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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시행 앞둔 ‘재포장 금지’ 여전히 잡음] ‘합성수지재질’로 규제 축소, 온라인 쇼핑업계는 제외

[1월 시행 앞둔 ‘재포장 금지’ 여전히 잡음] ‘합성수지재질’로 규제 축소, 온라인 쇼핑업계는 제외

생산·판매 과정에서 포장 기준 다르고, 대형 마트 규제도 엇갈려
2021년 1월부터 환경부가 내놓은 재포장 금지 제도가 시행할 예정이다. 4+1으로 포장된 라면은 예외항목으로 분리돼, 재포장 규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부터 유통업계를 들썩이게 한 ‘재포장 금지 제도’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재포장 금지 제도는 환경부가 포장폐기물 감축을 위해 생산 완료 제품을 추가 포장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재포장 금지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를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업계 반발과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세부적인 법을 수정해 시행일을 2021년 1월로 연기했다.

수정한 재포장 금지 제도의 적용대상은 이렇다. 우선 판매과정에서 추가 포장을 하거나,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해 N+1 형태로 포장하는 경우, 사은품과 증정품을 함께 묶어서 추가로 포장하는 경우,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을 3개 이하로 다시 묶어 포장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서 이를 필름이나 시트류인 합성수지 재질로 최종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해당한다. 애초에 모든 추가 포장 재질을 금지하던 6월의 규제안과 달리, 수정안은 포장 규제 대상으로 ‘필름이나 시트류’라는 특정 재질로 제한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우유 두 팩이 1+1 형태로 비닐에 함께 담아있으면 규제 대상이고, 같은 1+1 행사지만 우유 두 팩이 비닐이 아닌 종이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이면 규제 대상이 아니게 된다. 환경부는 “이전의 기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 합성수지재질로 적용 대상을 구체화함으로 실질적 제도 시행에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 1년간 폐비닐 발생량의 8%에 해당하는 2만7000여t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판매과정에선 안되고, 생산과정에서는 된다?
예외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세부기준안에 따르면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묶어서 단위제품으로 포장하는 경우, 과일이나 생선 등 신선식품인 경우, 구매자가 선물 포장을 요구하는 경우, 보관과 위생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이 제외된다. 비닐로 추가 포장이 됐지만 포장 내용물 개당 30ml 또는 30g이하인 소용량 제품도 규제대상이 아니다.

또 제조, 생산 단계에서 겉표지에 N+1이라고 표기했지만 정상적인 제품의 전체 포장과 포장 재질, 방법, 횟수가 동일한 경우도 재포장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4+1’의 다섯 봉지 라면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6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재포장 금지 규제가 묶음상품의 할인판매를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확실히 ‘아니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제외 항목이다.

이번 규제 세부안은 이전과 달리, 업계 반발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에 앞서서 환경부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유통업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유한킴벌리 등 제조업계,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롯데제과·해태제과 등 식품기업들과 포장폐기물 감축 관련 자발적 협약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협약을 통해 환경부는 업계로부터 1+1·2+1·사은품 증정 등을 위한 재포장을 없애고 띠지·고리 등을 사용해 포장재를 감량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미리 약속 받았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형태로 단계적 규제 시행을 집행하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는 업계 반발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환경부의 축소된 규제 집행에 대해 환경단체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규제 대상 재포장 재질을 ‘합성수지 재질’로만 제한했기 때문에 이를 비껴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겉으로 봤을 땐 종이재질이지만 안쪽은 코팅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명 ‘빈틈 재질’이 있다.

김이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4+1로 판매하는 라면도 규제 대상이라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생산 완료 제품에 추가 포장하는 것만을 규제하려 하지만, 독일에선 ‘신포장재법’을 만들어 제품이 디자인되기 전부터 어떤 포장재가 사용되고 얼마나 사용되는지 미리 계산해서 등록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생산과정에서부터 더욱 까다로운 규제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의 세부기준안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포장을 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또 환경부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마트에서는 묶음포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유통업체간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재포장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면 모든 유통매장에 동일한 기준을 내세우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며 “판매 제품 3개 이하를 묶어서 포장하는 경우 규제 대상인데, 이에 따르면 일반 마트에선 샴프+린스 세트나 간장+식초 세트를 판매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창고형 할인마트에 소비자를 뺏기게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증하는 온라인쇼핑 수송포장은 규제 밖
적용 범위에 온라인 쇼핑업체가 빠진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 쇼핑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쿠팡·쓱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재포장 감축 관리는 논의되지 않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올해 2월 택배 물량은 2억4255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8423만 건 대비 31.7%가 증가했다”며 “앞으로 온라인 쇼핑에 따른 상품 포장재 문제가 더욱 잇따를 것이다. 재포장 규제 범위를 온라인 커머스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환경부는 “수송포장에 대해서는 현재 법적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제품포장과 같이 포장기준을 마련하고, 택배 배송시 사용하는 종이상자 등을 다회용 포장재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지난 5월 음식 배달용기에 대해 포장, 배달업계와 용기를 규격화해 용기 개수를 줄이고 두께를 최소화하는 등의 협약을 맺은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협약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 제도 세부안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된다. 반면 포장설비 변경, 기존 포장재 소진 등을 감안해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등에는 예외적으로 제도를 내년 7월부터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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