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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 맥주는 누가 마시나] MZ세대 선호와 홈술 바람에 ‘취하는 틈새시장’

[무알코올 맥주는 누가 마시나] MZ세대 선호와 홈술 바람에 ‘취하는 틈새시장’

통신판매 가능해 e커머스 구매율 높아… 5년 내 2000억 규모 전망
오비맥주의 비알코올 맥주 ‘카스 제로(0.0)’가 쿠팡 입점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말 쿠팡에서 카스 제로를 판매한지 7일 만에 초도물량 5282박스가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쳤는데, 특히 e커머스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비알코올 음료에 대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선호가 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스 제로는 알코올 도수가 0.05% 미만으로, 정확히 ‘비알코올’ 맥주다. 무알코올 맥주를 표방한 ‘하이트제로 0.00’이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0.001%의 극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한 것과 달리 카스 제로는 소량이지만 알코올이 함유된 비알코올 맥주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여과단계에서 ‘스마트 분리공법’을 통해 알코올만 추출했다”며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맥주가 맥아 엑기스향만 첨가해 맥주 맛을 느끼기 힘든 것과 달리 우리 제품은 오리지널 맥주 고유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콜레스테롤 0%로 젊은층에 인기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 1% 미만일 경우 무알코올 음료에 해당된다. 이 안에서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Alcohol Free)’과 1% 미만 알코올이 들어간 ‘비알코올(Non Alcoholic)’로 구분한다. 알코올 함량 1% 미만의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주류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고, 통신 판매가 가능하다. 카스 제로를 쿠팡 등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유다. 단 성인용 음료로 분류돼 온라인상에서 성인인증을 거친 소비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맥주가 아닌 음료로 분류되는 탓에 열량과 영양 성분을 표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 맥주의 열량이 1캔(500㎖ 기준)에 236㎉인데 무알코올 맥주는 1캔(300㎖ 기준) 63㎉로, 열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0%로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유로 맥주를 멀리하던 소비자에게 각광받는다는 설명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 편의점에서의 판매율이 높은 편”이라며 “퇴근 후 혼맥(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기는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출근길 숙취를 피하면서도, 열량이 낮은 무알코올 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하이트 제로를 출시하며 국내 무알코올 맥주시장의 포문을 연 이후 5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내놓았다. 그리고 오비맥주가 카스 제로를 출시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이처럼 맥주회사가 무알코올 맥주시장에 뛰어드는 속도가 더딘 이유는 시장 규모가 좀처럼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11월 무알코올 맥주를 선보였는데 당시 연매출이 10억원에 불과했다”며 “무알코올 맥주를 소비하는 대상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2~3년 전, 혼술(혼자 마시는 술)·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부터다. 취하지 않고도 기분을 낼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 것.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건강 이슈로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하이트 제로의 누적 판매량이 800만 캔(2020년 10월 기준)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량은 767만 캔이었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2019년 153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정도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5년 내 2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소매 맥주 시장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업계 추정대로 2000억원 수준까지 무알코올 시장이 커진다 해도 전체 시장의 6% 안팎인 아주 작은 틈새시장이다.

그러나 성장세는 무섭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해 8월 내놓은 ‘해외 주류시장 현황 및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2024년까지 세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MZ세대 중심으로 형성된 저도주 선호 트렌드가 확산되며 ‘비주류’였던 무알코올 음료가 주류 시장의 ‘주류’를 넘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8000억대 규모로, 전체 주류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전반적으로 주류 소비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무알코올 음료 판매량만 30% 가까이 성장했다. 무알콜 맥주가 전 세계적인 추세로 거듭나면서 맥주뿐 아니라 와인과 칵테일, 보드카에 이르기까지 저알콜 혹은 무알콜 음료로 파는 것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홈파티용으로 각광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쿠팡·롯데ON 등 온라인 채널에서 박스 단위의 대용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홈파티용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주류수입업체 비어케이도 지난해 ‘칭따오 논알콜릭’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칭따오는 카스 제로처럼 도수 0.05%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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