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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AZ 치료제,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될까…국내 제약업계는 갈림길?

위드코로나 시대, 새로운 치료제 등장에 대한 기대 ↑
국내 치료제 개발 후발주자 난항…“효과·안정성 입증해야”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AP=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먹는 약) 및 항체 치료제가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 게임 체임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투약의 편리성과 약물의 효과성이 주요 장점인 이 제품들이 승인되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후발주자로 전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첫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승인 임박…각 국 확보전

경구용 치료제 중에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미국 머크(MSD)가 개발 중인 ‘몰누피라비르’다. MSD는 지난 10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경미하거나 보통 수준의 증세를 보이지만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몰누피라비르의 미국 내 긴급사용을 승인해달라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를 승인할 경우 몰누피라비르는 전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된다. 화이자도 경구용 치료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3상 시험이 올해 12월 쯤 끝날 것으로 파악된다. 로슈는 최근 임상2상 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도 경구용 코로나치료제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개발이 가장 빠른 MSD의 몰누피라비르를 내년 1~2월 도입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경구용 치료제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에게 처방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 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40만 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가운데 MSD 몰누피라비르는 이미 20만 명분의 사전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경구용 치료제가 주목 받는 이유는 집에서 환자 스스로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저개발 국가의 코로나19 급격한 확산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MSD는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한편 저개발국 공급용 복제약 생산도 허용키로 했다.
 
MSD가 FDA의 승인을 받는 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후발 업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수익성 전망이 어두워 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월 초 MSD가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임상3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 개발 기업 등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전방위적으로 주가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경구용 치료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항체치료제의 등장도 예고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AZ)는 최근 FDA에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AZD7442(성분 틱사제비맙·실가비맙)'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AZD7442는 여러 치료제를 혼합해 만든 장기지속(LAAB)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이다.
 
AZ는 지난 8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으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 519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유증상 코로나19 발생 위험을 위약에 비해 77%가량 감소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AZ측은 백신을 맞았지만 항체 생성이 미흡하거나,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이 이 약을 주로 사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AZD7442는 일반 백신 예방접종처럼 근육주사를 통해 투약이 가능하다. 다른 항체치료제들의 경우 혈관에 바로 약물을 주입하는 정맥주사로 효과가 빠른 대신 투약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내 코로나 치료제, 임상 더디지만 개발 고군분투 중

글로벌 제약업체들로부터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출시 임박 소식이 전해오고 있지만 국내 치료제 개발 상황은 아직은 더딘 상황이다. 국내에서 개발돼 허가까지 난 코로나19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주사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 뿐이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국내 제약사도 생겨났다.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등은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국내 업체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임상 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는 등 난관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 중 한 곳인 대웅제약은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DWJ1248)'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호이스타정은 만성 췌장염과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쓰도록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으로 대웅제약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경구제형 코로나19 치료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원래는 10월 말까지 2b상 결과 추가분석을 마무리 하고 그 내용 기반 식약처와 협의를 거쳐 3상 진행을 어떻게 할지 확정을 짓기로 했었는데,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며 “아마 11월 중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풍제약과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지난달 18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첫번째 임상 3상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피라맥스는 신풍제약이 항말라리아치료제로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지난 임상 2상에선 1차 목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부 환자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조건부 허가승인 대신 임상 3상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나파벨탄은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한 뒤 국내와 우크라이나 등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에선 임상 3상 투약이 시작됐고,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상황”이라며 “그 외 국가에서는 승인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파벨탄은 주사제로 호흡기를 끼고 누워 있는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들이 여러 개 나와야지 위드코로나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GLS-1027'(제누졸락)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유럽의약품청(EMA)과 불가리아에서 승인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불가리아 임상은 GLS-1027의 5개국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132명 대상 글로벌 임상 2상의 일부다. 진원생명과학은 앞서 미국, 한국, 북마케도니아, 푸에르토리코에서 임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MSD의 제품은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사멸시키려는 치료제”라며 “GLS-1027은 과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에 의한 신체 기관 손상을 방지하는 면역 조절제로 작용기전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화약품, 크리스탈지노믹스, 강스템바이오텍, 제넨셀, 압타바이오 등이 국내외에서 경구용 치료제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 두고 의견 분분…효과·안전성 등 의문 제기  

출시가 임박한 MSD의 코로나19 치료제 등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게임체이저가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구매 비용이 결코 싸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몰누피라비르 한 세트는 200mg 캡슐 4정을 하루에 두 번, 5일 동안 총 40알 복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미국 기준으로 이 한 세트에 700달러(82만원)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각국 정부에서 구매 비용 부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몰누피라비르의 안전성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암과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제기돼서다. MSD가 임상조건에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제외하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 ‘기형아 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MSD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김요한 한국MSD 의학부 상무는 “임산부 대상으로 개발하는 신약이 아니라면, 임상시험 단계에서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을 배제하는 건 매우 교과서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라며 “기형아 발생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전문가 일각에서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몰누피라비르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공개 토론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MSD의 제품이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개발 제품들이 의미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SD의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양한 부작용이나 가격 문제 등의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후발주자라 할 지라도 나은 효능을 보인다면 시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성공만 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고, 그것 없이는 위드코로나로 가기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몰누피라비르의 안전성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임상 시험 대상 숫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경구용 치료제 뿐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치료제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경구약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맥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병원에서 근육주사를 한 번 맞고 가면 끝이다. 이때까지 나온 항체치료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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