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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이 시공 먼저” 현대중공업에 공정위 제재

서명·날인 없는 계약서 늑장 발급해…같은 혐의로 2019년 209억 과징금
공정위 “‘선시공 후계약’ 관행에 제동 건 것…불공정 하도급거래 엄정 집행”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에게 제재를 가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도크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중소 하청업체에 선박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늑장 발급하고, 계약서에 서명 날인도 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하청업체에 선박 제조 관련 작업을 위탁하며 하도급 대금·납품 시기 등 계약 조건이 적힌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시정(향후 재발 방지) 명령과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선박 블록 도장작업을 맡은 1곳의 하도급업체와의 하도급 거래 총 83건에서 서면발급 의무 규정을 어겼다. 작업을 진행하는 중간이나 다 마친 뒤에 계약서를 늑장 발급하는 식이었다. 해당 서면에는 양 당사자 서명이나 날인도 없었다.  
 
하도급법 제3조에 따르면 하청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기업은 반드시 작업 시작 전에 계약서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해당 서면에는 하도급 대금·작업 내용·납품 시기·장소 등 계약 조건을 적어야 하고, 양 당사자가 서명이나 날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약서 발급이 없거나 불분명하면 원사업자와 수급 사업자 간에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위탁 취소, 감액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해도 수급 사업자는 대항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피해 업체에 선박 제조와 관련된 일을 발주시스템(ERP)을 통해 맡겼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계약금액이 일정 규모이면서 계약 내용이 명백히 구분되는 거래임에도 양 당사자의 날인이나 서명 없이 발주시스템으로만 이뤄진 거래 건들을 적법한 서면 발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에 대해 공정위는 “조선업계의 장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선시공 후계약’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 “향후에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엄정히 법을 집행해 하청업체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과거에도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19년 12월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 선박·해양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2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었다. 
 
동일한 위반행위를 저지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게도시정 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한국조선해양에게 조사방해 과태료(법인 1억 원, 임직원 2인 2500만 원)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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