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19 발병 전으로 돌아가려면]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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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 시작… 세계 집단면역 완성까진 수년 소요 영국이 12월 8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들어가면서 전 세계가 언제쯤 정상화에 들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선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내년쯤에는 터널의 끝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일부에선 경제력이나 시설·인력·보안 등의 격차에 따른 국가나 지역별 백신 접종 격차, 일부의 백신 회의주의나 거부,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백신 자체의 유효성과 안정성 의문으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월 11일 “영국에서 12월 2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 백신이 세계 최초로 승인됐으며 미국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도 아주 가깝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종합해 2020년 연말까지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백신을 접종 받을 것이며 내년에는 그 숫자가 수십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효력을 발표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9종의 백신이 대량 접종이 유망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결과 전 세계적으로 모두 78억6000만 도즈(39억3000만명에게 접종 가능한 물량)가 각국에 할당되거나 선구매됐다고 전했다.
이는 공평한 분배가 이뤄질 경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접종 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필요량 이상으로 백신을 확보하려고 해왔으며, 화이자 백신의 경우 극초온의 보관시설이 필요해 여력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는 분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공급과 동시에 백신 불평등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서구의 백신과는 별개로 중국과 러시아는 임상시험 3상이 끝나기도 전에 백신 긴급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상세한 정보 공개도 피하고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두 나라는 5종류의 백신을 내놓았으며 3개국에서 제한적 사용을 허가 받았다. 하지만 두 나라의 백신이 서구권에 도입되거나 더 많은 나라로 확산하기는 현재로선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으로, 보건의료적으로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효력과 부작용에서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 두 나라의 백신은 주로 백신 확보가 힘든 가난한 나라나 당장 상황이 급한 일부 국가에서 사실상 공여 형식으로 공급될 가능성은 있다. 백신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 사상 최대의 백신 접종 작전은 시작됐다. 영국은 12월 2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데 이어 8일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을 시작으로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이 승인한 제품은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으로 벨기에서 생산한 물량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11월 9일 중간 발표에선 자사 백신이 90%, 11월 18일 추가 발표에선 95%의 효과를 보였다고 각각 밝혔다. 미국의 모더나도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11월 16일 중간발표에선 95.6%, 30일의 추가 발표에선 95%의 효과를 보였다고 각각 밝혔다. 의약품 허가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식품의약청(FDA)은 애초 효과가 50%만 넘어도 허가해줄 예정이라고 언급했고,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50~60%만 돼도 쓸 만하다고 말해온 것과 비교해도 백신의 효력이 상당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멧 행콕 영국 보건장관에 따르면 영국은 한 사람당 두 차례씩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을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4000만회분을 선주문했으며 첫 접종에 앞서 벨기에에서 80만회분을 들여왔다. 영국은 내년 4월까지 모든 취약계층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아직은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 이어 중동 국가인 바레인,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 또 다른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조만간 접종에 들어가게 됐다. 영국의 발 빠른 허가와 접종에 자극 받은 미국도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12월 10일 회의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하면서 미국의 백신 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사용을 권고하면 FDA는 통상 이를 따라왔기 때문에 FDA의 긴급사용 승인과 백신 접종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실제 백신 접종이 이뤄지려면 FDA의 긴급 사용승인에 이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ICP)가 미국 대중에 대한 백신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 AICP는 12월 11일과 13일에 회의를 열어 CDC가 대중에게 백신을 공급해도 될지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권고가 결정되면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이 권고를 승인하고 그 내용을 CDC가 매주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인 ‘질병 이환율 및 사망률 주간 보고서(MMWR·Morbi 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에 발표함으로써 권고가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까지는 임상시험 참가자에 대해서만 백신을 접종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중에게도 접종이 가능해진다.
FDA는 긴급사용 승인을 한 뒤에도 몇 달에 걸쳐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평가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이 없으면 백신은 긴급사용 승인을 넘어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이 단계를 모두 거치면 백신은 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일반 유통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속도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5월부터 추진해온 백신 개발·공급·유통 계획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스타브 퍼나 장군은 “긴급사용 승인 뒤 96시간 안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지면 나흘 안에 접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영국은 12월 2일 사용 승인 뒤 엿새 뒤인 8일 접종을 시작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월 9일 “앞으로 몇 주 안에 20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내년) 1월, 2월, 3월에 걸쳐 백신이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대로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은 2021년 2분기 말까지 원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12월 8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취임 뒤 100일 안에 코로나 백신 1억 건 접종과 학교 재개, 비행기 등에서 마스크 의무화 시행 등의 코로나 대책을 내놨다.
