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UCSD)와 공동 연구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상온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에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 논문은 이날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배터리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의 지원 과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이기도 하다.  
 
배터리업계 등에선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고 안전성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가 온도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60도나 그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 가능한 것을 포함해 느린 충전 속도 등이 한계로 거론돼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UCSD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의 음극에서 도전(導電)재(전도성을 높이는 물질)와 바인더(도전재를 잘 붙게 하는 물질)를 제거하고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입자 크기를 가진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와 비교해 10배 높은 용량을 가져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필수 소재로 꼽한다. 그러나 충방전 시 큰 부피 변화 때문에 실제 적용이 까다로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기존 연구에서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100㎚(나노미터, 0.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 크기를 가진 나노 실리콘을 적용한 데 반해, 본 연구에 적용된 마이크로 실리콘은 나노 실리콘보다 저렴하고 사용이 더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500번 이상의 충전과 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할 수 있고,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약 40%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인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UCSD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에서의 의미 있는 기술 개발로 사이언스 저널에 실리게 돼 굉장히 기쁘고,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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