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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깨진 ‘송영길표’ 부동산 대책 허니문

부동산 정책 완화냐 강화냐…여당 내부서도 대립 첨예
宋 주도로 개편한 부동산 특위, 패키지 세제 완화 추진
윤호중 원내대표 “양도세 감면 없다” 기조 유지 강행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기본적인 원칙을 조속히 결정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 원칙 세우기를 놓고 여당 안에서조차 시각차가 점차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송영길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강 최고위원은 “부동산특위에서 논의하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에 대한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송 대표 면전에서 그가 새롭게 구성한 부동산특위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당정이 논의 중인 부동산 대책.

서울 구청장들 ”보유세 안 내리면 내년 선거 진다“

 
현재 민주당 부동산특위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재산세 감면 확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하, 대출 규제 완화다. 9억원인 종부세 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고, 양도소득세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단기보유 주택에 대한 중과를 완화하거나 1주택자 감면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도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최대 90%까지 대폭 완화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이들 방안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특히 지난 17일 열린 민주당 부동산특위 긴급정책 현안회의에 참석한 서울 7개(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 구청장들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 완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7개 구는 서울 시내에서도 특히 재건축·재산세 등 부동산시장의 이슈와 밀접한 곳으로 꼽힌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이대로 가면 다음 선거에서 강남 (확보는) 어려워진다”며 “종부세 대상 기준선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도 회의 후 보유세 완화에 대해 “서울 시내 구청장들이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종부세도 그렇고 굉장히 많이 올라서 과세 대상자가 매우 많아졌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 민심 이반이 있고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도 구청장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1가구 1주택자의 실수요 거래까지도 세제 금융 조치로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거래가 가능해지니까 조세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재산세 완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 특위는 우선 재산세 감면 구간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확정할 예정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6월 1일이 과세기준일이지만 실제 부과되기 전까지 개선해 소급 적용하면 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이에 대해 이견이 없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안타깝지만 지난해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해 공시가격 자체도 높게 나오게 됐다”며 “관계부처와 함께 합리적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친文 ”부자 감세 왜 하나, 정부 정책에 역행“

 
그러나 실제로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반발 때문이다. 당장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도세 감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원내대표는 18일 이날 한 방송의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지난 1년간 양도소득세 중과세 적용을 유예했던 이유가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양도세 중과를 다시 유예한다고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와 관련해서도 “여러 주장이 있어서 의견들을 종합해서 논의하고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장기 1주택자를 위해 세율 탄력 적용이나 과세이연제도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김부겸 총리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부자 감세’에 대해서는 전날 최고위에서 강병원 최고위원도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특위가 공시지가 9억원, 시가로는 1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에만 부여되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다주택자에게만 부과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를 또다시 다루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다”며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 보유세 강화’라는 정부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에 역행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같은 의견이다. 진 의원은 최근 그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과세 조치를 완화하면 어떻게 집값을 잡을 수 있겠냐”며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다소 덜어 주자는 말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 있지만, 부자들의 세금부터 깎아주자는 이야기가 먼저 고개를 드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밝혔다.  
 
보유세 완화에 찬성하는 의원도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한 방송에 나와 “대한민국 1%에게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인데 현재 서울에서만 16%”라며 “9억원에서 대폭 상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노웅래 의원도 지난달 15일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겨우 3%에 그쳤지만 정작 공시지가는 무려 19.9%나 올랐다”며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현행 6억원 이하 주택에만 해당하는 재산세 감면기준을 9억원까지 대폭 상향시킬 것을 강하게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세제 완화를 놓고 당내 시각차가 크다 보니 당 지도부는 최종 결정은 의원총회를 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 부동산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지도부가 바로 확정할 수는 없다”며 “추후 의총에서 최종 추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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