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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워 팔아야 산다… KT OTT '시즌'의 커피 주는 마케팅 성공할까

KT 시즌 월 9900원에 ‘커피 4잔+OTT 서비스’ 제공
웨이브·왓챠·티빙 앞서거니 뒤서거니 프로모션 진행
콘텐트 투자 공언했지만 결실 볼지 여부 미지수

 
 
KT의 OTT 시즌이 커피를 함께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사진 KT]
KT의 OTT 시즌이 파격적인 요금제를 꺼냈다. 200여 개의 실시간 채널과 8만여 편의 고화질 무료 VOD 콘텐트를 볼 수 있는 동시에 프랜차이즈 카페 할리스의 커피 4잔도 마실 수 있는 ‘시즌X할리스 구독’ 서비스다. 원래대로라면 2만1900원(아메리카노4잔 1만6400원+시즌 플레인 상품 월 5500원)을 내야 하는데, 이 서비스를 통하면 월 9900원에 이용이 가능하다. 정상가격 대비 할인율이 54.7%나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월 1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커피도 마시고, OTT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보니 꽤 효과적인 ‘록인(lock-in) 전략’처럼 보인다. KT는 “그간 이종업계 브랜드와의 다양한 제휴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앞장서 왔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KT 시즌만의 일이 아니다. 토종 OTT 업계는 최근 마케팅 전쟁이 한창이다. 선두 사업자로 꼽히는 넷플릭스를 추격하기 위해 시작된 전장이 ‘누가 더 특별한 혜택을 주나’의 싸움으로 번졌다. 일단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자부터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의 웨이브는 지난 4월 요금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첫 달은 100원, 두 번째 달은 50%의 요금 할인 혜택을 줬다. 
 
왓챠는 지난 6월 편의점 이마트24와 제휴를 맺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3종(2주, 1개월, 3개월)의 왓챠 무료이용권이 랜덤으로 담긴 왓챠 팝콘을 팔았다. 팝콘 제품의 가격이 2000원에 불과한데도 최대 3만8700원(왓챠 3개월 이용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흥미로운 마케팅이었다. 
 
CJ ENM의 티빙 역시 지난 3월부터 네이버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 가입자에게 티빙 무료 이용 혜택을 주고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입자를 붙잡기 위한 포석으로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전략이 미래 시장 지배력에도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다. 이 구조는 가입자 유입은 쉽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계속 열어젖힐 순 없어서다. 결국 볼 콘텐트가 없으면 구독을 취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시장 진입 초반 IPTV 회사와 제휴를 맺은 걸 제외하면 대부분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트를 드러내는 홍보 전략만 썼다”면서 “지금 국내 OTT 중에선 고객 수요가 높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칠 서비스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 서비스 역시 막대한 콘텐트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긴 하다. CJ ENM과 웨이브는 2025년까지 각각 5조원과 1조원을 투자해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했고, 시즌의 모회사인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투자가 언제 결실을 볼지는 알 수 없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고 꼭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투자 규모가 콘텐트의 질을 보장한다고 해도 당장 넷플릭스를 넘보는 것은 어렵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콘텐트 투자 금액은 2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의 경쟁도 벅찬 상황에서 조만간 디즈니플러스도 한국에 진출한다.
 
프로모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케팅 비용도 문제다. 가령 KT 시즌의 시즌X할리스 구독 서비스는 원칙적으론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당장 할리스 커피값(1만6400원)이 고객이 내는 월 구독료(9900원)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프로모션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양사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어찌 됐든 서비스를 제값 받고 파는 건 아닌 셈이다. 
 
토종 OTT 서비스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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