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카드업계…“본업으론 이익 못 낼 판”
금융당국·업계 TF 구성해 카드수수료 인하 논의 중…11월 말 확정될 듯
2007년 이후 13차례 인하…추가 인하 가능성에 업계 반발 "포퓰리즘 정책 불과"
당국 "아직 정해진 것 없어…과거 수수료 인하는 내릴 만한 명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카드업계 안팎에선 본업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인하를 처음 논의한 2012년 당시에만 하더라도 각종 비용 절감 등에 따른 인하 필요성이 있었으나, 이후 습관적·지속적으로 인하됐고 최근 들어 카드수수료로는 카드사 영업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2년간 13차례 내려…3년에 1번 '적격비용 산정' 무의미?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해왔다. 최근 3년간 카드업계의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밴(VAN) 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을 들여다본 후 정해지는 방식이다. 최종 수수료율은 11월 말경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율이 올해 말 정해지면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적용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명분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이 경우 본업인 신용판매에선 이익이 더욱 줄어들고 고금리 대출상품으로 불리는 카드론이나 자동차할부금융 등 본업 외 다른 부분에 주력하는 기형적 시장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각 카드사들이 최고 실적을 올린 것은 맞지만, 이는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자동차할부금융과 리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각종 비용이 절감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담감도 작용한다. 결국 올해 상반기 ‘불황형 흑자’ 이후의 활로 모색이 난감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 등에 기인한 소상공인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수단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격비용 산정이 3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지만, 이외에도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비책삼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수수료는 최근 12년간 총 13차례 인하됐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3년마다 법적 절차에 따른 적격비용 산정을 통해 수수료율을 조정해야 하지만, 정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수차례 수수료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판매 역마진 구간 돌입…우리가 ‘카드 공사(公社)’인가"
이에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1.97~2.04%로 떨어졌고, 이후 지속된 인하에 현재 전체 가맹점의 96%가 0.8∼1.6% 수준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에선 ‘1.5%’ 정도가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미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2019년 7월부터는 신규 가맹점 우대 수수료를 환급해주는 제도가 시행됐다. 올해 하반기 19만4000여개 가맹점이 돌려받을 카드수수료 규모는 총 464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연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세액공제 등을 거치면 실제 카드 수수료는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지속적으로 카드수수료를 내리라는 것은 치적쌓기에 불과해 보인다”며 “차라리 ‘카드 공사(公社)’를 만들어서 카드사들을 공기업화한 후 수수료를 낮추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를 멈춰야 한다”며 카드사노조협의회를 출범했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포퓰리즘적인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카드수수료 인하가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과거엔 수수료를 내릴 이유도 있었고 명분도 있어서 납득할 수 있었으나 현 상황에서 더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본업이 위태로우니 2012년경 5만명이 넘던 카드설계사가 2019년엔 1만명으로 줄고 현재 8500여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직장을 잃고 나가는 이들도 많다”며 “무차별적인 수수료 인하보다 세계적으로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은 우리나라 카드사들이 지닌 마케팅·데이터 기법 등을 소상공인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상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 TF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에 카드수수료를 내린 이유는 조달비용과 일반관리비 등이 줄어들면서 카드수수료를 내릴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적격비용 산정은 아직 확정된 게 없고 11월 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적용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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