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 CMO 계약 잇달았는데…수급 언제 넉넉해지나
국내 바이오 기업 CMO 계약으로 쏠쏠한 이익 거둬
백신 CMO 계약 맺어도 국내 공급 보장된 건 아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정작 국내 백신 수급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할 만큼 감염병 위험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 백신 예방 접종률은 유행 확산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예방접종률은 37.9%이고, 2차까지 접종 완료율은 13.9%이다.
예방백신 접종률이 높은 해외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의 1차 예방접종률은 68.5%, 접종 완료율은 54.4%였으며, 이스라엘의 1차 접종률은 66.5%, 완료율은 61.2%를 기록했다.
국내 백신 수급 불균형은 ‘교차접종 허용’으로 이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는 ‘교차접종’이 처음으로 7월에 시행됐다. 백신 종류를 달리해 1·2차 접종을 마치는 교차접종은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일부 외국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금지됐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왜 백신 공급이 원할하지 않느냐”란 질타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핀잔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해외 제약사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 위탁생산(CMO) 계약을 잇달아 맺으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놓고, 정작 백신 수급 불균형 사태엔 별다른 도움이 못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CMO로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보자.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4122억원, 영업이익은 105.7% 증가한 1668억원을 기록했다. CMO 계약을 맺은 코로나19 치료제의 매출과 이익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엔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완제공정(DP) CMO 계약을 맺었는데, 3분기 중 생산에 돌입한다. 이 회사의 하반기 실적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호실적을 냈다. 2분기 역대 최대 실적(매출 1446억원, 영업이익 662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원액 및 완제의 상업화 CMO 출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노바백스와 백신 기술 이전 및 위탁 생산 계약을 했다. 그만큼 우리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들에 기술 및 생산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백신 CMO 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국 개발 백신이 아닌 탓에 위탁을 맡긴 업체의 물량 계획에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문제다. 가령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부는 해외로, 나머지는 국내로 공급된다.
모더나 DP 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추후 생산 물량이 국내에 먼저 공급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아무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정 마련을 잘 준비한다고 해도 해외 공장에서 원액이 들어오지 않으면 완제 생산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실제로 최근 모더나의 해외 생산 공장에 문제가 있었고 이는 국내 모더나 백신 공급 지연으로 이어졌다. 7월 모더나의 수급 문제로 백신 종류나 주기가 변경된 이유이기도 하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역시 휴온스글로벌·한국코러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해외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보건당국의 국내 도입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한 노바백스 백신도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자국 백신이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수급 불균형 논란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완료된 제품은 없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여오는 해외 백신은 정부와 글로벌 제약사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가격이나 물량 등 정해서 어느 나라에 팔지는 고객사에서 결정하는 상황이고, 생산 물량에 대해선 한국 기업의 권한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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