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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해도 불안, ‘시공사 변경’ 늘며 더 치열해진 정비사업 시장

수주해도 불안, ‘시공사 변경’ 늘며 더 치열해진 정비사업 시장

높아진 조합 눈높이·건설사 과열경쟁까지... 전국서 ‘시공사 변경 총회’ 봇물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션 정문 모습. / 사진:민보름 기자
올해 들어 전국 정비사업 곳곳에서 시공사 변경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및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션 리모델링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본격화된 추세다.

일방적으로 사업비를 증액하거나, 수주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기존 시공사가 변경되는 일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엔 1군 건설사 또는 단일 브랜드 단지 선호가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건설사들이 컨소시엄보다 단일 브랜드 단지를 시공할 때 더욱 공을 들인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범천4구역재개발 조합은 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해지의 건’을 가결했다. 번화가인 서면과 가까운 범천4구역은 대림사업단 컨소시엄과 시공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일명 ‘빅5’에 속하는 DL이앤씨 비롯해 호반건설, 한진중공업 등 쟁쟁한 3개 업체가 포진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1군 건설사의 단일 브랜드 단지 시공을 요구하며 계약해지에 표를 던졌다.

남천4구역 임길상 총무이사는 “이번 총회는 조합원들이 1군 단일 브랜드 단지를 선택한 결과”라면서 “GS, 현대, 대림(DL이앤씨) 등이 수주전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시공사 변경 일정에 대한 사안은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6일엔 경남 창원시 양덕4구역이 조합원 총회를 열어 단독 입찰한 롯데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기존 시공사였던 동원개발은 지난해 11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롯데건설은 인접한 양덕2구역 시공사로, ‘대단지 롯데캐슬 타운 조성’에 조합원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줄어든 건설 일감…재개발 리턴·리모델링 진출 활발
치열한 수주 경쟁 또한 시공사 변경 급증 현상의 원인이다. 부동산 규제로 인해 2020년 주택건설인허가 실적은 2013년 집값 하락기 수준(44만 116호)인 45만 7514호로 떨어졌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해외건설 사업이 주춤하면서, 1군 건설사가 국내 주택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이다. 2018년 흑석9구역 시공권 입찰을 포기했던 현대건설은 이곳 사업 수주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남3구역 수주’라는 공로를 세운 윤영준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만큼,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흑석9구역은 지난해 조합원 총회를 통해 롯데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흑석9구역 임시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 측이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들었다”면서 “(현대 측이)확답은 못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이 양분하던 리모델링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포스코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이촌동 현대맨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면서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내세웠다.

이 밖에도 ‘리모델링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이촌동엔 아크로, 디에이치, 자이 현수막이 다수 설치돼 있다. 이촌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가람, 강촌 등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대부분이 불과 20년 된 상태로 리모델링을 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신축으로 바뀌면 프리미엄 브랜드나 커뮤니티 등 메리트가 있다는 이유로 추진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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