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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수'에 지갑 여는 직장인들…현직자 만나 일·생활 고민 나눠

온라인 사수 찾는 직장인들, 자기계발·동기부여 원해
사회생활 강의도 등장…“조직생활 조언 받을 사람 없어”

 
 
온라인 교육 플랫폼 패스트캠퍼스에는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패스트캠퍼스]
 
“이것만 알면 빠른 퇴근. 워라밸을 완성하는 엑셀 필수 스킬!”
 
두 달 전 인사팀으로 부서를 옮긴 스타트업 직원 이수연(29)씨는 매일 새벽 회사로 출근한다. 임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활용하는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그는 업계 1위 기업에서 일했다는 전직 인사팀장의 '족집게' 강의도 결제했다. 주요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광고 문구에 혹했다.
 
건강관리 서비스업체에서 영상마케팅을 담당하는 박민석(27)씨도 온라인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영상 촬영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외주제작업체에서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강사와 매주 저녁 1대 1로 만나 일명 실전 기술을 배운다. 김씨는 "간단한 영상을 직접 촬영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카메라 조작이나 영상 구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며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트렌드에도 민감하다고 생각해서 지금 강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패스트캠퍼스와 탈잉, 클래스101 등 온라인 교육 및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온라인 사수'를 찾는 MZ(밀레니얼+Z)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전문 프로그램이나 노하우를 전문가에게 직접 교육받을 수 있고, 쉽게 만나기 어려운 현업 전문가와 1대 1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패스트캠퍼스 온라인 사수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국내 유명 기업 출신 전·현직 임직원이 강사로 나섰다.
 
업계 1위 기업에 소속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와 만나, 업무 비결을 얻으려는 직장인도 있다. 업무 성과를 높여 처우가 좋은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UX(사용자 경험) 리서치 업무 담당자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26)씨는 최근 인프런·패스트캠퍼스 등 10만원짜리 온라인 실무 교육 콘텐트를 2개 결제했다. 윤씨는“이 직종이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직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며 “대기업 계열사의 현직 종사자가 정리한 리서치 방법론과 툴킷(tool kit)도 준다고 해서 바로 결제했다”고 했다.
 
온라인 사수 찾기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용불안 등에 따른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열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영향을 끼쳤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5월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4.5%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한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감으로 인해 자기계발 필요가 늘어남’(56.1%, 복수응답), ‘퇴직 이후 또는 N잡을 준비하는 계기가 됨’(30.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이밖에 ‘집콕 등으로 인해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많아짐’(33%), ‘모임 축소 등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할 비용이 생김’(17.7%)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시간과 금전적 여유를 꼽는 응답도 많았다.
 
온라인 사수에게 배우는 것은 업무 능력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하는 온라인 멘토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자 직장 상사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신입사원이나 1~2년차를 대상으로 한 강의다. 재능강의 플랫폼 탈잉에서는 애경그룹 최초 여성 임원인 유세미씨가 사회초년생이 알아야 할 조직생활을 강의 형태로 소개한다.
 
국내 광고회사 2년차 사원 김규희(27)씨는 “사회생활을 가르쳐줄 사람이 마땅하지 않고 사수의 지시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강의를 신청했다”고 강의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회사에 다녀보니 일 자체보다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렵다”며 “직장 선배와 의사소통에서 갈등이 있는데, 해결방안을 당사자에게 물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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