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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M&A 분석…삼성·SK·LG의 투자 방법이 옳았다

[10대 그룹 10년 M&A 추적 ①]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361개 기업 M&A 1727건 전수조사
주력산업의 변화‧방향성 진단 위해 '순수 M&A' 618건 집중 분석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중앙포토]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 개선에 내서며 숨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 [편집자]
 
 
‘618’
이 숫자는 국내 10대 그룹(우선주 제외한 시가총액 기준)이 지난 10년 동안 진행한 순수 인수‧매각(M&A) 건수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 M&A는 지분투자(Inv.)와 조인트벤처(JV) 등의 거래 건수를 제외한, 이사회 의결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거래를 의미한다.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인해 빈번히 활용되는 계열사 간 거래 역시 제외시켰다.
 
618이란 숫자에는 각 그룹들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움직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등의 흐름이 담겨있다. M&A가 어떻게 추진 됐는지에 따라 시가총액이 급증하며 재계 서열이 급상승한 그룹이 있는가 하면, M&A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손해를 본 그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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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과감해지는 10대그룹의 ‘인수 배팅’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의 10년 간 기업 거래를 추적했다. 10대 그룹 계열사 총 680개의 기업 중 블룸버그가 추적하고 있는 361개 기업(상장사 위주, 비상장사의 경우 특이 M&A 사항 포함)의 축적 데이터(2011년~2021년 4월 15일 기준)를 제공받아 본지가 다시 공시 등을 활용해 대조하는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오차범위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집계된 10대 그룹 361개 기업의 거래는 총 1727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M&A가 755건, 지분투자가 841건, 조인트벤처가 131건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M&A에 주목했다. 그룹별 주력산업의 변화와 방향성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M&A에 따른 성과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M&A건 중에서도 계열사 간 거래 137건을 제외한 618건의 거래의 면면을 살폈다.
 
10대 그룹은 최근 10년 동안 360건의 인수를 이뤄냈다. 인수기업 가치 금액만 100조8090억원에 이른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거래(N/A) 96건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의 인수기업 가치 금액은 더 크다. 실제로 지급한 인수 거래 금액이 아닌 인수기업 가치 금액으로 산출한 이유는 환율, 지분 취득 등의 거래로 인한 변동성이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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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연도에 따라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10대 그룹의 인수 ‘배짱’은 두둑해지고 있다. 조사 첫 해인 2011년 10대 그룹은 39건의 인수에 4조513억원(인수기업 가치 금액)을 지출했지만, 2020년 35건의 인수에는 18조6806억원을 썼다. 10년 전체를 전후로 나눠 살펴봐도 10대 그룹의 인수 규모는 커지고 있다. 2011~2015년 동안 175건 인수에 38조2182억원 수준이었지만, 2016~2020년에는 171건 인수에 60조660억원을 투자했다.
 
10년 동안 10조원 이상의 인수를 기록한 해는 2014년(15조5028억), 2016년(15조5877억원), 2018년(10조3212억원), 2020년(18조6806억원)이다. 해당연도에는 항상 큰 거래(빅딜)가 발생했고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3대 그룹의 인수 활동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014년은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10조5500억원)를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삼성그룹이 전세계 무선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 기업 하만(10조1274억원)을 사들이며 M&A 시장을 주도했다. 2018년과 2020년은 SK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8년 SK그룹은 사이렌홀딩스(2조9760억원)를 2020년에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10조2476억원)을 각각 인수했다.
 
지난 10년간 10대 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곳은 시총 순위 3위 SK그룹이다. 총 84건 인수에 24조3091억원을 투자했다. 뒤를 이어 삼성그룹 22조7008억원(79건), 롯데그룹 19조3749억원(47건), 현대차그룹 13조7927억원(24건), LG그룹 5조9601억원(57건), 한화그룹 3조9119억원(19건), GS그룹 3조5964억원(20건), 신세계그룹(3조4439억원(25건), 현대중공업 2조5369억원(3건), 포스코그룹 8961억원(5건) 순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의 매각도 해를 거듭할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2011년 총 9건(1조5701억원) 매각에 나섰던 10대 그룹은 2019년 39건(7조3052억원)과 2020년에는 23건(7조6103억원)의 매각을 진행했다. 10년 동안 총 258건의 매각 거래를 진행했으며 매각기업 가치 금액은 43조4892억원이다.
 
밧산 수덜산(Vatsan Sudersan)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한국의 10대 그룹은 지난 10년간 M&A 시장에서 매우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그중에서도 삼성과 SK그룹 등은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2배 넘게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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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의 나비효과, 시총 증감에서 나타나
 
10대 그룹의 10년간의 M&A는 시가총액 변화도 불러왔다. 우선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삼성그룹은 지난 10년 사이 시총이 약 300% 넘게 증가했다. 2011년 210조566억원이었던 시총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이 각각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며 2020년 말 기준 673조5967억원으로 늘었다.
 
SK그룹은 2011년 48조1978억원의 시총이 현재 158조5027억원으로 불었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로 사업 영역을 정유와 통신에서 반도체로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LG그룹 역시 2011년 67조2607조원에서 2020년 말에는 137조7215억원으로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대장주인 LG화학을 비롯해 LG전자 등이 시장에서 활약한 덕분이다.
 
반면 나머지 7개 그룹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126조9383억원이었던 시총이 2020년 말에는 109조172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그룹은 27조5474억원→21조4020억원, 포스코그룹 34조9359억원→31조7042억원, 한화그룹 18조5813억원→16조6808억원, GS그룹 12조853억원→10조4252억원, 현대중공업그룹 17조9452억원→14조8081억원, 신세계그룹 10조5982억원→8조4136억원으로 시총이 하락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와 블룸버그는 10대 그룹의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통해 각 그룹별 투자 여력도 살펴봤다. 삼성그룹 377조2813억원, 현대차그룹 83조6986억원, SK그룹 41조2132억원, LG그룹 22조4913억원, 롯데그룹 27조6999억원, 포스코그룹 20조6685억원, 한화그룹 24조857억원, G그룹 4조2694억원, 현대중공업그룹 12조6881억원, 신세계그룹 1조8295억원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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