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주 급등락 반복…“옥석 가리기 필요할 때”
치료제·백신 기대감 꺼지며 주가 하락세… "연말 기점 악재 해소 예상"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종목의 '옥석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많은 제약·바이오주는 뚜렷한 실적 개선보다 백신이나 치료제 등의 개발 기대감에 주가 상승이 이뤄졌는데, 백신과 치료제 등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되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어서다.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 주가 ↑…임상 포기 이어지며 상승분 반납
코로나19 국면에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던 백신 및 치료제, 진단키트 업체의 주가는 최근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경구용(먹는) 치료제 등장 임박 소식에 관련 주들이 하락했고, 고점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곳도 속출했다.
대표적인 곳이 신풍제약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1월 말 기준 7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같은 해 9월 말 2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 제기되면서 현재 주가는 5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등은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임상에 한창인 대웅제약, 종근당, 진원생명과학, 동화약품 등도 추후 임상 결과 발표에 따라 성패가 또 한 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진단키트주로 급부상한 기업들도 힘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진단키트 업체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국내외 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경쟁이 심화됐다. 여기에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단키트 업체들은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진단키트 대장주로 떠오른 SD바이오센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400억원을 들여 혈당측정기 전문 기업 유엑스엔의 지분을 확보했다. SD바이오센서는 유엑스엔과 혈당측정기 사업의 해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씨젠은 다양한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분자진단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방식의 '개발 플랫폼'을 통해 진단시약 개발 기간을 대폭 감소하고 제품 라인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나 위탁생산을 맡기로 한 국내 업체들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개발 및 생산 기업에 대한 관심에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최근 경구용 치료제 등장 여파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개발생산(CDMO)을 맡은 노바백스 백신의 인도네시아 정부 첫 승인 소식에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앞서 노바백스 승인 지연 영향으로 주가 하락을 겪기도 했다. 자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GBP510’의 임상 성공 여부에 기업 가치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제대로 된 비전 없이 기대감에 편승해 주가 상승을 유도한 업계 풍토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회사가 60~70개 됐는데, 따져보면 그 중 임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며 “결국 이게 제약 바이오 업계 누워서 침뱉기가 된 것이다. 기업들도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연말 기점 악재 해소 예상…“옥석 가리기 지속돼야”
제약‧바이오기업의 최근 주가 하락과 관련해 증권업계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악재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연중 내내 이어진 주가 조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수준 부담은 완화됐다”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옥석 가리기 진행 이후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면에서 제약‧바이오 투자자에게 ‘옥석가리기’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임상을 거쳐 상용화에 도달하기까진 적어도 10여년이 필요한데, 그 사이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일반 투자자가 상세히 알기 어렵다”며 “회사 측이 제시하는 낙관적 사업전망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확실한 모멘텀을 가진 회사에 투자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2‘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3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4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5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6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
7北, '파병 대가'로 러시아서 '석유 100만 배럴' 이상 받았다
8지라시에 총 맞은 알테오젠 '급락'…김범수 처남은 저가 매수 나서
9 대통령실 "추경, 논의도 검토도 결정한 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