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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위, 기업은행 국가계약법 위반에 ‘셀프감사’ 지시

IBK기업은행, 자회사 직원에 시중노임단가 아닌 최저임금 적용
은행은 전달받은 민원을 감사부 아닌 ‘고객민원부서’로 배정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뉴시스]
 
"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나" 
 
금융위원회가 IBK기업은행과 자회사 ‘IBK서비스’ 사이의 용역 계약 관련 법규 위반 민원을 접수한 후 IBK기업은행에 자체감사를 지시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해당사자인 IBK기업은행에게 ‘셀프 감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일단 IBK기업은행의 자체 감사 뒤 다시 민원을 접수하라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에는 IBK기업은행이 자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과 기획재정부 계약 예규 등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에서는 기업은행이 ▲국가계약법 제 64조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제 76조 ▲예정가격 작성기준 제10조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양한 조항이 지적됐지만 위반 사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IBK기업은행이 국가계약법령에서 제시하고 있는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자회사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IBK서비스’는 IBK기업은행의 경비와 청소, 사무보조, 조리, 주차관리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 2018년 12월경 IBK기업은행이 설립한 자회사다. 따라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관련 법규에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시엔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가 노무비 산정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종사원 노임은 지난해 하반기 일일 8만656원(시급 1만82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결정된 시중노임단가는 올해 상반기 기본급에 반영돼야 한다. 여기에 국가 계약시 지정된 최저낙찰하한율(87.995%)을 반영하면 시급은 8872원이 된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8720원 대비 1.7%포인트 높다. 작은 수치이지만 명백히 국가계약법 위반 사항이다. 
 
IBK기업은행은 IBK서비스와 수의계약을 진행하면서 필수문서인 ‘산출내역서’도 누락했다. 모회사이자 발주기관으로서 관리·감독 부실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는 민원이 접수된지 사흘 만인 지난 15일 해당 내용을 금융위원회로 내려보냈다. 그러나 금융위는 하루 뒤인 16일, 자체감사를 통해 문제를 시정하라는 취지로 해당 민원을 또다시 IBK기업은행에 이송했다. 시중노임단가 적용과 관련해 비슷한 사례였던 한국공항공사와 국립중앙극장 등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다. 해당 사례에서는 지난 2017년 감사원이 직접 감사를 진행한 뒤, 두 곳에 모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회사 간의 계약상 문제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기업은행 감사부서에서 이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 이송했다”며 “이후에 기업은행 감사 과정에서 업무처리가 부적절하다고 보이면, 민원인이 또다시 상급기관에 민원을 접수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BK서비스 노조 측은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IBK기업은행이 스스로를 제대로 감사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체 감사를 지시받은 기업은행은 나흘 뒤인 지난 20일 해당 민원을 감사부서가 아닌 ‘금융소비자지원부’에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서는 은행 고객들의 불편이나 민원을 접수하는 민원창구로 감사부서와는 관련 없는 부서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차례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자체감사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기업은행의 자체 해결에 맡긴 것은 금융위가 이 사안을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자회사 문제인만큼 감사부가 철저히 감사를 실시하고 금융위가 직접 해당 문제를 국회에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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