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1년] 사업 철수에 판매 중단, 폐점까지… 시장이 사라졌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1년] 사업 철수에 판매 중단, 폐점까지… 시장이 사라졌다
“폐손상 가능성 적다” 검사 결과에도 사용중단 권고 유지 액상형 전자담배 소매점을 운영하는 김신안(가명·42)씨는 지난 10월을 끝으로 매장 문을 닫았다. 지난해 9월 6일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 권고’가 나온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자제 권고는 ‘사용중단 강력 권고’로 격상됐고, 1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김씨는 “매출이 지난해 9월 사용자제 권고로 반토막 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사용중단 권고로 얼어붙었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기로 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지난 10월 뒤늦게 내놓으면서 ‘사용중단 권고 유지’를 밝히고 나섰다. 정부는 사용중단 권고 원인으로 지목했던 “폐손상 사례가 국내선 없다”면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 유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실정을 덮기 위해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자담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월 5일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결과를 조용히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미국 내 폐손상 및 사망 사례가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관계부처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을 구성, 같은 해 12월 성분 분석 결과를 내고 올해 상반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며 적극 대응을 예고했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 대처하라”는 지시 5일 만에 나왔다.
문제는 정부의 사용중단 유지 결정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원인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폐손상을 들었다. 하지만 유해성 검사 결과 국내서 팔리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폐손상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왔다. 유해성 검사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에서 발생했던 폐손상과 유사한 사례는 국내서 접수된 적이 없다”면서 “폐손상 사례가 현재로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11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 손상의 원인으로 대마 추출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기화하는 데 쓰이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12일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 의심성분 분석 결과 발표’를 내고 “THC는 마약의 일종인 대마 성분”이라며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 모든 제품에서 THC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의 유해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용 중단 권고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뱃잎 보관에만 수많은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궐련에 비해 유해 물질이 적은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분석한 CDC는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사용하기로 선택한 경우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정부가 사용중단 권고에 따른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 사용중단 권고를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자담배 제조업체 한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 결과를 보면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를 유지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THC는 없지만 이를 기화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소량 검출됐다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유해성 검사선 이조차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진행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액상에서 나왔던 소량(0.1∼8.4ppm)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기화한 액상에선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점액성 물질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THC를 기화하는데 쓰이는 용액으로 폐에 달라붙는 특징을 가졌다. 이에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폐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 결과에선 비타민E 아세테이트 23만~88만ppm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유지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세계 시장 추이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영국 등에선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지정, 해당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웰스파고는 “영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일반 궐련 담배 시장을 추월했다”면서 “2021년이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일반 궐련 담배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계 아이폰이라 불렸던 ‘쥴(JUUL)’은 지난 5월 국내 진출 1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고, 국내 1위 담배제조사인 KT&G 역시 쥴에 대응에 시장에 내놨던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판매를 지난 8월 포기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섣부른 정책으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업체가 줄줄이 폐업했다”면서 “담배가 건강에 나쁘지만, 산업면에선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월 판매량이 430만개로까지 치솟았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분기 월평균 10만개가 팔리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누적판매량은 120만개로, 전년 동기 610만개 대비 80.3% 급감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 대변인은 “폐손상 가능성이 없음에도 폐손상을 이유로 내놓은 사용 중단 권고에 산업이 망가졌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상 추진 배경에 담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 손상 및 사망사례 발생”이 국내와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대조된다. 국내 한 담배회사의 고위 임원은 “죄악세라는 이름으로 담배에 붙은 세금은 담배의 인체 유해성이 근거로 작용한다”면서 “정부 발표를 잘 보면 폐손상은 이제 사라졌고, 유해성으로 범위 넓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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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용중단 권고로 얼어붙었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기로 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지난 10월 뒤늦게 내놓으면서 ‘사용중단 권고 유지’를 밝히고 나섰다. 정부는 사용중단 권고 원인으로 지목했던 “폐손상 사례가 국내선 없다”면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 유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실정을 덮기 위해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용중단 권고 직접 원인 사라졌지만, 방침 유지?
문제는 정부의 사용중단 유지 결정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데 있다. 앞서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원인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폐손상을 들었다. 하지만 유해성 검사 결과 국내서 팔리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폐손상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왔다. 유해성 검사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에서 발생했던 폐손상과 유사한 사례는 국내서 접수된 적이 없다”면서 “폐손상 사례가 현재로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11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 손상의 원인으로 대마 추출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기화하는 데 쓰이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12일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 의심성분 분석 결과 발표’를 내고 “THC는 마약의 일종인 대마 성분”이라며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 모든 제품에서 THC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의 유해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용 중단 권고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뱃잎 보관에만 수많은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궐련에 비해 유해 물질이 적은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분석한 CDC는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사용하기로 선택한 경우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정부가 사용중단 권고에 따른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 사용중단 권고를 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자담배 제조업체 한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 결과를 보면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를 유지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THC는 없지만 이를 기화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소량 검출됐다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유해성 검사선 이조차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진행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액상에서 나왔던 소량(0.1∼8.4ppm)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기화한 액상에선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점액성 물질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THC를 기화하는데 쓰이는 용액으로 폐에 달라붙는 특징을 가졌다. 이에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폐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 결과에선 비타민E 아세테이트 23만~88만ppm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유지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세계 시장 추이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영국 등에선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지정, 해당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웰스파고는 “영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일반 궐련 담배 시장을 추월했다”면서 “2021년이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일반 궐련 담배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계 아이폰이라 불렸던 ‘쥴(JUUL)’은 지난 5월 국내 진출 1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고, 국내 1위 담배제조사인 KT&G 역시 쥴에 대응에 시장에 내놨던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 판매를 지난 8월 포기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섣부른 정책으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업체가 줄줄이 폐업했다”면서 “담배가 건강에 나쁘지만, 산업면에선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1년 넘은 사용중단 권고에 세금 인상까지 예고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상 추진 배경에 담은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 손상 및 사망사례 발생”이 국내와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대조된다. 국내 한 담배회사의 고위 임원은 “죄악세라는 이름으로 담배에 붙은 세금은 담배의 인체 유해성이 근거로 작용한다”면서 “정부 발표를 잘 보면 폐손상은 이제 사라졌고, 유해성으로 범위 넓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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