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공개 분석 | 부동산(5)] 가족재산 공개 거부자 30%… ‘반쪽짜리’ 비판
[공직자 재산 공개 분석 | 부동산(5)] 가족재산 공개 거부자 30%… ‘반쪽짜리’ 비판
공직자 134명은 독립생계 등 이유로 부모 재산 고지 거부 고위공직자 재산이 지난 3월 25일 공개됐다. 하지만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절반의 공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2021년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그리고 18부 17청 5처 정부부처 소속 고위공직자(광역지방자치단체장 15명 포함, 국립대학 제외) 683명 가운데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고지 거부한 사람은 21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재 재산 등록은 4급 이상 공무원 및 경찰 등 특정 분야 7급 공무원 이상이며, 이 가운데 1급 이상 공직자는 매년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공직자 211명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134명은 부모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대부분 독립생계 유지 및 타인부양 등을 비공개 이유로 내세웠다. 고지 거부 사례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의 재산에 대해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명의의 부동산 투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고지 거부 폐지 등의 공직자 재산공개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공직자 재산 등록과 심사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 공직자윤리위에서는 공직자 재산에 대해 등록 전후 심사를 하고 있다. 공직자가 재산을 거짓 혹은 잘못 기재하는 등 불성실하게 등록했을 경우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한 허위등록 사실의 공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요구 등의 법적 조치를 하게 돼 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심사 통계’에 따르면 심사를 통해 징계요구 조치가 취해진 공직자는 11명이었다. 과태료 부과는 120명, 경고 및 시정조치는 602명이었다.
그러나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재산의 증감일자·경위 및 소득원 등 소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변동사유’란에 기재하게 돼있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살펴본 바로는 제대로 적시돼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더구나 부동산 등의 재산에 대해 취득 일자·경위 및 소득원과 신고소득 대비 순재산 과다증감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재산 공개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어 공직자 재산 공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현행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여당도 인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LH 사태가 터진 지난 3월 이후 공직자 재산 관련 법안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총 17건 발의됐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 유관단체 직원들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공기업의 장·부기관장, 상임이사·감사 등에만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것에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기는 하나 LH 사태로 인해 거세지고 있는 부동산 민심 이반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해 당국도 재산 등록 범위 확대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재산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재산등록 대상은 기존의 23만명(4급 이상)에서 130만명(5급 이하 중앙·지방공무원, 공공기관·공기업 직원)까지 추가해 최대 16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 자녀까지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 최대 520만명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공무원 재산에 대한 사전 규제 강화는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멀쩡한 9급 공직자의 개인정보까지 침해하면서 사전 규제를 하는 것이 옳겠는가”라며 “광범위한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처벌 강화로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는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이번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에 대해 형성과정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며 ‘공직자 재산 집중심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심사단은 일단 오는 6월 말까지 부동산 관련 기관의 재산공개자에 대해 심사하고, 이후 나머지 재산공개자(1급 이상)와 비공개자(4급 이상)의 재산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재산 등록 규모와 검증 대상이 확대될 경우 행정력 낭비를 지적한다. 하지만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부패가 만연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검증 업무를 인사혁신처에서 맡고 있지만, 독립적 지위와 전문성을 가진 감사원 같은 기관에서 전담해 상시로 재산 형성 과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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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공직자 211명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134명은 부모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대부분 독립생계 유지 및 타인부양 등을 비공개 이유로 내세웠다. 고지 거부 사례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의 재산에 대해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명의의 부동산 투기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고지 거부 폐지 등의 공직자 재산공개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공직자 재산 등록과 심사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 공직자윤리위에서는 공직자 재산에 대해 등록 전후 심사를 하고 있다. 공직자가 재산을 거짓 혹은 잘못 기재하는 등 불성실하게 등록했을 경우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한 허위등록 사실의 공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요구 등의 법적 조치를 하게 돼 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심사 통계’에 따르면 심사를 통해 징계요구 조치가 취해진 공직자는 11명이었다. 과태료 부과는 120명, 경고 및 시정조치는 602명이었다.
그러나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재산의 증감일자·경위 및 소득원 등 소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변동사유’란에 기재하게 돼있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살펴본 바로는 제대로 적시돼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더구나 부동산 등의 재산에 대해 취득 일자·경위 및 소득원과 신고소득 대비 순재산 과다증감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재산 공개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어 공직자 재산 공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현행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여당도 인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LH 사태가 터진 지난 3월 이후 공직자 재산 관련 법안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총 17건 발의됐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 유관단체 직원들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공기업의 장·부기관장, 상임이사·감사 등에만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것에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기는 하나 LH 사태로 인해 거세지고 있는 부동산 민심 이반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해 당국도 재산 등록 범위 확대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재산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재산등록 대상은 기존의 23만명(4급 이상)에서 130만명(5급 이하 중앙·지방공무원, 공공기관·공기업 직원)까지 추가해 최대 16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 자녀까지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 최대 520만명이 추가되는 셈이다.
등록 규모 확대보다 꼼꼼한 재산 형성 검증 중요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이번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에 대해 형성과정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며 ‘공직자 재산 집중심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심사단은 일단 오는 6월 말까지 부동산 관련 기관의 재산공개자에 대해 심사하고, 이후 나머지 재산공개자(1급 이상)와 비공개자(4급 이상)의 재산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재산 등록 규모와 검증 대상이 확대될 경우 행정력 낭비를 지적한다. 하지만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부패가 만연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검증 업무를 인사혁신처에서 맡고 있지만, 독립적 지위와 전문성을 가진 감사원 같은 기관에서 전담해 상시로 재산 형성 과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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