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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타다 나올 것"이라던 정부, ‘카카오T 독주 체제’만 굳어졌다

가맹택시업체 늘었지만 소비자 차별화 포인트 없어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가 원하는 건 ‘빠른 배차’

 
 
[우티 광고를 달고 있는 법인 택시] [홍다원 인턴기자]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된 지 1년이 지났다. 더 많은 ‘타다’가 나올 것이라던 정부의 설명은 현재로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최근 플랫폼 중개업체 ‘우티(옛 티맵택시)’와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 등이 나타났지만 ‘타다 베이직’ 만큼 소비자에게 마음을 얻는 ‘새로운 사업모델’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택시’ 위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이 과연 카카오T의 독주 체제를 바꿀 수 있을지 짚어봤다.
 

가맹택시 많지만 사용자 대부분은 ‘카카오T’ 선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통과시킨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 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 법안은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사업을 ‘플랫폼 가맹사업’에 한정짓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법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3가지(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로 구분해 제도화 했는데, 실제 지난 1년간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는 ‘가맹사업’ 위주로 확대됐다. 타다가 출시한 ‘타다 라이트’와 ‘마카롱택시’ 등이 해당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카카오T 블루’라는 이름으로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 타다의 사업모델에 해당하는 ‘플랫폼 운송사업’에선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정안에선 플랫폼 운송사업자에 매출액의 5%를 택시업계에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에 어려움이 크다는 게 모빌리티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에는 ‘우티’가 출범하며 카카오T를 잇는 제 2의 플랫폼 중개업체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신규 플랫폼들이 ‘카카오’가 지배하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다’만큼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30 대상 택시 모빌리티 플랫폼 설문 조사]

[이코노미스트]가 택시 모빌리티 플랫폼 사용이 익숙한 20대와 30대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3.1%가 카카오T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티(4.4%), 타다 라이트(0.9%), 마카롱택시(0.9%) 등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극소수였다.
 
이는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이 ‘타다 베이직’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14%가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럼 고객들은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떤 서비스를 원할까. 응답자의 77.2%는 택시 플랫폼 선택 기준을 ‘빠른 매칭’이라고 답했다. 침묵 택시 등 서비스(7.9%), 위생, 승차감 등 차 상태(0.9%) 등의 답변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선호하는 플랫폼에 대한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도 카카오T 사용자 상당수가 “콜이 몰리는 시간대 번화가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택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기자가 동일 시간 동일 구간에서 실시한 비교 실험에서도 다른 가맹택시 플랫폼에 비해 카카오T블루가 더 빠르게 기사를 매칭해줬다. 특히 택시 호출이 많은 시간(오후 10시경)에는 카카오T를 제외한 플랫폼에서는 택시를 매칭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가맹택시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T가 더 많은 기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T블루 차량은 2만1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가맹 택시의 60%를 웃도는 수치다. 타다 라이트 등은 4~5월 최대 20% 상시 할인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맹 택시 수’가 부족해 많은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에 정착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플랫폼 중개사업자인 우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출범한 우티는 7월 말까지 첫 탑승시 1만원 할인쿠폰을 지급하며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모빌리티 서비스 소비자는 물론 일반 택시 사업자들에게도 보급이 많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설문에서 카카오T를 사용하는 응답자의 상당수는 “기존에 사용하던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규 플랫폼에 대한 사용 의지가 크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카카오T 유료화에 기사 반발… 우티에게 기회될까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설문 등을 통해 파악한 카카오T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배차’였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가장 많은 택시가 사용하는 ‘중개 플랫폼’과 연동된 가맹택시 사업구조다.

현재 일반 택시 대부분이 카카오T(플랫폼 중개서비스)를 통해 콜을 받고 있다.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이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를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중개서비스인 카카오T의 영향력이 카카오T 블루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고한 사업구조다. 후발주자로선 이런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T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고 있다. 일반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적용하며 나오는 반발이 그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일반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월 9만9000원의 유료 멤버십을 출시했다. 해당 멤버십은 택시 기사가 원하는 콜을 목적지로 빠르게 연결해 주는 ‘목적지 부스터’ 등의 기능이 있다.

택시업계에선 이런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 반발한다. 정해진 승객을 두고 콜 경쟁을 하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택시 기사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카카오 유료 서비스를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시업계 내부에선 카카오T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정 기간 카카오T 콜 대신 우티콜을 받자거나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도 가입하지 말자는 등의 의견이다. 유료 멤버십 출시 직후 택시4단체는 성명서에 “카카오 택시 호출 거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카카오T 유료 멤버십을 이용한지 한 달째라는 한 서울 개인 택시 기사는 “해당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으면 콜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아 가입했다”며 “최근 우티 호출이 늘고 있는데 다양한 플랫폼의 호출이 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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