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의 굴욕’ 충남 알짜 기업에 밀렸다…이스타항공 새 주인은?
쌍방울 꺾고 성정 품으로…18일까지 매수권 행사 공문 제출
백제컨트리클럽‧대국건설산업 보유…오너 일가 자본력 커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업체 성정이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14일 오전 성정에 이스타항공의 매수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성정은 오는 18일 자정까지 행사 여부를 결정해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인수금액은 약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성정’에게 우선권
이번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공개입찰에서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이 단독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제시한 인수가격을 우선매수권을 가진 성정이 동일하게 인수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우선적으로 매각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번 인수전의 핵심이 ‘자금력’에 맞춰진 배경이기도하다. 광림이 아무리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성정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쌍방울 측에서 ‘높지만 적정한 인수가’를 선점하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는 얘기다. 적극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타진해왔던 쌍방울의 광림이 사실상 밀려나면서 50% 가까이 올랐던 광림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1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자금은 고스란히 채권단을 변제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최우선변제대상인 임직원들의 체불된 임금, 퇴직금 등 미지급금 비용은 약 850억원. 업계 관계자는 “제시 금액이 높으면 그만큼 변제 비용이 높아지고 채권자를 배려하게 되는 것”이라며 “높게 써줄수록 딜은 원활해지고 더 높게 쓸수록 상대방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LCC사업 숙원…골프‧숙박과 시너지
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315억원으로 유동자산 45억원, 비유동자산이 269억원이다. 백제컨트리클럽은 지난해 178억원의 매출을 냈고, 대국건설산업은 1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에 속하지만 오너 일가의 개인 자산 등에서 큰 자본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국건설산업은 공공ㆍ민간 할 것 없이 하도급기성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 중이다.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은 뒤 골프 및 레저, 숙박, 개발 사업 등과 항공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스토킹호스가 되기 위한 계약을 맺기 전 이미 자금력이나 인수의지, 경영능력에 대한 부분 검증이 먼저 이뤄지는데 성정은 상당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장 일가가 오래전부터 LCC사업에 진출하고자 검토해왔으나 상황이 맞지 않았고, 이번 이스타 매각에는 준비가 됐다는 듯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OC 재취득 TF팀 가동…LCC 재편 영향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꼭 필요한 절차도 이뤄진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3월 모든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된 상태. 현재 사내에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AOC 재취득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AOC취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10월 경부터는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스타항공의 매각은 완전 셧다운 상태에서 자기 항공기가 하나도 없는 항공사 매각을 추진하는 첫 번째 사례로, 슬롯 노선 면허 운항경험 등 무형자산을 어떻게 가치평가 할 것인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향후 LCC 재편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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