바이든은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1억건 접종 분량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이를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노인·교사 등에게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은 통상 2회 접종하기 때문에 1억회 분은 5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 이는 3억3000만명 미국인의 15%에 해당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은 내년 1월 20일로 예정돼 있으며, 그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은 4월 29일이다. 4월 말까지 미국 인구의 15%에 대한 접종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접종으로 세계는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보고서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이 정도 수준으로는 적어도 내년 늦봄까지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거나 입원 환자와 사망자를 큰 폭으로 줄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려면 미국민 1억 명 정도가 백신을 접종 받아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면역력이 몇 달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이전의 정상생활로 복귀하려면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12월 9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온라인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정상생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파우치 박사는 “75%~80%의 인구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2021년 2분기에 걸쳐 효과적으로 접종하면 여름이 끝날 때쯤 사회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1년 말 즈음에나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정상상태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특정 질병에 걸렸다가 신체가 항체를 형성해 회복했거나 백신을 맞아 항체를 확보하는 등으로 해당 질병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전체의 일정 비율 이상에 이른 것을 가리킨다. 한 사회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해당 질병의 전파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없는 사람도 감염될 확률이 낮아져 자유로운 활동과 여행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상태까지 가려면 상당한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며 그때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내년 말까지는 지금처럼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백신을 다량 확보하고 접종할 수 있는 미국의 이야기다.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거나 인구의 상당수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이거나 거부 반응을 보일 경우 한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집단 면역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2월 11일 기준 세계 확진자는 7000만명을 넘어 7067만8665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150만명을 넘어 158만7437명에 달한다. 회복된 사람은 4912만8196명으로 5000만명에 육박한다.
확진자는 미국이 1602만2527명으로 가장 많으며 10일 하루에만 20만913명에 추가됐다. 인도가 979만명, 브라질 678만명, 러시아 256만명, 프랑스 233만명이다 영국이 178만명, 이탈리아 78만명, 터키 174만명, 스페인 173만명, 아르헨티나 142만명에 이르렀다. 이어서 콜롬비아·독일·멕시코·폴란드·이란도 100만명이 넘는 확진자를 냈다. 사망자도 미국이 29만9593명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인도·멕시코가 각각 10만을 넘었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인류가 코로나에서 벗어나 정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당선인이 12월 8일 미국민에게 “마스크를 100일간 써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그것이 코로나 확진자와 입원 환자,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바이든은 이날 “새 대통령으로서 미국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며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백신만 나오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절박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백신이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 방역을 더욱 강화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인류가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아직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도 이 정도로 절박한데,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는 방역만으로도, 백신만으로도 누를 수 없다. 코로나에 이기려면 무엇보다 방역과 백신의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학적이고 철저한 대비와 기민한 행동만이 공동체의 주민을 지킬 수 있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룸버그 통신은 12월 11일 “영국에서 12월 2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 백신이 세계 최초로 승인됐으며 미국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도 아주 가깝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종합해 2020년 연말까지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백신을 접종 받을 것이며 내년에는 그 숫자가 수십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효력을 발표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9종의 백신이 대량 접종이 유망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결과 전 세계적으로 모두 78억6000만 도즈(39억3000만명에게 접종 가능한 물량)가 각국에 할당되거나 선구매됐다고 전했다.
