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버킨백 ‘불티’… 어중간한 페레가모 안팔린다
3000만원 버킨백 ‘불티’… 어중간한 페레가모 안팔린다
명품브랜드 ‘극과극’ 성적표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퇴근길을 재촉해 백화점으로 향하는 퇴근런. 국내 명품 수요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성장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다. ‘3초백’ ‘샤테크’ ‘맥럭셔리’ 등 명품 관련 신조어도 대거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면세쇼핑을 즐기지 못하면서 명품에 대한 보복소비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2030, 일명 MZ세대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일 년에 두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제품 가격을 배짱 인상하는 데는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방증이다.
“명품 불패는 계속됐고, 어중간한 가격대 브랜드가 오히려 안 팔렸다.”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가격 측면에선 초고가와 고가 라인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중가 브랜드는 고전했다. 명품 브랜드의 양극화 현상이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는 국내서 하루 평균 11억원어치가 팔려나갔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반면 이들보다 평균 가격대가 저렴한 페레가모코리아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7억원, 2019년 7836억원 대비 3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7% 늘어난 151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703억원으로 무려 284.2% 급증했다. 497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2011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매출이 2배로 뛴 셈이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은 4190억원으로 전년 3618억원 대비 15.8% 늘었다. 영업이익은 1333억원으로 15.9% 늘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 등은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르메스가 국내 매출을 공개한 건 처음. 루이비통은 10년 만이다. 이들 브랜드는 유한회사라 그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공시 의무가 생겼다.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코리아(디올코리아)도 급성장 중이다. 디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277억원으로 2019년(1844억원)과 비교해 75%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1047억원)과 순이익(777억원)도 각각 2.5배, 3배로 늘었다. 반면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성장 엔진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된 페라가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실적인 92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매출액은 1056억원으로 29.7%, 순이익은 35억원으로 56.9% 감소했다.
입생로랑(브랜드 생로랑) 역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입생로랑의 2020년 매출액은 147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2.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9억원에서 7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80억원에서 28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발렌티노는 매출이 가장 크게 늘었지만 광고선전비·교통비·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줄여 낸 실적이라 실속 있는 성장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 실적을 가른 건 주 소비층인 MZ세대 취향저격 여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경쟁력이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루이비통과 디올 등 브랜드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힘써온 반면 페레가모, 생로랑 등은 면세점과 백화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망에 의존해왔다. 그만큼 빠른 트렌드 전환이 어려워 실적 하락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이 강하고 트렌디한 명품 브랜드들을 빠르게 소비하는 MZ세대 고객들은 온라인을 통한 빠른 명품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이들의 취향에 맞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는지에 따라 브랜드별 실적이 엇갈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명품 불패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가 공개한 지난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9900억원. 올해는 20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명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명품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내에서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디올코리아가 같은 기간 국내에 낸 기부금은 1080만원에 불과하다. 1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2019년에도 기부금은 400만원에 그쳤다. 디올의 시그니처 가방인 레이디백(670만원) 하나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
영업이익이 3배로 뛴 에르메스는 3억529만원을 기부했다. 이 외 발렌티노, 보테가베네타의 기부금은 0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루이비통 역시 기부금은 0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의 명품 수요가 높은데다 기부가 의무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더 올려 파는 데만 치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매출당 기부금을 얼마 내야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가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지 신뢰성이 높은지 등을 판단 해야한다”며 “기부를 의무화 할 필요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트렌드에 따라 기부에 접근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지난해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면세쇼핑을 즐기지 못하면서 명품에 대한 보복소비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2030, 일명 MZ세대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일 년에 두 번, 많게는 다섯 번까지 제품 가격을 배짱 인상하는 데는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방증이다.
“명품 불패는 계속됐고, 어중간한 가격대 브랜드가 오히려 안 팔렸다.”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가격 측면에선 초고가와 고가 라인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중가 브랜드는 고전했다. 명품 브랜드의 양극화 현상이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는 국내서 하루 평균 11억원어치가 팔려나갔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반면 이들보다 평균 가격대가 저렴한 페레가모코리아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10년 만에 매출 공개한 루이비통, 1조 돌파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은 4190억원으로 전년 3618억원 대비 15.8% 늘었다. 영업이익은 1333억원으로 15.9% 늘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 등은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르메스가 국내 매출을 공개한 건 처음. 루이비통은 10년 만이다. 이들 브랜드는 유한회사라 그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공시 의무가 생겼다.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코리아(디올코리아)도 급성장 중이다. 디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277억원으로 2019년(1844억원)과 비교해 75%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1047억원)과 순이익(777억원)도 각각 2.5배, 3배로 늘었다.
성장 엔진 꺼지는 페레가모‧생로랑, 왜?
입생로랑(브랜드 생로랑) 역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입생로랑의 2020년 매출액은 147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2.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9억원에서 7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80억원에서 28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발렌티노는 매출이 가장 크게 늘었지만 광고선전비·교통비·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줄여 낸 실적이라 실속 있는 성장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 실적을 가른 건 주 소비층인 MZ세대 취향저격 여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경쟁력이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루이비통과 디올 등 브랜드들은 온라인 마케팅에 힘써온 반면 페레가모, 생로랑 등은 면세점과 백화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망에 의존해왔다. 그만큼 빠른 트렌드 전환이 어려워 실적 하락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이 강하고 트렌디한 명품 브랜드들을 빠르게 소비하는 MZ세대 고객들은 온라인을 통한 빠른 명품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이들의 취향에 맞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는지에 따라 브랜드별 실적이 엇갈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명품 불패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가 공개한 지난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9900억원. 올해는 20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격은 올리고 기부엔 인색… 0원 행렬
영업이익이 3배로 뛴 에르메스는 3억529만원을 기부했다. 이 외 발렌티노, 보테가베네타의 기부금은 0원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루이비통 역시 기부금은 0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의 명품 수요가 높은데다 기부가 의무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더 올려 파는 데만 치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매출당 기부금을 얼마 내야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가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지 신뢰성이 높은지 등을 판단 해야한다”며 “기부를 의무화 할 필요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트렌드에 따라 기부에 접근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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