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그런 '큰 마음' 품지 마세요 [조지선 심리학 공간]
의욕에 기댄 ‘열정적 습관’ 대신
매일 행할 수 있는 ‘작은 습관’으로 조금씩 성장하기
누구나 무섭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순간들이 있다. 한동안 새벽에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며 프로젝트에 몰두하기도 하고, 합격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책과 씨름하기도 한다. 최근에 필자가 매진한 활동은 버릴 것과 소유할 것을 구분하는 고된 정신 노동이었다. 한동안 미니멀리즘을 향한 열망을 주체하지 못해 정리 컨설턴트가 울고 갈 집 상태를 만드느라 녹초가 되기도 했다.
이 어려운 일들을 해내는 능력은 이따금씩 찾아오는 ‘뜨거운 마음’ 때문에 가능하다. 열정이 꿈틀거리는 이 상태를 우리는 ‘의욕’이라고 부르는데 심리학 용어로는 ‘동기’다. 영어로 ‘모티브(motive)’인데 이는 라틴어 ‘모티버스(motivus)’에서 나온 말로 ‘움직임’을 뜻한다 동기(動機)는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내적인 힘’을 말한다. 즉 움직임(動)을 유발하는 계기(機)다.
성취를 이루기 위해 가장 유리한 조건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히 동기다. 마음이 동(動)해 일하는 자를 누가 막으랴. 짱짱한 동기가 화력을 지원해주면 열악한 조건에서도 행동이 시작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어도 동기 엔진이 기운차게 돌아가면 몸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어린 동생이 ‘형, 농구하자’를 고장 난 녹음기처럼 틀어대고 있는데 피곤에 절은 형은 대꾸도 않는다. 이때, 침대에 널려있던 형의 몸을 벌떡 일으킨 것은 썸 타고 있는 아리따운 여신의 문자다. “뭐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마음이 뜨거운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보면 ‘동기 센터(motivation center)’가 불을 환하게 켠 상태다. 이곳에서 뿜어대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dopamine)이다. 우리 뇌가 도파민 쥬스에 잠겨있을 때, 목표를 향한 강렬한 소망이 들끓는다. 가슴에 온기가 퍼지면서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가 되고 그것을 갖기 위한 행동이 시작된다. 도파민의 특기는 ‘행동 유발’이다.
큰 결심을 세우게 하는 동기와 목적
“사람들은 늘 변화를 꿈꾸지만 현실을 쉽게 바꾸진 못한다. [아침 5시의 기적]의 저자 제프 샌더스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한다. 바쁜 일정에 치이면서 좋아하는 마라톤 연습을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반복되자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결심’한다. 바로 ‘아침 5시 기상’이다. 누구보다 아침잠이 많고 최대한 늦게 일어나려고 애쓰던 그에게 있어 아침 기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는 아침 기상으로 인생이 놀랍도록 달라지는 엄청난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동기부여 전문가인 로빈 샤르마의 저서 [변화의 시작 5AM 클럽]의 소개문에 담긴 열정도 만만치 않다.
“아침을 지배하라, 인생을 도약시켜라! 진정한 행복과 성공을 이룬 이들의 생생한 일화와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는 메시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데 밀알이 될 이야기를 전한다. 모두가 변화를 계획하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방법이 문제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동기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라는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이런 책들을 뒤적이다가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결심할 때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볼까? 못할 것도 없잖아. 이렇게 늦잠을 자서야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어. 변화가 필요해.” 분명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으니 겁날 게 무엇인가. 즉시,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줄 ‘습관 형성 특별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살면서 때때로 불굴의 의지와 왕성한 의욕의 순간을 맞는다.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큰 불이 일어나고 이것이 삶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내곤 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큰 결심’을 하고 ‘어려운 일’에 도전함으로써 우리는 도약한다. 누구나 한 때 뭔가에 미칠 때가 있고,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수행할 수 있는 ‘미니 습관’에 집중하라
하지만, 난리 치고 시작했다 슬그머니 그만두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이것도 습관이다. 메가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얼마 못 가 포기하는 ‘용두사미’ 습관. 거창한 계획과 초라한 결말의 루틴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가망 없는 의지박약이야. 내가 그렇지 뭐.”
“아!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혼잣말에는 애증이 담겨 있다. 습관은 시도와 실패의 사이클을 끊임없이 반복해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갈망의 대상이다. 동시에 방학 내내 미뤄 두었던 숙제처럼 마음을 누르는 평생 과제다. 성장하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습관’을 선택한다. 나를 위해 내일부터, 다음주부터 꼭 할 거라고 마음 먹는 중요한 일은 대부분 습관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뜨겁게 꿈틀거릴 때, 큰 맘 먹고 습관 과제에 다시 도전하는데 바로 이 결정이 최대의 패착이다. 습관의 운명을 ‘동기’에 맡길 때 보장되는 것은 ‘역시나 실패’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동기’란 녀석은 실로 믿을 만한 작자가 못 된다. 오늘 열렬히 사랑한다고 속삭이다가 내일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연인 만큼 믿을 게 못 된다. 영원히 살아있는 건전지가 달린 것처럼 동기 엔진이 세상 끝 날까지 돌아주면 좋으련만 마음을 항상 달궈 줄 동기 비책 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 동기가 아무 기척 없이 불쑥 밀려 들어왔다가 휑하니 빠져나가는 통에 내 계획은 늘 위험에 처한다.
믿을 만한 자가 아니라면 이 판에서 빼버리면 된다. 동기가 어떤 변덕을 부리든 상관없이 수행할 수 있는 미니 습관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 인생을 바꿔줄 습관은 5AM 기상이 아닌 5분 더 일찍 일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오해 마시길.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존경한다). 습관을 만들기 원한다면 큰 결심과 어려운 선택, 정신 승리와 같은 묵직한 개념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 대신 살랑살랑 봄바람 같은 작은 결심, 가벼운 선택, 만만한 일과 친하게 지내면 된다.
습관 연구들이 외치는 일성(一聲)은 이것이다. “여러분, 제발 큰 마음 먹지 마세요. 엄청난 결단도 내리지 마세요.” 습관 형성을 가능케 하는 비밀 병기는 ‘하찮고 만만한 일’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하루 업무를 마치는 순간, 온라인 강의창을 열고 딱 10분 동안 관심 분야를 공부하는 행동이면 충분하다.
이 고마운 친구를 우리는 잘 알아보지 못한다. “이까짓 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런 비웃음을 살 정도로 ‘이까짓 일’이라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의욕이 없어서 습관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욕에 기대서 습관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성공적인 습관 형성을 위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시도하고자 하는 이 일은 얼마나 만만한 일인가? 성장하는 삶을 꿈꾸는가?
*필자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저자이자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 운영자다.
조지선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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