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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가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열광하는 이유는? [원태영의 서소문 오락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로고 [사진 블리자드]
 
최근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30~40대 유저들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21년 전 ‘디아블로2’ 열풍을 재현하는 듯합니다. 21년 전과 비교해 즐길 게임이 넘쳐나는 시점에 왜 3040 유저들은 디아블로2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먼저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게임은 디아블로2와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포함한 리마스터 버전입니다. 최대 4K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7.1 돌비 서라운드 오디오를 통해 피의 울부짖음 하나까지 온전히 유저에게 전달합니다.  
 

그래픽 개선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출시 직후 흥행 돌풍

유저들은 디아블로2 캐릭터인 ‘아마존’, ‘야만용사’, ‘강령술사’, ‘성기사’, ‘원소술사’와 함께 확장팩 캐릭터인 ‘드루이드’와 ‘암살자’ 등 총 7가지 클래스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편의성 등이 더해졌지만, 쉽게 말해 그래픽이 개선된 디아블로2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6일 기준 PC방 점유율 8.12%(게임트릭스 집계)로 3위를 기록 중입니다. 아울러 얼마 전에는 PC방 점유율 2위까지 올랐습니다. 21년 전 출시된 디아블로2에 그래픽만 개선한 게임인데, 이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계를 돌려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난 2000년 국내 시장에 색다른 PC 게임 하나가 출시됩니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유난히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뽐낸 이 게임은 1998년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더불어 2000년대 PC방 단골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게임이 바로 디아블로2입니다.
 
당시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이후 소규모 창업으로 PC방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입니다. ‘디아블로1’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 유저들이 디아블로2에 쉽게 빠져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국에 퍼져있던 PC방 덕분입니다.
 
이미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맛봤던 한국 유저들은 블리자드의 신규 게임인 디아블로2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특히 PC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다른 친구가 하는 디아블로2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PC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디아블로2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 게임’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디아블로2는 확장팩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50만장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이 가운데 300만장 이상이 국내에서 팔릴 정도였다고 하니, 한국에서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디아블로2는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를 대중화시킨 게임이 바로 디아블로2입니다. 핵앤슬래시란 스토리나 전략, 역할극의 비중이 낮은 대신 오직 다수의 적과 싸우는 전투에 집중하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디아블로2는 특유의 어둡고 칙칙한 그래픽과 더불어 캐릭터에게 미칠 듯이 달려드는 악마 및 몬스터들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유저들에게 제공합니다. 지금이야 이런 게임이 많다고 하지만 21년 전에 디아블로2를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여기에 디아블로2 특유의 파밍(Farming)’ 시스템 또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파밍이란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올려 성장시키기 위해 돈이나 아이템(Item) 등을 모으는 행위를 농사에 빗대서 부르는 용어를 말합니다. 디아블로2는 이러한 파밍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서 ‘맞아 그때 정말 재밌었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학생 또는 20대였던 유저들이라면 더욱더 공감이 갈 것입니다. 그렇게 디아블로2를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들이 현재 30~40대가 됐고, 그들이 다시 21년 만에 밤을 새워가며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열광하고 있는 것입니다.
 

3040 유저들 “ 디아블로는 과거의 추억이자 보장된 재미”

디아블로2 레저렉션 인게임 모습 [사진 블리자드]
 
그렇다면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볼까요. 대중문화 전문가인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장민지 교수는 “과거 디아블로2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추억을 다시 한번 느끼고자 하는 것이 최근 3040 유저들이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빠진 첫 번째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보장된 재미’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콘텐트 과잉 시대 속에서, 이제는 재미있는 콘텐트를 찾는 것조차 하나의 일이 된 상황이다.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인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3040 입장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콘텐트”라고 말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대로 접어들며 고과금이 당연해진 시대에,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현금 5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흔치 않은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 유저는 “나이가 들어 게임이 재미없어진 줄 알았는데, 그냥 요즘 게임이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하면서 다시 재미를 찾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예술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한 게임이 많은 것도 작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21년 전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킬 정도의 게임이라면 예술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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