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플랫폼 시대의 브랜딩을 생각한다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플랫폼 시대의 브랜딩을 생각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패는 ‘사용자를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 우리는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주식 시장 상위 10개 기업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사업자 기준 거래 규모가 100조원에 이르고 있고 네이버가 기업가치 5위에, 카카오가 20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네이버의 주가는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보면 한주에 1000만원에 이른다. 미국은 이익 기준으로도 플랫폼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 속도를 앞당겼다. 2040년에 50%를 넘길 것으로 본다.
기존 굴뚝산업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꿈꾼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도 앞으로 ‘서비스로서 모빌리티(MaaS)’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유통에서도 온라인 쇼핑의 지존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쇼핑의 최강자인 월마트를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된 지 오래다. 월마트도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 궁극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유통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도 온라인의 강자 쿠팡의 약진이 거세다. 거기에 새벽배송을 기치로 내건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 브랜드의 도전도 전통적 오프라인 강자들을 떨게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얼마 전 상장한 BTS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위버스’라는 팬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 e커머스를 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통과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일반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등의 영역에서도 산업의 플랫폼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렇게 보니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아닌, 거의 전부가 되다시피 한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서 브랜드 전략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대략 5가지 서비스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이나 마켓컬리, 배달의민족과 같은 양면 시장(수요시장과 공급시장)의 중개 플랫폼이 하나다. 잘 알려진 에어비앤비나 우버, 한국의 공유주택서비스 ‘우주’ 같은 공유 플랫폼이 또 다른 하나다. 페이스북, 인스타, 한국의 카카오, 라인과 같은 SNS 플랫폼과 유튜브와 틱톡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구글과 네이버 및 중국의 바이두와 같은 검색기반 플랫폼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오늘날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온라인에서 중고물품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 구직자와 채용자를 연결해주던 취업알선소와 중매 사이트까지, 모두 전통적인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 하나의 거대한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용자들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면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 기술들이 발전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결재 시스템의 발달이 수익 모델에 날개를 달게 했다. 이용자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보완해 주는 평점과 리뷰 시스템이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여주면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의 혁신을 가능케 한 IT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다.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혁신이라 할지라도 결국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리함, 혹은 더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심리적 비용을 낮추거나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것과 같은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결국 플랫폼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팔아야 하고 이러한 가치는 문화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플랫폼을 도시건설에 비유하자면 개별적인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분위기를 만들고 상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밀한 도시계획과 해당 거리의 문화와 개성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만의 문화를 기반으로 거리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면 그들에게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 거리의 문화에 맞는 건물을 짓고 그에 걸맞은 제품을 파는 것이다.
구글과 네이버의 거리문화는 지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아마존의 거리 문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편리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경험이다. 배달의민족의 거리문화는 B급 키치문화이며 페이스북이 만든 것은 친구와 가족들의 스토리텔링 공간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더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성패의 열쇠라면 이들을 더 오래, 더 많이 잡아 두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플랫폼만이 제공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매력적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선호하는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옥스퍼드대학의 마케팅 교수를 역임한 더글라스 홀트 (Douglas Holt)는 이것을 문화 혁신 이론(Cultural Innovation Theory)으로 설명하고 있다. 멕시칸 그릴을 콘셉트로 한 미국의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치폴레(Chipotle)’의 사례는 문화혁신이론을 잘 설명해 준다.