이는 공평한 분배가 이뤄질 경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접종 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필요량 이상으로 백신을 확보하려고 해왔으며, 화이자 백신의 경우 극초온의 보관시설이 필요해 여력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는 분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공급과 동시에 백신 불평등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19 백신 물량 확보 경쟁
이런 상황에서 인류 사상 최대의 백신 접종 작전은 시작됐다. 영국은 12월 2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데 이어 8일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을 시작으로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이 승인한 제품은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으로 벨기에서 생산한 물량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11월 9일 중간 발표에선 자사 백신이 90%, 11월 18일 추가 발표에선 95%의 효과를 보였다고 각각 밝혔다. 미국의 모더나도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11월 16일 중간발표에선 95.6%, 30일의 추가 발표에선 95%의 효과를 보였다고 각각 밝혔다. 의약품 허가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식품의약청(FDA)은 애초 효과가 50%만 넘어도 허가해줄 예정이라고 언급했고,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50~60%만 돼도 쓸 만하다고 말해온 것과 비교해도 백신의 효력이 상당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멧 행콕 영국 보건장관에 따르면 영국은 한 사람당 두 차례씩 접종하는 화이자 백신을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4000만회분을 선주문했으며 첫 접종에 앞서 벨기에에서 80만회분을 들여왔다. 영국은 내년 4월까지 모든 취약계층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아직은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 이어 중동 국가인 바레인,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 또 다른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조만간 접종에 들어가게 됐다. 영국의 발 빠른 허가와 접종에 자극 받은 미국도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12월 10일 회의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하면서 미국의 백신 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접종에서 사후점검까지 백신 보급 속도 전쟁
권고가 결정되면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이 권고를 승인하고 그 내용을 CDC가 매주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인 ‘질병 이환율 및 사망률 주간 보고서(MMWR·Morbi 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에 발표함으로써 권고가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까지는 임상시험 참가자에 대해서만 백신을 접종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중에게도 접종이 가능해진다.
FDA는 긴급사용 승인을 한 뒤에도 몇 달에 걸쳐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평가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상이 없으면 백신은 긴급사용 승인을 넘어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이 단계를 모두 거치면 백신은 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일반 유통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속도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5월부터 추진해온 백신 개발·공급·유통 계획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스타브 퍼나 장군은 “긴급사용 승인 뒤 96시간 안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지면 나흘 안에 접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영국은 12월 2일 사용 승인 뒤 엿새 뒤인 8일 접종을 시작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월 9일 “앞으로 몇 주 안에 20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내년) 1월, 2월, 3월에 걸쳐 백신이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대로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은 2021년 2분기 말까지 원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해도 면역력 확보·검증까진 수개월 소요
바이든은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백신 1억건 접종 분량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이를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노인·교사 등에게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은 통상 2회 접종하기 때문에 1억회 분은 5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 이는 3억3000만명 미국인의 15%에 해당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은 내년 1월 20일로 예정돼 있으며, 그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은 4월 29일이다. 4월 말까지 미국 인구의 15%에 대한 접종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접종으로 세계는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보고서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이 정도 수준으로는 적어도 내년 늦봄까지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거나 입원 환자와 사망자를 큰 폭으로 줄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려면 미국민 1억 명 정도가 백신을 접종 받아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면역력이 몇 달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이전의 정상생활로 복귀하려면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12월 9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온라인 행사에서 연설하면서 정상생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파우치 박사는 “75%~80%의 인구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2021년 2분기에 걸쳐 효과적으로 접종하면 여름이 끝날 때쯤 사회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1년 말 즈음에나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정상상태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했어도 미확보국·거부자·부작용 등 변수 잠재
이는 백신을 다량 확보하고 접종할 수 있는 미국의 이야기다.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거나 인구의 상당수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이거나 거부 반응을 보일 경우 한 국가나 사회가 제대로 집단 면역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2월 11일 기준 세계 확진자는 7000만명을 넘어 7067만8665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150만명을 넘어 158만7437명에 달한다. 회복된 사람은 4912만8196명으로 5000만명에 육박한다.
확진자는 미국이 1602만2527명으로 가장 많으며 10일 하루에만 20만913명에 추가됐다. 인도가 979만명, 브라질 678만명, 러시아 256만명, 프랑스 233만명이다 영국이 178만명, 이탈리아 78만명, 터키 174만명, 스페인 173만명, 아르헨티나 142만명에 이르렀다. 이어서 콜롬비아·독일·멕시코·폴란드·이란도 100만명이 넘는 확진자를 냈다. 사망자도 미국이 29만9593명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인도·멕시코가 각각 10만을 넘었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인류가 코로나에서 벗어나 정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당선인이 12월 8일 미국민에게 “마스크를 100일간 써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그것이 코로나 확진자와 입원 환자,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바이든은 이날 “새 대통령으로서 미국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며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백신만 나오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절박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백신이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 방역을 더욱 강화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인류가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아직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도 이 정도로 절박한데,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는 방역만으로도, 백신만으로도 누를 수 없다. 코로나에 이기려면 무엇보다 방역과 백신의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학적이고 철저한 대비와 기민한 행동만이 공동체의 주민을 지킬 수 있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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