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하미과' '펑리' 이게 뭐길래?…'과일 펀딩' 시대 열렸다

판로 확보되는 농가와 신선한 과일 받는 소비자
‘제2의 샤인머스캣’ 노리는 새로운 과일들

 
 
복숭아 명인 진종호(지은농가) 와디즈 펀딩 모습 [사진 진종호(지은농가) 인스타그램]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이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일 소비와 유통에 ‘언택트’ 바람이 크게 불면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6대 과일(사과‧배‧감귤‧단감‧포도‧복숭아)을 넘어 더 달고 더 새로운 ‘못 먹어 본’ 과일을 찾는다.
 
왼쪽부터 황제 멜론이라고 불리는 '편농'의 중국 멜론 (하미과), '레드이츠'의 한국판 납작복숭아 대극천복숭아, '팔도이야기'의 체리와 자두를 결합한 나디아자두 [사진 각사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제철에 우리 집까지 오는 과일 펀딩  

 
“먹고 싶었던 납작복숭아를 미리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납작복숭아는 유럽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화제된 과일이다. 납작복숭아가 궁금했던 대학생 강민주(23)씨는 최근 와디즈에서 열린 ‘한국판 납작복숭아 대극천복숭아’ 펀딩에 참여했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이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자금을 조달받던 펀딩이 일반 기업에서 농가로 확대된 것이다. 농산품에 펀딩할 경우, 미리 해당 금액을 입금하고 배송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른바 '공동 구매 예약 형식'. 펀딩 특성상 수요가 100%를 넘기지 않으면 리워드(상품)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는 마감됐지만 소비자들의 호평에 따라 인기 있는 펀딩만 재진행하는 ‘앵콜 펀딩’ 중 ‘과일’ 항목이 늘었다.  
 
실제 수확 시기에 맞게 보내 주는 제철 과일을 포함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대극천 납작복숭아', 황제 멜론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멜론(하미과), 체리와 자두가 합쳐진 ‘나디아자두’, 당도가 높다고 알려진 대만 골드 파인애플(펑리) 등이 있다. 이중 ‘레드이츠’의 한국판 납작복숭아는 18일 기준 목표 금액의 2536%를 달성해 12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농업 마이스터인 ‘지은복숭아’는 목표 금액(100만원)의 14322%인 총 1억4322만3000원을 달성하며 펀딩 마감했다.  
 
과일 펀딩 방식은 농가와 소비자에게 모두 '윈윈'이라는 평을 듣는다. 펀딩으로 제철 과일을 미리 예약하게 되면 농가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은 가장 잘 익었을 때 제공받게 된다.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 과수원에서 바로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는 형식이다. 지난해 장마처럼 자연재해 등으로 과일 수급이 어려울 때엔 안심 리콜제 등도 마련하고 있다.  
 
와디즈에서 샤인머스캣,애플수박 등 과일 펀딩을 진행한 김요한 레드이츠 대표는 "과일 펀딩은 농가에서도 선호하는 방식"이라며 "농가는 펀딩이 끝나고 주문받은 과일을 한 번에 배송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결제금 지급도 확실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소비자가 과일을 펀딩하는 것은 마치 예전 임금님께 진상하던 일미를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선하고 일반적으로 동네에서 구하기 어려운 과일이 언제 올지 기다리는 ‘뜻밖의 선물’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GS더프레시에서 출시한 신비복숭아 이미지 [사진 GS더프레시]

신품종 출시로 소비자 ‘취향 저격’ 노리는 유통업계  

 
이색 과일에 대한 오프라인 수요도 늘었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 유통업계에선 ‘제 2의 샤인머스캣’ 발굴을 위한 새로운 과일 출시가 한창이다. 더 비싸더라도 해당 과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재배한 일반 토마토에 설탕의 최대 300배 단맛을 내는 천연감미료 스테비아를 첨가한 ‘스테비아 토마토’도 이중 하나다.
 
농업관측본부 '2020년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테비아 토마토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3%로 전년(5%)보다 크게 증가했다. 구매 이유로는 호기심에 궁금해서(46%), 맛이 좋아보여서(33%) 등으로 나타났고 맛에 대한 만족도는 71%에 달했다. 
 
 
복숭아 신품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신비복숭아, 그린황도, 납작복숭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각각 39%, 55%, 32%로 나타났다. 해당 복숭아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 결과(5점 만점), 그린황도의 구매 만족도가 높았으며(4.05점), 다음으로 납작복숭아(3.96점), 신비복숭아(3.74점)순이었다. 향후 구매 의향은 그린황도가 84%로 세 복숭아 중에서 가장 높았고 납작복숭아 72%, 신비복숭아 68%로 뒤를 이었다. 
 
이중 신비복숭아는 천도복숭아와 똑같이 생겼지만 속은 백도복숭아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복숭아다. 지난해 GS더프레시에 나온 신비복숭아는 출시 직후 완판돼 지난해 대비 6배 많은 30톤 규모로 물량을 늘렸다. 롯데마트 역시 겉은 까맣고 과육은 노란 ‘블랙보스 수박’의 5월 매출이 전년 대비 5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승호 GS리테일 과일 MD는 “이색 과일에 열광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신비복숭아, 베개수박 등 차별화 상품을 빠르게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색 과일은 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많은 종류의 이색 과일이 해시태그로 걸려 있다. 납작복숭아는 3만4000개, 신비복숭아는 2만9000개, 이미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샤인머스캣은 15만200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교수는 “과일의 경우 조금만 특이해도 차별성이 크게 보여 SNS에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기업가치 70조 머스크의 ‘xAI’…“엔비디아 칩 10만 개 매입 예정”

2윤-시진핑, 한중정상회담서 방한-방중 서로 제안

3불법과 예술의 경계에 선 ‘타투’

4비트코인 9만1천달러선 반등...'장기 대량 보유자' 매각 움직임 포착

5까딱하면 돈 못 받아...‘돌연 폐업’ 상조업계 괜찮나

6비트코인 주춤, 기우였나…9만1천 달러선 회복

7성폭력 재판 중인데…협박에 미성년자 간음까지

8"이 돼지 해고해라" 트럼프에 욕설 날린 여배우 역풍

9 ‘인간 샤넬’ 지드래곤, 억소리 나는 독보적 패션

실시간 뉴스

1기업가치 70조 머스크의 ‘xAI’…“엔비디아 칩 10만 개 매입 예정”

2윤-시진핑, 한중정상회담서 방한-방중 서로 제안

3불법과 예술의 경계에 선 ‘타투’

4비트코인 9만1천달러선 반등...'장기 대량 보유자' 매각 움직임 포착

5까딱하면 돈 못 받아...‘돌연 폐업’ 상조업계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