 기관투자자의 미확약 물량 631만920주와 개인투자자 물량 391만5662주 등 1022만6582주로 전체 주식(7831만3250주) 대비 13%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거래가 가능한 물량은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기관의 의무보유 기간이 풀리는 건 3개월 뒤 부터다. 전체 주식의 2%인 170만5534주가 매도 가능해지고 6개월 뒤엔 전체 주식의 6.3%인 492만3063주가 해제된다.
수급 변화 따른 조정 받을까
강 연구원은 오히려 지수 편입 이벤트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SK바이오팜이 KOSPI 200에 9월 조기편입되고 11월쯤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도 편입될 걸로 본다”며 “단기적으론 수급 상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이벤트지만 앞서 삼성바이오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지수편입 이벤트가 끝난 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부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상태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공매도 금지 정책의 큰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지스와 셀트리온은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었는데, 공매도가 부활하면 SK바이오팜 역시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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