치폴레는 1993년 콜로라도 덴버의 대학가에서 요리사 스티브 엘스가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미국식 멕시칸 푸드 레스토랑이 시작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에 월가에 상장한 이래 2020년 현재 기준, 시가총액 40조원의, 맥도널드를 위협하는 거대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125개국에 4만 개의 매장을 가진 타코벨, KFC, 피자헛을 보유한 ‘Yum’이 시가 총액 33조 정도인 걸 보면 ‘치폴레’의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치폴레는 90년대 산업화한 먹거리에 의해 미국이 세계 최대의 비만 국가가 된 상황에서 유전자변형식품, 패스트푸드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에 미국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치폴레는 GMO 사용 농산물을 배제하며, 자유롭게 방목한 소와 돼지, 닭을 사용하는 ‘산업화 이전의 먹거리로의 회귀’라는 이념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를 미국 사회의 새로운 가치로 만들고 문화로 정착 시켜 크게 성공한다. 특히 치폴레는 SNS를 이용, 자신들의 브랜드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처음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캠페인이다. 자신들의 브랜딩은 극도로 자제하고 동영상 내내 공장화된 농업의 폐해를 이슈화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먹거리를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 제공하자는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미국 사회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치폴레는 우선 1990년대 미국 사회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문화적 통설(cultural orthodoxy)을 갈파하고 그때까지 소수 엘리트 계층의 우려에 머물렀던 GMO 식품에 대한 공포, 패스트푸드 식품에 대한 혐오 움직임 등에서 이념적 기회를 포착했다. 이후, 이른바 비유전자변형(Non-GMO) 식품, 팜투 테이블(farm to table) 운동 등 새로운 하위문화(sub culture)를 지원했다. 사회적 파괴(social disruption)를 통해 이를 확산하고 그 정점에 로컬푸드로 만든 대안적 패스트푸드 ‘치폴레’를 자리매김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
문화혁신이론, 혹은 문화 브랜딩은 ‘치폴레’와 같이 기존의 문화적 통설을 파악하고 이념적 기회를 포착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주류 문화 담론에 저항하는 반문화 혹은 하위문화(sub culture)를 옹호하고 새로운 브랜드 이념을 확산해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시키는 개념이다.
‘카카오’가 10년 만에 9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공동체’가 된 것처럼 플랫폼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확장성이다. 초기 사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사용자 기반의 확장과 더불어 플랫폼 기업들은 핵심사업 외에 과거 파이프라인 산업 시절의 관점으로는 ‘문어발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한다. 플랫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용자가 같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고객층의 양적 확대와 질적 다양화가 진행되며 플랫폼 안에서 초기 기능적 차별화를 통한 물리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플랫폼 브랜드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문화 브랜딩은 플랫폼의 브랜드의 이념을 확산하고 심리적 가치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존 굴뚝산업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꿈꾼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도 앞으로 ‘서비스로서 모빌리티(MaaS)’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유통에서도 온라인 쇼핑의 지존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쇼핑의 최강자인 월마트를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된 지 오래다. 월마트도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 궁극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유통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도 온라인의 강자 쿠팡의 약진이 거세다. 거기에 새벽배송을 기치로 내건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 브랜드의 도전도 전통적 오프라인 강자들을 떨게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얼마 전 상장한 BTS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위버스’라는 팬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어 e커머스를 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통과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일반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 등의 영역에서도 산업의 플랫폼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렇게 보니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아닌, 거의 전부가 되다시피 한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서 브랜드 전략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대략 5가지 서비스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이나 마켓컬리, 배달의민족과 같은 양면 시장(수요시장과 공급시장)의 중개 플랫폼이 하나다. 잘 알려진 에어비앤비나 우버, 한국의 공유주택서비스 ‘우주’ 같은 공유 플랫폼이 또 다른 하나다. 페이스북, 인스타, 한국의 카카오, 라인과 같은 SNS 플랫폼과 유튜브와 틱톡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구글과 네이버 및 중국의 바이두와 같은 검색기반 플랫폼으로 정리할 수 있다.
