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자 20명이 진단한 ‘한국 경제’ | 액셀러레이터 10곳, VC 10곳 대상 온라인 설문] 2021년 CVC 원년, 투자업계 기대감 높아
[스타트업 투자자 20명이 진단한 ‘한국 경제’ | 액셀러레이터 10곳, VC 10곳 대상 온라인 설문] 2021년 CVC 원년, 투자업계 기대감 높아
대기업 지주회사 CVC 소유 허용 법안 본회의 통과… 모태 펀드 규모 초기 창업 지원에 집중해야
흔히 스타트업(벤처) 투자자를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향후 10년 혹은 20년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미래의 대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하게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쿠팡·토스·야놀자 등이 탄생하는 데는 이들을 알아본 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정부 지원이 늘면서 투자업계에도 인재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투자사에서 모집공고를 띄우면 수많은 이력서가 쏟아진다고 합니다. 출신도 다양합니다. 기자부터 회계사, 금융권, 정부기관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투자업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매년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벤처 투자 규모는 4조277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4위권이라고 합니다. 투자사는 초기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로 구분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는 11월 3일 기준으로 288곳이나 됩니다. VC는 9월 기준 165개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투자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고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최전선에서 분석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10곳, VC 10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본지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12월 결산을 앞두고 바쁜 상황에서도 설문에 응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대한 설문도 진행했다. 최근 투자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대기업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규제 완화다. 지난 7월 30일 정부는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의 벽을 허문 것이다. 이전에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벤처투자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대기업이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 삼성의 CVC 삼성벤처투자 등이 대표적인 CVC다.
투자업계는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CVC의 활성화가 가져올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설문에 8명(40%)의 투자자는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7명의 투자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2명은 ‘Exit 시장의 활성화’를 꼽았다. 이에 반해 ‘대기업의 자금이 CVC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2명의 투자자가 밝혔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데는 정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러나 규제 완화 부문은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19년 1월 정보통신융합법을 시작으로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금융혁신법, 스마트도시법 등 분야별 5개 법률과 지난해 7월 ‘선허용-후규제’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지원하기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혁신의 실험장)를 시행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364건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통이다(9명), 부족하다(3명), 많이 부족하다(4명)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건수보다 실효성이 있는 규제 완화인지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보기에는 절름발이 규제 완화가 많이 보인다”, “건수가 300건이 넘어도 그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그것이다.
정부가 조성하고 있는 모태펀드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2020년 각 기관이 조성한 모태펀드 규모가 8000억원 정도였고, 내년에는 9000억원으로 높아졌다. 이 규모에 대해 ‘만족한다’(6명), ‘매우 만족한다’(3명)가 ‘부족하다’(2명)에 비해 훨씬 높았다. 모태펀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로는 ‘창업 초기 기업 지원’(12명)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올해 초 스타트업계의 이슈였던 ‘타다금지법’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설문에 투자자들은 여러 고민을 내비쳤다. “정부의 잘못이다”, “혁신과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타다 측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정부 및 국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타다가 지나치게 본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본다”, “기존 산업 중 진입장벽(개인택시 영업권)이 있는 영역을 효율성을 근거로 아무 대책 없이 침해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과 상생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찾는 노력이 아쉬웠다”는 조언도 나왔다.
투자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투자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성장을 지속하는 스타트업도 상당수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의 말이다. “스타트업계는 이제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다양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통로가 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 최영진·박정식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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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스타트업(벤처) 투자자를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향후 10년 혹은 20년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미래의 대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하게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쿠팡·토스·야놀자 등이 탄생하는 데는 이들을 알아본 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정부 지원이 늘면서 투자업계에도 인재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투자사에서 모집공고를 띄우면 수많은 이력서가 쏟아진다고 합니다. 출신도 다양합니다. 기자부터 회계사, 금융권, 정부기관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투자업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매년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벤처 투자 규모는 4조277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4위권이라고 합니다. 투자사는 초기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로 구분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는 11월 3일 기준으로 288곳이나 됩니다. VC는 9월 기준 165개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투자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고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최전선에서 분석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10곳, VC 10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본지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12월 결산을 앞두고 바쁜 상황에서도 설문에 응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2021년은 CVC 원년, 투자업계 기대감 높아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의 벽을 허문 것이다. 이전에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벤처투자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대기업이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 삼성의 CVC 삼성벤처투자 등이 대표적인 CVC다.
투자업계는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CVC의 활성화가 가져올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설문에 8명(40%)의 투자자는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7명의 투자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2명은 ‘Exit 시장의 활성화’를 꼽았다. 이에 반해 ‘대기업의 자금이 CVC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2명의 투자자가 밝혔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데는 정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러나 규제 완화 부문은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19년 1월 정보통신융합법을 시작으로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금융혁신법, 스마트도시법 등 분야별 5개 법률과 지난해 7월 ‘선허용-후규제’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지원하기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혁신의 실험장)를 시행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364건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통이다(9명), 부족하다(3명), 많이 부족하다(4명)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건수보다 실효성이 있는 규제 완화인지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보기에는 절름발이 규제 완화가 많이 보인다”, “건수가 300건이 넘어도 그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그것이다.
정부가 조성하고 있는 모태펀드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2020년 각 기관이 조성한 모태펀드 규모가 8000억원 정도였고, 내년에는 9000억원으로 높아졌다. 이 규모에 대해 ‘만족한다’(6명), ‘매우 만족한다’(3명)가 ‘부족하다’(2명)에 비해 훨씬 높았다. 모태펀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로는 ‘창업 초기 기업 지원’(12명)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올해 초 스타트업계의 이슈였던 ‘타다금지법’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설문에 투자자들은 여러 고민을 내비쳤다. “정부의 잘못이다”, “혁신과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타다 측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정부 및 국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타다가 지나치게 본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본다”, “기존 산업 중 진입장벽(개인택시 영업권)이 있는 영역을 효율성을 근거로 아무 대책 없이 침해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과 상생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찾는 노력이 아쉬웠다”는 조언도 나왔다.
투자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투자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성장을 지속하는 스타트업도 상당수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의 말이다. “스타트업계는 이제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다양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통로가 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 최영진·박정식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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