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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높이고 그 다음은…” 차기 방역체계 고심에 빠진 정부

집단면역 조기 조성을 위한 발걸음 빨라져
접종기피자·미접종자 찾아내 접종 참여시키기 과제
일상 회복할 ‘위드 코로나’ 본격 논의할 때

 
 
한 시민이 충북 청주에 있는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으면서 정부가 차기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고심에 빠졌다. 지금까진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백신 공급과 접종 확대에 주력했다면, 앞으론 남은 접종률 달성과 방역 조치 조정에 대한 고민이다.  
 
중점 내용은 백신 접종 기피자에 대한 유인책 마련, 접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부스터샷) 시행, 아동·청소년·임산부 등에 대한 접종 여부 검토,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감염의 확산 억제 방안, 방역체계 전환과 방역조치 조정 등 다음 방역 단계로의 진행 계획 등이다.  
 
일각에선 강제 차단 위주의 현 방역체계를 감기처럼 방역과 일상을 병행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럴 경우 피폐해진 민생경제를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3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현황은 23일 0시 기준 1차접종자 수는 누적 총 3657만105명(주민등록 기준 국내 전체 인구의 71.2%), 접종완료자 수는 2220만4741명(43.2%)이다. 1차접종자와 접종완료자 수는 1회 접종만으로도 접종이 완료되는 얀센 백신 접종자를 포함한 수치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터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의 집계에 따르면 23일 기준 한국의 접종률은 1차접종자 수는 3713만2188명(71.8%), 접종완료자 수는 2258만2280명(43.7%)로 더 높다. 추석 연휴로 잠시 지체됐던 접종률이 연후 직후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복을 입은 한 어린이가 추석인 지난 21일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률 높아졌지만 미접종자 참여 독려 방안 고심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접종 목표치를 80%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속도라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는 정부 목표에도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나라에선 접종률 80%를 ‘면역 우산’으로 불리는 집단면역 형성의 기본 조건으로 여긴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와, 중증·사망으로의 증상 심화를 낮출 수 있어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한 결과 성인 80% 이상, 고령층 90% 이상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방대본 조사 결과 국내 코로나19의 발생률과 사망률은 최근 증가폭이 낮아졌으며 해외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접종 증가에 따른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8월말부터 9월초까지 발생한 18세 이상 성인 확진자를 분류했더니 92.4%가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1차접종자로 나타났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이 지난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어수단”이라며 접종 참여를 독려한 이유다.  
 
집단면역을 위해 지금부턴 비접종자들의 참여 독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고령층, 의료기관·요양기관 등의 고위험군, 장애인시설·교정시설 등 취약시설, 교육기관 교직원,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중장년층 등에 대한 접종을 완료했다. 이로써 접종 순서를 한차례 모두 돌았기 때문이다. 
 
미접종자는 그간 연령별 접종 때 사전예약을 안 했거나, 아직 접종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혹은 접종을 기피하는 부류 등이다. 이들이 18세 이상 성인 기준 약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방역당국은 미접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접종완료자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간에선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하려 한다", "정부가 강제 접종에 곧 돌입할 것이다", "방역당국이 가가호호 방문할 예정이다" 등 미접종자들을 겨냥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대부분 '가짜 뉴스'지만 일각에선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화상 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접종 두고 정부와 민심 충돌 우려

미접종 집단엔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보류한 아동·청소년·임산부도 있다. 식약처는 지난 7월 이 가운데 중고교생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고 접종을 허용하다 보니 아직 아동·청소년·임산부 접종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한 접종 계획을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이들에 대한 접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빠른 집단면역 조성과 방역체계 전환을 위해선 이들의 접종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접종을 본격 논의할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4일 비대면으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의 심의 결과를 고려해 12~17세(초6~고2) 접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해온 방역당국의 접종 계획에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아동·청소년에게 접종하려는 방침에 학부모는 불안해하고 있다. 주부 이선화(서울 강남구)씨는 “반복되는 코로나19 유행에 성인 접종은 서둘러 받았으나 어린 자녀 접종은 최대한 보류할 것”이라며 정부 방침에 적극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민의는 집단면역을 빠르게 달성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당분간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내심 해외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접종 명분과 근거가 필요한 정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모더나·화이자 백신 제조기업들이 있는 미국 방역당국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9월말에서 10월초 중에 5~11세 아동 접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학교들이 최근 개학하면서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아동 접종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꺼낸 발언이다. 미국에서 아동 접종이 본격 이뤄지면 한국에서도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내 한계' 민생경제…'위드 코로나' 논의 본격화 전망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도 지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10~11월에 1차접종 80%를, 접종완료 70%를 각각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분기에 소아·청소년·성인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고 4분기에 미접종자 접종과 2차접종·재접종을 마쳐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24일 미국 순방 후 귀국길에 “접종률이 70%를 넘으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에 대한 첫 발언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실행 시기에 대해 “일상을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논의를 시작했다”며 “그 계획을 이르면 다음달쯤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역 조치와 확진 증감 추이에 대한 해외 여러 사례들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이 잇따르면서 인내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에 대한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도 위드 코로나가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의 대표 사례로는 싱가포르가 거론되고 있다. 인구의 80%가 접종을 완료하자 최근 확진자 재급증에도 사망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망률이 독감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상점 문을 닫지 않고 방역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가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이 지난 8월 발표한 코로나19 사망률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는 0.42%, 접종완료자는 0.01%로 큰 차이를 보인다. 접종완료자 사망률이 독감 사망률(0.1%)보다 낮다.  
 
질병관리청·예방접종대응추진단 등 방역당국은 이 같은 미국과 싱가포르의 상황을 참고해, 그동안 제외했던 아동·청소년·임산부를 4분기 접종 계획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도 이들에 대한 접종을 권고한바 있다. 4분기 계획엔 기본 접종 6개월이 지난 대상자와 요양시설·병원의료진 등에 대한 재접종과 부스터샷의 시행도 포함될 예정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감염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전체적인 방역 완화를 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접종률이 목표 수준에 오르면 치명률이 줄어든다는 근거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피폐해진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다음 방역 조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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