플랫폼이 파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
그러나 플랫폼이 하나의 거대한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용자들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면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 기술들이 발전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결재 시스템의 발달이 수익 모델에 날개를 달게 했다. 이용자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보완해 주는 평점과 리뷰 시스템이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여주면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의 혁신을 가능케 한 IT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다.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혁신이라 할지라도 결국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리함, 혹은 더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심리적 비용을 낮추거나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것과 같은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결국 플랫폼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팔아야 하고 이러한 가치는 문화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플랫폼을 도시건설에 비유하자면 개별적인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분위기를 만들고 상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밀한 도시계획과 해당 거리의 문화와 개성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만의 문화를 기반으로 거리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면 그들에게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 거리의 문화에 맞는 건물을 짓고 그에 걸맞은 제품을 파는 것이다.
구글과 네이버의 거리문화는 지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아마존의 거리 문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편리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경험이다. 배달의민족의 거리문화는 B급 키치문화이며 페이스북이 만든 것은 친구와 가족들의 스토리텔링 공간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더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성패의 열쇠라면 이들을 더 오래, 더 많이 잡아 두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플랫폼만이 제공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매력적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선호하는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옥스퍼드대학의 마케팅 교수를 역임한 더글라스 홀트 (Douglas Holt)는 이것을 문화 혁신 이론(Cultural Innovation Theory)으로 설명하고 있다.
‘치폴레’의 문화 브랜딩이 주는 교훈
치폴레는 1993년 콜로라도 덴버의 대학가에서 요리사 스티브 엘스가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미국식 멕시칸 푸드 레스토랑이 시작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에 월가에 상장한 이래 2020년 현재 기준, 시가총액 40조원의, 맥도널드를 위협하는 거대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125개국에 4만 개의 매장을 가진 타코벨, KFC, 피자헛을 보유한 ‘Yum’이 시가 총액 33조 정도인 걸 보면 ‘치폴레’의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치폴레는 90년대 산업화한 먹거리에 의해 미국이 세계 최대의 비만 국가가 된 상황에서 유전자변형식품, 패스트푸드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에 미국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치폴레는 GMO 사용 농산물을 배제하며, 자유롭게 방목한 소와 돼지, 닭을 사용하는 ‘산업화 이전의 먹거리로의 회귀’라는 이념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를 미국 사회의 새로운 가치로 만들고 문화로 정착 시켜 크게 성공한다. 특히 치폴레는 SNS를 이용, 자신들의 브랜드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처음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캠페인이다. 자신들의 브랜딩은 극도로 자제하고 동영상 내내 공장화된 농업의 폐해를 이슈화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먹거리를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 제공하자는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미국 사회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치폴레는 우선 1990년대 미국 사회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문화적 통설(cultural orthodoxy)을 갈파하고 그때까지 소수 엘리트 계층의 우려에 머물렀던 GMO 식품에 대한 공포, 패스트푸드 식품에 대한 혐오 움직임 등에서 이념적 기회를 포착했다. 이후, 이른바 비유전자변형(Non-GMO) 식품, 팜투 테이블(farm to table) 운동 등 새로운 하위문화(sub culture)를 지원했다. 사회적 파괴(social disruption)를 통해 이를 확산하고 그 정점에 로컬푸드로 만든 대안적 패스트푸드 ‘치폴레’를 자리매김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
문화혁신이론, 혹은 문화 브랜딩은 ‘치폴레’와 같이 기존의 문화적 통설을 파악하고 이념적 기회를 포착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주류 문화 담론에 저항하는 반문화 혹은 하위문화(sub culture)를 옹호하고 새로운 브랜드 이념을 확산해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시키는 개념이다.
‘카카오’가 10년 만에 9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공동체’가 된 것처럼 플랫폼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확장성이다. 초기 사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사용자 기반의 확장과 더불어 플랫폼 기업들은 핵심사업 외에 과거 파이프라인 산업 시절의 관점으로는 ‘문어발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한다. 플랫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용자가 같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고객층의 양적 확대와 질적 다양화가 진행되며 플랫폼 안에서 초기 기능적 차별화를 통한 물리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플랫폼 브랜드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문화 브랜딩은 플랫폼의 브랜드의 이념을 확산하고 심리적 가치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2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3“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4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5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6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7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8“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9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