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현대차 포스코 이어 해진공까지…흠(HMM) 어디로 갈까?

산업은행 전환사채 주식 전환 자금 회수 추진
올 초 1조5000억원 매각가 전망 3조원 증가
이동걸 회장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강조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가 부산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 화물을 싣고 출항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 HMM]
산업은행의 HMM 매각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이 오는 29일 만기인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기로 정하면서다. 전환사채는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받거나 일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산업은행이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 뒤 되팔면 1조8500억원 규모의 차액을 거둬들이게 된다.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5년 만에 2조1560억원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6년 12월 글로벌 해운산업 불황 속 국내 산업 지원을 위해 전행 인수한 3000억원 규모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190회’ 전액을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정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세금으로 돈 벌 기회가 있는데 그걸 안 할 수도 없고, 포기하면 배임이기 때문에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3000억원 전환사채는 산업은행에 2조1560억원이 돼 돌아오게 될 전망이다. 전환조건상 전환가격이 1주당 6269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예기치 못한 해운업 호황에 따라 HMM 주가가 4만5050원(6월 16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인수가를 뺀 차액도 1조8500억원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17년 12월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했지만, 해운업 및 주가 추이를 살피며 기다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관심은 매각으로 쏠리고 있다. 주식 전환 후 돈의 회수를 위해선 향후 경영권 매각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출자전환 등 지원으로 이미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번 주식전환 결정으로 재차 지분율(11.94% → 25.82%)이 오른 것도 매각 추진 근거로 꼽힌다. 은행법상 보유지분이 15%를 넘으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HMM이 구조조정 기업이라 예외가 인정되겠지만,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산업은행]

산업은행 HMM 경영권 포함 통매각 방식 활용 전망

시장에선 산은이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하다, 추후 경영권 매각의 방식으로 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경영권 매각 전 시장에 물량을 내놓으며 주가에 충격을 주기보다는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리기까지 한 HMM 주식을 국책은행이 시장에 바로 풀기는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비용 부담이 큰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등이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다가 정치권과 해운업계 반발로 접었지만, 여전히 해운업 진출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실제 올해 초 불거진 산업은행의 HMM 경영권 매각에 대해 포스코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안이 오지 않았다”라고 답변,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미 해운업을 직접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HMM의 30년 만기 영구채 규모만 2조6800억원, 이자율만 최대 10%에 달해 인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상위 선사들은 다시금 신조 선박 발주 경쟁을 펼치면서 HMM을 위기로 내몬 운임 치킨게임이 다시 펼쳐질 조짐이다. 글로벌 2위 선사인 MSC의 발주량이 HMM의 총 선복량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HMM 편애했던 해양진흥공사도 인수 대상 물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의 HMM 지분이 해양진흥공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양진흥공사는 설립 이후 줄곧 일부 선사에 지원이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HMM 살리기에 집중해왔다. 해양진흥공사 설립 이후 3년 동안 국적 외항선사를 대상으로 5조8061억 원을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60.6%를 HMM에 몰아주기도 했다. HMM의 신규 선박 발주를 지원하며 4.27% HMM 지분도 가지고 있다.
 
또 최근 해양진흥공사가 추진하는 컨테이너 박스 제조업체를 설립 등 사업도 HMM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진흥공사 해운금융1본부 내 컨테이너 기획부 직원 13명 가운데 9명이 HMM의 지원을 담당할 정도로 깊이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는 스스로 HMM으로의 의존도를 높여왔다”면서 “HMM을 해양진흥공사 산하 회사로 두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한편 HMM의 매각 금액 전망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올해 초 최대주주 산업은행의 지분을 포함 2대 주주 신용보증기금(지분율 7.51%), 3대 주주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진흥공사(4.27%) 지분을 모두 합해 최대 1조5000억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최근 3조원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직 매각 관련 접촉 기업은 없다”면서 “유관 기관 협의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DGB금융, 하반기 조직개편…디지털 경쟁력 강화 초점

2한진家 막내딸 조현민 사장, 자사주 2억원어치 매입

3 합참 "北서 띄운 '오물풍선' 추정 물체 포착"

4SK팜테코 美 버지니아 공장, 노보 노디스크에 팔리나

5"최태원 회장 주식 처분 막아달라"던 노소영...가처분 항고 취하

6스마트 로봇 혁신지구로 거듭나는 '대구 침산공단'... 로봇부품 생산거점으로 속속 전환

7역대급으로 찾아온 대구 치맥 페스티벌, '대구로'와 손잡고 각종 연계서비스 출시

8경북 바이오·백신산업, 국제백신연구소와 손잡고 세계 시장 도약

9대구시의회,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출... 의장에 이만규 의원 재선

실시간 뉴스

1DGB금융, 하반기 조직개편…디지털 경쟁력 강화 초점

2한진家 막내딸 조현민 사장, 자사주 2억원어치 매입

3 합참 "北서 띄운 '오물풍선' 추정 물체 포착"

4SK팜테코 美 버지니아 공장, 노보 노디스크에 팔리나

5"최태원 회장 주식 처분 막아달라"던 노소영...가처분 항고 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