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상수지 820억 달러 ‘파란불’…17개월 흑자 행진
9월 경상 100억 달러 넘어, 철강·반도체 수출 호조
해상·항공화물 운임 급등에 운송수입 역대 최대
한은 “올해 경상 820억 달러 무난히 달성 예상”
9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1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와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된 데다, 물류난에 해상·항공 화물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운송수지가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1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0억7000만 달러(약 12조원) 흑자를 나타냈다. 흑자 폭은 1년 전보다 2억7000만 달러 줄었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1억3000만 달러(14.5%) 늘어난 56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제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반도체 등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 호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이 77.2% 뛴 가운데, 철강제품(32.3%), 화공품(29.2%), 정보통신기기(35.1%), 반도체(26.9%) 등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은 97억8000만 달러(26.3%) 늘어난 469억8000만 달러로 집계돼 10개월 연속 늘었다. 천연가스·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원자재가 61.5% 증가한 가운데, 자본재와 소비재가 각각 10.0%, 7.3% 늘었다. 이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9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이 26억5000만 달러 축소됐다.
운송수지는 20억6000만 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17억7000만 달러 늘었다. 역대 최대폭의 증가다.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의 여파로 해상·항공화물 운임이 뛰면서 운송수입(46억3000만 달러)이 역대 최대로 늘어난 데 따라 운송수지도 개선됐다.
9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59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0.2% 급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의 3억8000만 달러 적자대비 적자폭이 9000만 달러 확대됐다.
서비스수지는 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기타사업서비스, 지식재산권사용료, 가공서비스 등에서 26억 달러의 적자를 보인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20억80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폭은 20억6000만 달러나 줄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7억5000만 달러 흑자로, 1년 전(6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 흑자폭이 6000만 달러 확대됐다.
상품·서비스 거래 등 자본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9월 97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78억3000만 달러 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이 중 주식투자는 24억2000만 달러 증가했고, 채권투자는 54억2000만 달러 늘어 지난 1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폭도 전년 동기(38억30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77억6000만 달러 늘면서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채권도 29억 달러 늘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억7000만 달러)에 비해 증가폭도 확대됐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701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억9000만 달러 많다. 2016년(1∼9월 752억1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 재확산, 원자재 수입 가격 급등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의 품목과 지역에서 수출이 늘고 운송실적이 역대 최대에 이른 데다 해외 현지법인 등의 배당수입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의 리스크(위험)가 이어지겠지만, 수출 호조와 운송 수입 등을 고려할 때 당초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820억 달러(약 97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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