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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구찌 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메신저로 378만원 구찌 가방 거래

[샤넬·구찌 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메신저로 378만원 구찌 가방 거래

카카오커머스 영토확장 나서, 지난 8월엔 카카오IX와 합병 결정
사진: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캡쳐
명품 코너에 들어가 올해 출시한 구찌 지갑을 살피고, 생로랑의 금장 클러치 가방 가격을 확인한다. 샤넬 N5 향수를 둘러보고 디올 립스틱도 색상별로 확인한다. 옆 코너의 아르마니 시계까지 살핀 후 쇼핑을 마무리한다.

고급 백화점을 돌아보는 여느 쇼핑객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 광경은 집 거실 소파에서 ‘카카오톡’을 즐기는 한 20대 대학생의 모습이다. 카카오톡의 이커머스 서비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명품 선물 카테고리가 등장하면서 마치 작은 카카오톡 백화점이 형성된 분위기다.

채팅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이 명품을 품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화장품 제품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는 2019년 8월부터 선물하기 안에 명품 화장품 테마를 신설했는데, 최근 다양한 명품을 추가하며 ‘온라인 백화점’ 모양새를 띠기 시작했다. 대부분 값비싼 제품이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아, 2020년 2월부터는 가방과 지갑 등 패션 잡화부터 주얼리, 시계까지 명품 제품의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명품 카테고리를 생성한 이후 매달 거래액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소비자들의 명품 니즈가 크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고, 명품 제품군 강화에 더욱 힘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발렌시아가·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66개 입점
지난 7월엔 매장 선정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샤넬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등장했다. 아직 코스메틱 부분만 들어섰지만, 샤넬의 코스메틱이 국내 온라인몰에 정식 입점한 것은 백화점 온라인몰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샤넬 전문관’을 따로 오픈했다. 샤넬 전문관에는 샤넬 제품 중에서도 유명한 N5 향수, 리퀴드 립스틱 등 모두 33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현재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샤넬·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몽블랑·펜디·발렌티노·프라다·페라가모 등 백화점 카테고리 기준에서 ‘명품’으로 구분되는 브랜드 66개가 입점해 있다. 10월 8일 기준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명푼군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는 구찌의 숄더백인데 가격은 378만3000원이다. 3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이 메신저에서 거래되는 셈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제작된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다. 2010년 12월에 서비스를 처음 오픈하고, 2012년 1월부터 배송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이전까지는 수천원 정도의 커피 쿠폰을 친구들끼리 선물로 주고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배송 상품 판매를 시작으로 더욱 비싼 가격의 제품을 인터넷에서 쇼핑하듯 제품을 사고 친구 집으로 택배 배송하는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톡 첫 화면에 친구의 생일 알람 기능을 추가한 것도 한몫했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5월 생일 알람 기능을 도입했는데, 생일 알람에 맞춰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카카오 선물하기로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이 보편화했다.

이처럼 기능이 진화하면서 거래액도 팽창했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처음 2010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출시한 후, 2011년 거래액은 300억이었다. 2021년에 1100억으로 껑충 뛰더니 2013년 2400억, 2014년 3200억, 2015년 8000억, 2016년 8000억, 2017년엔 1조를 처음으로 돌파해 1조200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카카오커머스의 거래액이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선물하기와 협약을 맺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6000여 곳이며, 카카오 선물하기가 하루 50만 건 정도 진행되고 있다”며 “연간으로 따지만 2000만명 정도가 카카오 선물하기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커머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 선물하기의 판매 제품을 선별하는 MD팀이 따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팅이 가능하다. 선물하는 사람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커머스 MD팀은 ‘어른선물’ ‘아프지마’ 등 주제별로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기도 한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대부분 이커머스가 지향하는 오픈마켓 형태는 아니다”라며 “MD팀에서 업체와 제품을 선정해서 판매 목록에 올리는 식으로 철저하게 입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757억원, 업계 최고 수준
카카오 선물하기를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매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카카오의 자회사로 분사한 뒤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냈다. 이는 자회사 분사 뒤 처음으로 공개한 연간 실적이었는데, 25%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여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픈마켓 지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커머스의 영업이익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IX와 합병이 확정됐다.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해 제작한 캐릭터 상품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판매 상품으로 선보이게 되면 카카오톡 선물하기 사업에 날개를 단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공동체 내 비즈니스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합병”이라며 “카카오커머스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카카오의 캐릭터 IP를 활용한 제품 등으로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중국의 채팅 애플리케이션 ‘위챗’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명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위챗 페이로 오프라인 결제까지 하는 상황이라 위챗을 통해 값비싼 명품 제품을 사는 것에 대한 이질감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강화되어 소액 결제뿐 아니라 고액 결제까지 별 거부감 없이 진행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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